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KT가 SK텔레콤과 마찬가지로 5G 통신장비 선정에서 화웨이를 배제하기로 방침을 정했지만, 예상과 달리 발표가 미뤄지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삼성전자가 5G 장비의 가격을 낮추면서 예상보다 빠른 지난 9월에 선정 발표를 했지만, 이와 달리 KT는 삼성전자와 가격을 계속 협상 중이기 때문에 발표를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KT의 삼성전자 5G 장비 주문 물량이 SK텔레콤에 비해 많기 때문에, 같은 조건이라면 KT의 장비 투자 비용이 더 들어갈 수 밖에 없다. 또한 SK텔레콤이 먼저 삼성전자와 협상을 마무리 했기 때문에, KT에 비해 좀 더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KT의 경우 이미 협상 대상자를 발표한 SK텔레콤이나, 사실상 화웨이 등 장비 업체를 결정한 LG유플러스에 비해 협상이 계속 미뤄지고 있기 때문에 5G 네트워크 구축이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현재 삼성전자와 5G 장비에 대한 협상을 계속 진행중이다. KT 관계자는 “현재 KT와 삼성전자가 5G 통신 장비 가격을 협의하고 있어서 KT의 선정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며 “KT가 요청하는 5G 장비 물량이 SK텔레콤 보다 더 많다. KT의 경우 장비사 선정을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서울 및 수도권에서 삼성전자 5G 장비를 쓰는 것을 확정한 상태”라고 밝혔다.

5G의 경우 상용화 초기에는 LTE 네트워크와 연동해 사용하는 NSA(논스탠드얼론) 방식이 사용되고, 서울 및 수도권에서 5G 상용화가 먼저 시작된다. SK텔레콤과 KT는 LG유플러스와 달리 서울 및 수도권에 삼성전자의 LTE 장비를 이미 설치했기 때문에 NSA에 따라 5G 상용화 초기 장비 역시 삼성전자의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3.5㎓ 대역 5G 장비는 기능의 핵심인 AAU(Active Antena Unit)와 DU(Digital  Unit)가 화웨이 제품의 1/3 수준밖에 안된다. 또한 LTE 기준, 화웨이의 장비가 삼성전자의 장비보다 30~40% 정도 저렴하다. 이에 따라 SK텔레콤과 KT는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것을 검토했지만 결국 NSA에 따른 네트워크 안전성을 이유로 서울 및 수도권에 삼성전자 장비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에 따르면 세계 최초로 내년 3월 상용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5G 전국망을 구축하는데 최소한 6개월이 소요된다. 이에 따라 국내 이동통신3사는 늦어도 9월 말까지는 장비 선정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삼성전자, 유리한 입장에서 KT와 협상 진행 중

KT는 1.8㎓ 대역 35㎒ 폭(광대역)을 LTE 전국망으로 사용하고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각각 LTE 800㎒ 대역 20㎒ 폭(협대역)을 LTE 전국망으로 이용 중이다. 따라서 LTE와 5G 기지국이 연동되는 NSA의 경우 KT가 초기에 설치하는 5G 기지국이 SK텔레콤 등에 비해 더 많다. 이런 상황에서 KT 입장에서는 대량 구매를 이유로 SK텔레콤에 비해 5G 장비당 좀 더 낮은 단가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미 SK텔레콤과 협의를 마쳤고, 국내 5G 장비 시장 상황(5G 국산화, 중국 화웨이 장비의 보안 논란) 탓에 ‘유리한 입장’에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LG유플러스는 이미 서울 및 수도권 상당 지역에서 LTE 장비로 화웨이의 제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5G 역시 화웨이를 사용할 것이 확실시 된다. 지난 6월 MWC 상하이 2018 행사장에서 당시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화웨이는 성능, 품질 등이 스스로 제시한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어 5G 투자는 예정대로 될 것 같다”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5G도 벤더(장비 업체) 4개로 진행할 것 같다. 화웨이가 제일 빠르고 성능이 좋고, 삼성전자·노키아는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화웨이 5G 장비는 지난 4일 국립전파연구원의 적합성 인증을 완료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달 17일 3.5㎓ 대역 5G 기지국 장비에 대한 인증을 신청해 지난 달 28일 받았다. 화웨이는 지난 2일 신청해 이틀 만에 인증을 받았다. LG유플러스의 경우 화웨이의 장비를 들여오기로 사실상 확정한 상태다. LG유플러스가 발표를 미루는 이유는 이에 대한 부정적인 국내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 5G 장비, 초기 시장에서만 배제...'삼성전자 안심하기 이르다'

LTE 기준, SK텔레콤과 KT는 노키아-에릭슨-삼성전자의 통신 장비를, LG유플러스는 노키아-에릭슨-삼성전자-화웨이의 장비를 사용 중이다. 이통사가 한 벤더에만 장비를 공급받지 않고 멀티 벤더로 주문하는 이유는 이 방식이 가격 협상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이 에릭슨에게만 장비를 주문하는 것 보다 에릭슨과 노키아, 삼성전자에게 장비를 주문하는 것이 벤더들의 경쟁을 유발해 저렴한 가격으로 가져올 수 있다.

또한, 한 장비 업체의 물품만 가져오기로 계약했다가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장비 업체들과 계약을 맺는 것이라고 이통사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서울 수도권 지역이나 충청 지역 등 도 단위에서 한 업체의 장비만을 사용하는 것은 망 안정성을 위해서이다. 장비의 호환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LTE와 5G 기지국이 연동되는 NSA와 달리 단독으로 5G 기지국이 사용되는 SA(스탠드얼론)의 경우 다시 기지국을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 이동통신사 및 통신 장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통신 장비 업계 관계자는 “5G SA 시대가 오면 NSA용으로 설치한 5G 통신 장비를 업그레이드 하면 된다는 의견과, NSA 장비를 사실상 다 걷어내고 다시 SA용 장비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뉜다”며 “정설은 다시 SA 장비를 설치해야 한다는 쪽인데, 이통사들은 최소한의 비용 투자를 위해서 DU(Digital Unit, Distributed Unit)나 CU(Centralized Unit)를 놔두고 AAU만을 바꾸는 방안을 연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5G 초기 상용화 시기가 아닌 5G SA 시대가 오면 기존에 설치했던 LTE 장비의 연동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기술력이 뛰어나고 가격이 저렴한 화웨이 장비를 SK텔레콤이나 KT가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먼저 5G NSA 장비 선정을 발표한 SK텔레콤이 “화웨이를 완전 배제하지 않았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SK텔레콤이나 KT 등 국내 이동통신사와의 협상 과정은 현재 진행 중인데다가, 계약이 완료됐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미지=안정상 수석위원 보고서
이미지=안정상 수석위원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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