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박기태 기자] 올리느냐 마느냐.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기준금리 딜라마'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인상하자니 가계부채와 내수경기가 걸리고, 동결하자니 확대된 한·미간 금리 격차와 과열된 부동산 시장이 신경 쓰인다.

매우 복잡한 구조 속에서 한은이 섣불리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는 것도 한편 이해가 간다. 그만큼 이주열 한은 총재의 고민을 덜어줄 무언가가 필요해 보인다.

그럼에도 통화정책과 무관한 정부 인사들이 금리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는 이 총재의 고민을 덜어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하는 꼴이다.

한은은 오는 1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1.5%인 기준금리의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한은은 오는 18일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유동성 정상화가 부동산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금리에 대한 전향적인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난달 "(금리 인상 여부를) 좀 더 심각히 생각할 때가 충분히 됐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들이 나온 이후 이 총재는 금리 인상 쪽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이 총재는 지난 4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개최된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소득증가율을 상회하는 가계 부채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금융 불균형'이 누증되고 있다. '금융 불균형'을 점진적으로 해소하는 등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금융 불균형'은 저금리로 인한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시중에선 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 인사들이 금리에 대해 언급한 뒤 이 총재가 이에 동조하는 듯한 모양새는 안된다. 한은이 정부 입김에 휘둘린다는 오해를 살 수 있어서다.

중앙은행은 무엇보다 독립성과 자율성이 중요하다. 금융시장에서의 신뢰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신뢰가 추락하면 통화정책에 대한 성과도 기대하기 힘들다. 그런만큼 한은은 언제나 우리 경제 전체의 안정을 목표로 통화정책을 수행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금융시장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다.

한은은 오는 1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1.5%인 기준금리를 계속 동결할지 아니면 인상할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어떤 결과가 나올 진 몰라도 최소한 '소신껏 결정했다'는 평가는 들어야 한다. 정부 당국의 압력에 못 이겨 결정을 내렸다는 얘기는 듣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부 당국자들의 침묵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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