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유다정 기자] 전산장애와 실수로 기성 금융권에 대한 불신이 계속되고 있다. 신뢰가 깨져버린 상황에서, 블록체인이 답이 될 수 있을까? 20일 우면산에 위치한 KT 블록체인연구소를 찾아 최근 지역화폐 등 블록체인 사업 확장에 나선 KT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재 기프티쇼 정산과 BC카드 전자서명 이미지 관리, EDMS(문서관리 시스템) 등 에서는 이미 블록체인이 사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추석 전날인 21일, 우리은행에서 전산장애가 발생해 타행 송금을 할 수 없는 사고가 있었다. 연휴 전 들어가야 할 급여를 받지 못하는 고객들이 속출했다. 지난 4월엔 삼성증권이 직원들에게 1주당 1000원을 배당해야 하는데 1000주를 배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일부 직원들은 이 주식을 매도했다. 이 사태로 공매도(주식이나 채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주문을 내는 것), 나아가 한국 주식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한 바 있다.

이동훈 KT 융합기술원 블록체인센터 블록체인 기술개발TF 팀장은 “현대사회에서 돈, 송금, 결제, 증권 등은 모두 데이터에 대한 사회적 합의”라며 “블록체인이란 은행 등 뱅킹시스템들이 독점하고 있던 데이터를 모두가 갖게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은 거래 정보를 누구나 생성할 수 있고, 그 정보는 모두에게 공개된다. 공개된 정보는 모두가 복사해 사본을 저장하고 동기화시켜 수천만, 수만명이 담보하는 거대한 분산 공개 장부를 만드는 것이다. 깨져버린 신뢰를 블록체인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이나 중국 내 타행계좌이체 에 걸리는 시간(1~4일 정도)과 수수료(30~40달러) 등이 1초 내와 무료로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는 설명도 보탰다.

이동훈 KT 융합기술원 블록체인센터 블록체인 기술개발TF 팀장(이미지=KT)
이동훈 KT 융합기술원 블록체인센터 블록체인 기술개발TF 팀장(이미지=KT)

KT가 구상하는 미래는 '데이터 체인'

기술적으로 복잡해보이는 블록체인은 이미 우리 삶 속에 들어와 있다. ‘기프티쇼’는 바코드 형태로, 메신저나 문자로 간편하게 선물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애용한다. 그런데 막상 제값주고 산 기프티쇼도 사용하려고 하면 가맹점에서 눈치를 주는 경우가 더럿 있다. 수수료 문제도 있지만 기프티쇼로 결제를 한 다음 실제 돈으로 가맹점이 정산받기까진 시간이 꽤나 걸린다는 점 때문도 있다. 김종철 KT 블록체인 기술개발TF 팀장에 따르면 기프티쇼는 정산받으려면 2주에서 최대 한달까지도 걸린다. KT는 그런 기프티쇼를 블록체인을 이용해 바로 정산받을 수 았게 했다. 

이처럼 KT가 구상하는 미래는 데이터 체인(Data Chain)이다. 대규모 대용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검증, 합의한 이후 동일한 데이터 원장을 분산 공유해 데이터의 무결성과 원본 보호를 보장하는 자체 블록체인을 만드는 것이다. 현재 블록체인 시장이 가상화폐 거래 중심이라면 KT의 데이터체인은 데이터 유통 중심인 셈이다. 

지난해 7월에는 KT블록체인 ESC를 상용화해 BC카드에 접목했다. 하루에도 수백만 건씩 생성되는 카드결제 전자서명 이미지들은 전자거래법상 금융사가 5년간 보관해야 해 서버 구축과 관리 비용이 상당했다. 하지만 BC카드는 전자서명 이미지를 KT 블록체인에 분산저장하고 관리해 서버 사용 용량은 80%까지, 파일 저장 시간은 70%까지 줄였다. EDMS(문서관리시스템)도 올해 2월 상용화해 데이터 저장공간을 최대 85% 절감하고, 데이터 처리시간도 최대 87% 단축했다고 밝혔다.

블록체인 카페(이미지=KT)
블록체인 카페(이미지=KT)

K-토큰으로 블록체인 유통망 확보

KT는 가칭 K-token(K-토큰)을 지역화폐용, 기부용, 결제용 등 용도별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가령 KT연구소에서 이미 사용 중인 블록체인 카페를 보면, 사원증을 이용해 토큰을 충전한다. 연구원이 키오스크에 로그인해 현재 가지고 있는 토큰을 카페용으로 환전하고, 카페용 토큰을 이용해 커피를 구매한다. 환전하고 구매하는 것이 실시간으로 기록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데이터가 누락되지 않고,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재고 관리나 유통 전략을 짜는 데도 유용할 전망이다. 

김포시와 협력해 구축할 블록체인 지역화폐 플랫폼도 이와 같은 방식이다. KT와 KT엠하우스는 약 100억원에 달하는 지역화폐를 발행하기 위한 ‘블록체인 지역화폐 플랫폼’을 올해 말까지 구축해 김포시에 적용한다. 이 플랫폼을 통해 발행·유통되는 지역화폐는 내년 상반기 김포시 지역화폐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이용될 수 있을 예정이다.

김종철 팀장은 “그동안 제대로 이용되고 있나 의심스러워서 잘 안하곤 했던 기부도 블록체인으로 정확히 기록되고,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줬던 문화상품권도 추적돼 게임 아이템에 쓴 것이 아닐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며 “모든 선불상품의 신용거래 및 기업간 빠르고 완벽한 정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KT는 향후 기부, 카드사 정산 풀랫폼, 콘텐츠 유통 플랫폼, 포인트 유통 플랫폼, 에너지 거래에도 블록체인을 적용할 계획이다.

KT 관계자는 “KT는 망사업자로 블록체인 노드들간의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KT는 모든 자산의 가치를 교환할 수 있는 디지털 애셋 허브(Digital asset hub)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종철 KT블록체인 기술개발TF 팀장이 지역화폐 애플리케이션 화면을 두고 설명하고 있다(사진=디지털투데이)
김종철 KT블록체인 기술개발TF 팀장이 지역화폐 애플리케이션 화면을 두고 설명하고 있다(사진=디지털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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