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10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국정감사(국감)를 앞두고 기업 총수들의 소환이 이어지고 있다. 해마다 총수들의 소환은 연례행사처럼 이뤄졌다. 이어 총수들을 망신주거나 윽박지르는 모습이 공개되곤 했다. 이런 이유로 국감은 국회의원이 재벌 총수를 상대로 망신주기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올해는 정부 정책과 부조리를 감시·견제하는 국감 본연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현재까지 국감 출석을 요구 받은 총수 및 대표는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포스코 최정우 회장,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과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 투자책임자 등이다. 특히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는 경험을 인정받아 골목 상권 회복과 가맹점주와의 상생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중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국감장에 등장할 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조양호 회장 부인 이명희 이사장과 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 및 탈세 행위 등이 논란을 불렀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조양호 회장을 국감으로 불러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기도 했다. 

박삼구 금호 아시아나 회장의 출석도 관심사다. 앞서 아시아는 공급 차질로 탑승객에게 기내식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은 일명 기내식 대란을 겪은 바 있다. 기내식 대란은 하청업체 상대 불공정 거래 및 계열사 부당지원 등 아시아나 직원들의 폭로로 이어졌다. 

공교롭게도 국내 굴지의 항공사 두 곳이 올해 갑질 논란에 휘말렸다. 조양호·박삼구 회장의 출석 여부는 여·야간 합의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연락 받은 게 없다”고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 역시 “현재까지 (조양호 회장이) 출석 여부는 내부에서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출석하더라도 이전 국감처럼 재계 총수를 불러 망신만 주고 끝나는 국감이 아니었으면 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국회의사당 전경(사진=국회)
국회의사당 전경(사진=국회)

산업통상자원 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포스코 최정우 회장을 증인으로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최 회장은 부실경영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포스코는 연료전지 사업에 혈세 390억원을 투자했지만 적자를 면치 못했다. 누적 적자 액수는 2016년 925억원, 작년 645억원으로 해마다 늘었다. 현재 포스코는 연료전지 사업 매각을 구체화하는 중이다.

최근 불거진 노조 와해 의혹도 뜨거운 이슈다. 지난달 23일 포스코 사내에서 노조측과 노무협력실 직원들과의 마찰이 알려졌다. 노조는 노조 와해 문건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포스코측은 노조측에서 강압적으로 문서를 탈취하려 했다고 맞섰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재 내부적으로 참석 여부에 대해 논의 중”이라며 "(최정우 회장이) 국회법 상 참석해야 하는 게 맞지만 현재 취임 100일이 안돼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도 기업 대표들의 소환은 여전했지만 총수급 소환은 줄었다. 과도한 증인 채택을 방지하기 위해 이번에 도입된 국감 증인신청 실명제의 영향으로 보인다. 이전 국회에서는 18대 77명, 19대 124명, 20대 119명의 기업인이 증인으로 채택된 바 있다.

올해는 절반으로 증인 채택이 줄었다. 참고인을 합쳐 총 59명이다. 그러나 올해도 호통을 치거나 무안을 주는 묻지마식 국감이 그대로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감은 현재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에서만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20일 동안 약 700개가 넘는 피감기관을 감사해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감사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선 상시국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총수를 증인 채택해 보여주는 모습은 특권의식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며 "묻지마 국감, 호통 국감 등 기존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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