[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세계 2강(G2)'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갈수록 격화하는 양상이다. 이들 두 고래(미국·중국) 싸움으로 틈바구니에 낀 한반도는 '새우 등 터지듯' 피해를 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 차원에서는 뚜렷한 대책을 세우기도 어렵다.

미·중 무역전쟁은 최근 벌어진 일이 아니다. 예전부터 양국 간의 대립은 공공연하게 있어 왔다. 중국공산당 신 정부가 들어선 1949년부터 두 나라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이후 1978년 국교 수립을 계기로 관계가 개선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천안문 사태와 미국 주도 하에 이뤄진 국제 제재 이후 사이가 급속도로 나빠졌다.

다시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며 긴장이 완화되는 듯 했다. 그러나 2011년 오바마 정부가 '아시아 회귀'를 선언한 이후 양국 간 갈등이 지속됐다. 특히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보호무역을 주장했다. 보호무역이란 국가가 직접 개입해 외국과의 경쟁에서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정책을 뜻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더이상 무역적자를 기록할 수 없다"며 중국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미·중 무역전쟁이 일어난 배경에 대해 "미국에서는 중국이 미국기업을 상대로 첨단기술과 특허 등을 무단으로 빼앗아 가는 점과 그동안 누적된 무역 적자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며 "이번 무역전쟁은 이런 불만이 표출된 사례"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한 무역적자는 지난해 기준 3470억 달러(약 392조원)에 이른다. 지적재산권 침해로 야기되는 손해액은 6000억 달러다. 이 중 50~80%가 중국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미국은 파악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관계도(자료=LG경제연구원)
최근 미국과 중국의 관계도(자료=LG경제연구원)

이에 관해 다른 시각도 있다. 대외적으로 무역적자 등을 내세웠지만 사실은 미국 내 정치가 얽혀 있다는 주장이다.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공화당에서 주목하고 있는 유권자는 제조업이 몰락해서 어려워진 중산계층"이라며 "(공화당은) 미국 동부나 서부에서 경쟁력을 잃어가는 제조업 관련 종사자들의 표를 가져가고 싶어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앞으로 미국 중간선거가 11월로, 코 앞에 다가온 만큼 중국 간의 긴장을 통해 지지율 상승을 노릴 것"이라고 했다.

현재 미·중 무역전쟁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새로운 사업 돌파구를 마련하는 장이 될 것"이라는 주장과 "우리나라가 수출 의존도가 높은만큼 좋은 영향을 줄리 만무하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에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업종마다 미치는 영향이 달라 생기는 오해"라고 지적했다.  

또한 "양국 간 대립은 교역 자체가 위축되는 효과와 이로 인해 무역이 줄어들어 투자를 줄여 경기가 위축되는 효과를 가져온다"며 "이 중 교역 효과에 따라 이득과 손해를 보는 업체가 나뉜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미국이 중국산 전자제품을 수입을 제한하면 우리나라의 전자제품 업체는 수출이 증가되는 반사이익을 누리지만, 반면에 중간재를 수입한 후 이를 우회해 미국에 수출하는 기업은 타격을 입는다"며 "이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경제 침체를 가져온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한 중 무역전쟁에 대해서 많은 전문가들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미국이 큰 손해를 보고 있는만큼 중국이 특허 등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양국 간 무역전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LG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도 "정치적인 배경이 커 장기화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공화당 문제만이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미국 국민들이 소득 분배 문제에 대해 무역자유화를 지목한 상황에서 이는 양극화 문제가 해결되어야만 해결이 가능한데, 어느 나라든 양극화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고 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동일한 문제를 바라보는 양국의 입장이 너무 다르다"며 "합의점을 도출하기 어려워 힘겨루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무역전쟁이 계속될 경우 양국이 패자가 되는 일은 분명해 길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목적이 중국 시장을 개방하는데 있는만큼 중국 정부의 선택에 따라 일찍 마감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현재 이런 상황이지만 양국 간의 갈등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은 내년 1월에 중국과 무역협정을 협상하겠다며 대화를 미룬 상태다. 또한 미국 재무부가 환율보고서를 통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왼쪽부터) 트럼프와 시진핑(사진=네이버 인물정보)
(왼쪽부터) 트럼프와 시진핑(사진=네이버 인물정보)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미중 무역 갈등을 최대한 활용하고 피해는 최소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 우리의 경제 체질과 경쟁력의 근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차별화된 제품을 통해 우리의 공급능력을 더욱 강화하고 동시에 우리의 수출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사실상 현 시점에서 정부가 주도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주장했다. "하나의 답이 나오는 문제라면 정부가 해결할 수 있지만 업종, 기업 규모, (기업이) 중국, 미국과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냐에 따라 해답이 달라지기 때문" 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위기감을 상기시켜야할 필요성이 있다"며 "실제 대기업들은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그보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은 대응이 미흡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와 언론이 함께 해당 문제를 끊임없이 상기시켜야 관련 문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이에 따라 대책이 마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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