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중국)=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중국에서의 화웨이의 위상은 상상 그 이상이었습니다. 화웨이가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한 ‘화웨이 커넥트 2018’의 개막일이었던 지난 10일(현지시간), 월드 엑스포 컨벤션 센터는 취재진들도 입장하기 힘들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화웨이만의 단일 기업 행사인데도 전 세계 1500여개 파트너사와 2만5000명의 참가자가 참여했고, 에릭 쉬 화웨이 순환 회장(CEO)이 AI(인공지능)를 주제로 기조 연설을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화웨이의 AI 전략 10가지 포인트를 발표하고, AI 칩셋인 어센드(Ascend) 910와 310을 소개했습니다. 그는 지난 6월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상하이 2018에서 기조 연설을 통해 5G 라이선스 비용을 낮추겠다면서 더 빠른 5G 상용화와 산업 발전을 도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화웨이의 주요 아젠다가 5G에서 AI로 4개월 만에 바뀐 것입니다.

이미 화웨이는 통신 장비 쪽에서 5G의 선두 주자입니다. 국내 많은 사람들은 화웨이의 장비가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즉 가성비가 좋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가격 조건을 아예 제외하더라도 기술력으로만 따져도 화웨이의 5G 통신 장비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일례로 5G 통신 장비의 경우 안테나와 RU(Radio Unit)가 합쳐진 AAU(Active Antena Unit)과 DU(Digital Unit)로 나뉩니다. 5G 전국망 대역인 3.5㎓의 경우 화웨이는 DU 하나당 AAU를 18개 연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삼성전자는 DU 하나당 AAU를 6개만 연결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다시 말하면 현재 삼성전자의 3.5㎓ 5G 통신 장비 기술이 화웨이에 비해 1/3 수준 밖에 못 미친다는 뜻입니다. 삼성전자가 상대적으로 투자를 많이 한 것으로 알려진 28㎓ 대역 장비의 경우도 화웨이가 약 1분기 정도 앞섭니다. 다시 말해, 5G 통신 장비의 경우 삼성전자는 화웨이에 비해 기술이 절대적으로 떨어집니다.

5G 다음은 인공지능(AI)...뒤만 쫓으면 안된다

5G에서 이미 앞선 기술력을 확보한 화웨이는 AI로 눈을 돌렸습니다. AI 새로운 칩셋을 발표함을 물론 2021년까지 AI 개발자 100만명을 양성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다빈치 (Da Vinci) 플랜을 응용한 AI 풀스택(Full-stack) 풀씬(Full-scene) 솔루션 전략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전시장에서 교통과 공항, 교육에 먼저 사용될 수 있는 AI 솔루션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미 중국 선전 국제공항에 AI가 적용된 일부 서비스가 테스트베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화웨이는 이미 중국 선전시 가장 큰 번화가에 AI가 도입된 신호등을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화웨이의 클라우드에 AI를 적용한 지능형 교통 시스템은 보행자와 차량을 인식해 신호등을 제어합니다. 화웨이의 계획이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라는 점에서 화웨이가 AI에 적극 나선다는 것이 몸소 느껴졌습니다.

우리나라의 대응은 어떨까요? 4차산업혁명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부는 지난 6월, 올해부터 4년간 총 1080억원을 투자해 산업 맞춤형 청년인재 5400명을 양성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교육분야는 AI와 빅데이터, 증강현실(AR), 자율주행차, 드론 등 4차산업혁명 관련 8대 핵심분야입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5월, 2020년까지 AI 핵심 인력 1000명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AI 개발자만 100만명 키워내겠다는 화웨이와 AI 핵심 인력 1000만명을 확보하겠다는 삼성전자가 너무 차이가 나 보이는 것이 현실입니다. 중국의 인구와 한국의 인구를 고려하더라도 말입니다.

AI는 4차사업혁명의 여러 요소(빅데이터, 네트워크, 클라우드) 중 엔진에 해당합니다. 5G 장비에서 기술력 1위를 차지하고 AI에 적극 나서는 화웨이. 이제는 삼성전자나 네이버 등 국내기업이 화웨이를 뒤쫒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두렵기까지 합니다. 일본의 소니가 TV 시장 1위였지만 삼성과 LG에게 역전을 허용한 사실이 오버랩되는 것은 기자의 지나친 걱정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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