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SK텔레콤에 이어 KT도 이르면 이번 주 5G 통신 장비 공급 우선 협상자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KT 역시 SK텔레콤처럼 화웨이를 배제한다. 5G의 경우 상용화 초기에는 LTE 네트워크와 연동해 사용하는 NSA(논스탠드얼론) 방식이 사용되고, 서울 및 수도권에서 5G 상용화가 먼저 시작된다. SK텔레콤과 KT의 경우 LG유플러스와 달리 서울 및 수도권에 삼성전자의 LTE 장비를 이미 설치했기 때문에 NSA에 따라 5G 장비 역시 삼성전자의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3.5㎓ 대역 5G 장비는 화웨이 제품과 달리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데다가 5G 통신 장비의 핵심인 AAU(Active Antena Unit)와 DU(Digital  Unit)가 화웨이의 1/3 수준밖에 안된다. 또한 화웨이 제품의 경우 LTE 기준, 삼성전자의 장비보다 30%~40% 저렴하다. 다만 성능이 뛰어난 화웨이의 5G 장비를 선택할 경우 NSA 방식 때문에 LTE 장비 역시 화웨이의 제품으로 바꿔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위해 화웨이는 국내 이통사에게 자사의 5G 장비를 구입하면 LTE 장비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과 KT는 화웨이 5G 제품 구입을 거절한 것이다. 그 이유는 삼성전자가 5G 장비 가격을 예상보다 많이 낮춘 점, 화웨이가 제공하는 LTE 장비로 교체할 경우 설치 비용이 상당히 든다는 점, 화웨이 LTE 장비를 설치할 경우 최적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 화웨이 보안 우려에 대한 국내 여론, 우리나라 정부의 입김 등 여러 요인이 적용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삼성전자가 5G 장비 가격을 낮춘데다가, 지난 2013년 LG유플러스가 LTE 장비를 교체할 때 화웨이가 설치 비용을 지불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제의를 하지 않은 점이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SK텔레콤과 KT의 경우 비용 문제를 가장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MWC 상하이 2018에서의 화웨이 전시관의 모습
MWC 상하이 2018에서의 화웨이 전시관의 모습

SK텔레콤 이어 KT도 화웨이 5G 장비 배제, LG유플러스는 화웨이 5G 장비 선택 확실

1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이번 주 내에 5G 장비로 화웨이의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공식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KT 관계자는 “이미 화웨이의 5G 장비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내부적으로 정한 상태”라며 “이번 주를 넘기지 않고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달 14일, 이동통신3사 처음으로 5G 장비 우선 협상 대상자를 발표하면서, 삼성전자-노키아-에릭슨으로 결정했다고 밝힌 적 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이미 서울 및 수도권 상당 지역에서 LTE 장비로 화웨이의 제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5G 역시 화웨이를 사용할 것이 확실시 된다. MWC 상하이 2018 행사장에서 당시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화웨이는 성능, 품질 등이 스스로 제시한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어 5G 투자는 예정대로 될 것 같다”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5G도 벤더(장비 업체) 4개로 진행할 것 같다. 화웨이가 제일 빠르고 성능이 좋고, 삼성전자·노키아는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LG유플러스가 발표를 미루는 이유는 화웨이에 대한 국내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LTE 기준, SK텔레콤과 KT는 노키아- 에릭슨-삼성전자의 통신 장비를, LG유플러스는 노키아-에릭슨-삼성전자-화웨이의 장비를 사용 중이다. 이통사가 한 벤더에만 장비를 공급받지 않고 멀티 벤더로 주문하는 이유는 이 방식이 가격 협상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이 에릭슨에게만 장비를 주문하는 것 보다 에릭슨과 노키아, 삼성전자에게 장비를 주문하는 것이 벤더들의 경쟁을 유발해 저렴한 가격으로 가져올 수 있다.

또한 한 장비 업체의 물품만 가져오기로 계약했다가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장비 업체들과 계약을 맺는 것이라고 이통사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서울 수도권 지역이나 충청 지역 등 도 단위에서 한 업체의 장비만을 사용하는 것은 망 안정성을 위해서이다. 장비의 호환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 LG유플러스의 경우 서울 및 수도권 상당 지역에 에릭슨의 LTE 장비를 사용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지난 2013년, 화웨이가 장비 가격 등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해 LG유플러스가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서 에릭슨의 장비를 화웨이로 교체했다”며 “LTE 장비 교체 비용 역시 화웨이가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당시 화웨이는 비행기로 LTE 장비를 들여오는 등 상당히 LG유플러스를 배려했다”며 “이번 5G 장비의 경우 SK텔레콤과 KT에게 LTE 장비 교체 비용을 내주는 조건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이통3사의 LTE 통신 장비 사용 현황 (표=안정상 수석위원 보고서)
국내 이통3사의 LTE 통신 장비 사용 현황 (표=안정상 수석위원 보고서)

