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1970년대 탄생한 인터넷 기술은 수많은 사람들이 시공간에 대한 제약 없이 손쉽게 정보를 만들어 공유할 수 있게 지원하는 네트워크 수단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전부터는 인터넷을 대체할 '제2의 인터넷'으로 가치 생성과 유통에 중점을 둔 블록체인 기술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추세다. 두 기술의 유사점과 차이점, 블록체인이 인터넷을 대체한 영역에 대해 알아보며, 과연 블록체인이 인터넷을 대체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도록 하겠다.

인터넷과 블록체인의 유사점 2가지

먼저 인터넷과 블록체인의 두 가지 유사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첫째, 인터넷과 블록체인은 프로토콜 단계에서 서비스 제공이 시작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인터넷의 경우, HTTP, SMTP, IMAP 등 인터넷 프로토콜(IP)에 기반한 많은 애플리케이션 프로토콜이 TCP(Transmission Control Protocol) 위에서 동작한다. 

이와 유사하게 블록체인은 비트코인, 알트코인 등 다양한 프로토콜 위에서 분산형 애플리케이션(Decentralized App, 이하 DApp)이 동작하도록 되어 있다.

둘째, 인터넷과 블록체인 기술의 유지/관리를 총괄하는 중심 조직이 없다는 공통점 역시 괄목할 만하다. 인터넷의 경우 인터넷 상의 어떤 컴퓨터 혹은 통신망에 이상이 발생하더라도 통신망 전체에는 영향을 주지 못하도록, 세계 각지에서 분산적으로 관리·접속할 수 있게 되어있다. 

블록체인 역시 블록체인 상에서 발생하는 P2P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에게 거래 내역 변동 사실이 똑같이 공유되나, 그 누구도 거래 내역을 임의로 수정하거나 누락할 수는 없도록 개발되었다.

인터넷과 블록체인의 차이점

그렇다면 인터넷과 블록체인을 구분 짓는 결정적인 차이점은 무엇일까? 

바로 가치가 생성되는 단계다. 인터넷은 프로토콜 위에서 구동하는 응용 서비스 부분에서, 블록체인은 프로토콜 단계부터 가치가 생성된다고 말할 수 있다. 벤처캐피털 플레이스홀더(Placeholder)의 조엘 모네그로는 블로그 포스트를 통해, 블록체인은 기존 웹(인터넷) 기반의 얇은 프로토콜(Thin Protocol)과 달리 두터운 프로토콜(Fat Protocol) 구조로 대부분의 가치가 프로토콜에서 창출될 것이라는 주장을 내 놓았다. 

기존 인터넷은 프로토콜이 아닌 프로토콜 기반의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에서 가치가 창출되지만, 블록체인은 프로토콜을 분산화된 형태로 재구축하고 이를 중심으로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에 프로토콜 단계부터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모두가 이 의견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블록체인 기업 셀시우스(Celsius)의 마쉰스키 CEO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DApp이 프로토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경쟁 요소로 작용할 것이기에, DApp의 가치가 필연적으로 높아지게 될 것이란 전망을 내 놓았다.

블록체인이 인터넷을 대체할까?

김지우 이글루시큐리티 과장
김지우 이글루시큐리티 과장

 

그렇다면 블록체인이 인터넷을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은 무엇일까? 

블록체인은 데이터의 무결성을 보장하는 고유의 특성을 토대로 과거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었던 다양한 서비스 영역에 적용되고 있다. 제품이 생산될 때부터 최종 소비자에게 도달할 때까지 생성되는 모든 유통 정보를 블록체인에 저장하는 '공급 유통망 관리 시스템'이 대표적인 예이다. 네트워크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비교 검증하기 때문에 농축산물 원산지, 약물 성분 등 다양한 정보에 대한 위·변조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공공 서비스 역시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될 시 가시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분야다. 예로, 서울시는 중고자동차 매매, 청년 수당 지급 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정보화전략계획을 수립했다. 블록체인을 토대로 중고 자동차 거래 관계자들(판매업체, 보험사, 정비소 등) 혹은 청년 수당 신청과 관련된 공공기관들이 필요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함으로써, 자동차 거래 투명성을 높이고 청년 수당 신청 시 여러 기관을 방문해 자료를 발급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소한다는 설명이다.

블록체인 기반의 차량공유 서비스 역시 눈길을 끈다. 이스라엘 블록체인 기업인 라주즈(LaZooz)는 이더리움 플랫폼을 토대로 블록체인형 우버라 할 수 있는 차량공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운전사와 탑승자는 이 둘을 연결하는 기업, 즉 중간수수료를 받는 중앙 관리자 없이 당사자간 합의하여 요금을 정하고, 라주즈 커뮤니티가 발행한 주즈토큰(Zooz Token)을 활용해 요금을 지불하게 된다. 기존의 우버 서비스와 달리, 중간 수수료가 없고, 운전자와 탑승자간 요금 조율이 자유롭다. 

하지만, 모든 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블록체인은 모든 참여자의 합의(블록 승인)를 거쳐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 확장성(scalability)의 한계를 태생적으로 지니고 있어, 사용자가 급격하게 늘어날 수 있는 서비스에 적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즉 높은 보안성과 가시성 확보가 요구되는 서비스(신원 관리, 소유권 증명, 투표 시스템)에 적용될 시에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실시간으로 거래가 이뤄져야 하는 서비스에 적용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은 블록체인 기술 확산을 위한 선결과제로 확장성을 꼽으며, 수많은 거래가 이뤄지는 환경에서도 실시간 결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블록 승인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한 연구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까지 실질적으로 구현된 기술은 없으나 아직 연구 시작단계인 만큼, 머지 않아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면서도 거래 속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선진화된 블록체인 기술이 선보여질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다시 한번 질문을 던져본다. 과연 블록체인은 인터넷을 대체할 수 있을까?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중앙집권적인 구조를 탈피하고자 하는 기술 흐름에 많은 사람들이 동조하고 있는 만큼, 현재 인터넷 영역을 조금씩 잠식하고 있는 블록체인이 언젠가는 인터넷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새로운 기술을 찾고 발굴하며 발전을 거듭했던 인류의 역사가 다시 반복될 수 있을지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에 큰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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