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갑질에 시달리다 못해 기술유출 위험에 처해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심지어 공공성을 추구해야할 공공기관까지 중소기업의 기술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위원은 지난해 중소기업 기술보호 수준 조사결과를 12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중소기업 14.3%는 대기업 등 거래 기업으로부터 중요 기술자료를 요구 받은 경험이 있었다. 기술유출이 발생해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34.1%에 달했다.

중소기업은 기술유출에 대해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유(복수응답)로 영업기밀 유출 사실 입증이 난해(66.6%)하다는 점을 꼽혔다. 다음으로 거래관계 유지(53.3%), 법률 지식 부재(50.0%) 순이었다. 이외에도 소송비용 지출, 소송시간 등 중소기업이 처한 열악한 현실을 보여줬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의원(사진=위성곤의원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의원(사진=위성곤의원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의하면 지난 6년간 중소기업의 기술 유출 피해건수는 총 701건이다. 피해금액은 9566억원이나 됐다. 

공공기관에 의한 기술유출도 심각했다. 송갑석 의원은 정부와 공공기관에게 기술자료를 요구 받은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의 비율이 5%라고 발표했다. 실제 기술유출을 당한 중소기업은 4%였다.

앞서 송갑석 의원은 지난 8월에 '대기업의 기술탈취 피해사례 발표 및 근절 방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를 통해 현대로템, 현대중공업, 경찰청, 금융감독원에 기술유출을 당한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렇듯 중소기업 기술유출 문제가 심각하다. 그러나 중소기업기술분쟁조정 중재위원회가 2015년에 설치된 이후 올해 10월까지 조정 신청 총 73건에 불과하다. 그나마 조정이 성립된 경우는 11건으로 16.7%에 그쳤다.

중소기업 기술유출의 원인으로는 70년대부터 지속된 수직적인 하청구조와 산업구조가 지목됐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중소기업 기술유출 문제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지만 대표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힘의 균형이 맞지 않아 생기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대기업이 절대적인 갑의 위치이기 때문에 탈취하기 쉬운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피해를 입어도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고, 거래가 끊길 것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대기업 입장에서는 돈을 투자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업의 기술탈취 피해사례 발표 및 근절 방안 모색 토론회'의 발제를 맡았던 김남근 변호사는 "외국의 경우 기술유출은 힘을 가진 집단이 고의적으로 벌이는 일이라고 판단한다"며 "이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해 기업이 문닫을 정도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말했다. 또한 중소기업 기술유출에 대해 "이미 일본은 50~60년대에 있었던 일인데 우리나라만 후진적으로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중소기업의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제도 추진 등 제도적인 개선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지속된 종속 관계를 깨기 위한 인식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더불어민주당 송갑석의원(사진=송갑석의원실)
더불어민주당 송갑석의원(사진=송갑석의원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