SK텔레콤-KT에서 LTE 화웨이 장비 교체는 부담, 가격 · 최적화 모두 만만치 않아

통신 장비 업계 관계자의 의견을 종합하면, LTE 통신 장비 구입 비용보다는 LTE 장비 교체 비용이 더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술이 좋아지고 발전하는데다가 예전 제품의 경우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장비 설치(교체) 비용의 경우 케이스 마다 다르다”며 “장비 가격이 비쌀 경우(LTE 상용화 초기) 설치 비용은 장비 가격 대비 최소 30%이지만 장비의 가격이 떨어질 경우(LTE 상용화 후기) 장비보다 설치 비용이 더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즉, SK텔레콤과 KT에게는 화웨이 5G 장비를 도입할 때 들어가는 LTE 장비 교체 비용이 상당히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5G 통신 장비의 비용을 낮춘 점도 SK텔레콤과 KT에게 상당한 장점으로 다가온 것으로 풀이된다. 원래 화웨이의 장비는 삼성전자 대비 30%~40% 정도 저렴한데, 삼성전자 역시 이 정도 수준으로 가격을 내렸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삼성전자가 자사의 5G 장비를 화웨이의 수준으로 내렸을 경우, SK텔레콤과 KT의 입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장비를 사용하는 것이 5G 네트워크 총 비용을 계산할 때 매우 유리하다. NSA에 따라 LTE 장비를 다른 벤더의 제품으로 교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5G 통신 장비의 기술력과 가격 등을 종합해서 기존 LTE 벤더인 삼성전자, 노키아, 에릭슨으로 우선 협상 대상자를 선정했다”며 “당장 설치해야 하는 장비가 NSA를 위해 LTE 장비와 연동돼야 하는 점도 고려했다”고 전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의 LTE 장비를 들여올 경우 상용화를 위한 최적화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통신 장비 최적화 작업은 마치 컴퓨터를 껐다 다시 켜는 등의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상당히 예민한 작업”이라며 “LTE 장비를 교체하는 과정에서도 통신 서비스는 계속 유지돼야 하는데, 셧다운(일시적인 부분 업무정지 상태) 가능성도 있다. 통신 장비 교체 문제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여론이나 정부의 입김도 고려 대상, 28㎓ 대역 장비도 화웨이 선택 안할 듯

SK텔레콤이나 KT의 선택에 국민의 여론이나 정부의 입김도 반영됐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일단 화웨이의 경우 보안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로 인해 국민들의 여론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7월 출입기자 대상 워크숍에서 “우리가 내년 3월에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하지만 5G는 결국 서비스”라며 “서비스를 구현하는 디바이스(단말기)나 통신 장비 등은 결국 우리 산업이다. 그것이 중요한데, 세계 최초하는데 의미가 희석되면 의미 없다”고 말했다. 해석하면, 우리가 내년에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해도 우리 나라 단말이나 우리나라 장비 등이 사용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이 발언의 의미는 5G 망 구축에 외산보단 국산 장비를 써야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5G 전국망 대역인 3.5㎓ 장비가 아닌, 자율주행이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에 사용되는 핫스팟용 28㎓ 대역 장비다. 이번에 SK텔레콤과 KT가 먼저 선정한 것은 3.5㎓ 장비다. 삼성전자의 경우 3.5㎓ 장비 보다 28㎓ 장비에 상당한 투자를 진행했다. 전국망인 3.5㎓ 대역은 화웨이가 삼성전자에 비해 2분기 앞서 있는데, 28㎓ 대역 역시 1분기 정도 화웨이가 삼성에 비해 기술이 앞선다. 28㎓ 장비 선정에는 시간이 남아있는 데다가 삼성전자도 계속 개발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화웨이와의 기술 격차가 많이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즉, 28㎓ 대역 장비 역시 SK텔레콤이나 KT가 화웨이의 장비를 선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편, 시장 조사 업체 IHS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은 화웨이 28%, 에릭슨 27%, 노키아 23%, 중국 ZTE가 13%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3%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화웨이의 경우 통신 장비 분야에서 인재를 데려오는 등 투자가 많이 이뤄졌다”며 “우리나라는 5G에서 이제 TDD(시분할 이동통신 방식)를 시작하지만, 중국이 예전부터 TDD를 사용해왔던 것도 화웨이 5G 장비 기술이 앞서 있는 이유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 전문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통신장비업체간의 기술력을 평가하여 우열을 가리는 것은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그동안의 세계시장 점유율 비교에서 삼성전자가 겨우 3%에 불과하다는 점은 그만큼 국내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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