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LG유플러스의 IPTV에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연내에 출시될 것이 유력하다. 이르면 LG유플러스의 IPTV를 통한 넷플릭스 서비스가 11월에 출시될 전망이다. 넷플릭스의 경우 현재 케이블 방송(TV)인 CJ헬로와 딜라이브가 서비스하고 있지만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 IPTV 3사의 경우 이용자의 VOD(주문형 비디오) 사용 빈도가 케이블TV에 비해 높기 때문에 국내 유료 방송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자체 글로벌 스탠더드(표준)인 ‘9대1’의 비율로 자사가 이익을 더 가져가는 것을 요구하는데, 넷플릭스가 이를 양보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또한 넷플릭스는 통신망(네트워크) 이용대가를 LG유플러스에게 요구하고 있는데, LG유플러스는 이 조건을 두고 넷플릭스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LG유플러스가 IPTV에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먼저 출시하면, SK브로드밴드와 KT 역시 연이어 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 협의를 시작한 것은 올해 1월이다. 이후 지난 5월부터 ‘속도·용량 걱정없는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넷플릭스 콘텐츠 3개월 이용권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지난 5월부터 9월 말까지 진행하고 있다. 이후 LG유플러스는 IPTV를 통한 넷플릭스 콘텐츠 서비스 제공을 위해 넷플릭스와 협의를 계속 진행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올해를 넘기지 않고 자사 IPTV를 통한 넷플릭스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이 확실시 된다.

9월 내 IPTV 통한 넷플릭스 서비스 출시 계획은 지연

원래 LG유플러스는 9월 자사 IPTV의 넷플릭스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잡았지만 결국 연내로 미뤄졌다. LG유플러스와 넷플릭스의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는데다가 CJ헬로나 딜라이브와 달리 하나의 셋톱박스를 통해 서비스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CJ헬로와 딜라이브의 경우 유료방송을 위한 셋톱박스가 있는 상태에서 넷플릭스 서비스 전용 셋톱박스가 별도로 하나 더 필요하다. 다시 말해, 넷플릭스를 서비스하는 국내 케이블TV사는 2개의 셋톱박스를 설치해야 하지만 LG유플러스는 이와 달리 하나의 셋톱박스로 이용할 수 있게 준비 중이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 CPS(가입자 당 시청료 과금) 등 협상 과정을 참고할 경우, 협의 기간이 1년 정도 걸리는 것을 지연된다고 볼 수 없다”며 “해외 사례를 보면 원래 넷플릭스는 3등 사업자에게 먼저 접근해 시장에 발을 딛는 전략을 썼다”고 말했다. 케이블TV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수익에서 9대1의 비율을 강력히 원하고 있고 그동안 사례를 보면 이를 양보한 경우가 전혀 없다”며 “LG유플러스가 9대1 비율의 1에서 자사 몫을 조금이라도 늘리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 (사진=리코드)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 (사진=리코드)

"망 이용대가 지불 NO" 국내 경쟁서 앞서려고, 넷플릭스와 '불공정' 계약 해야하나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와의 협상에서 9대1 비율 외의 다른 조건을 원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표적인 예가 통신망 이용대가다. 넷플릭스는 딜라이브와 CJ헬로 등 케이블TV와 제휴를 하면서 넷플릭스의 자체 캐시서버를 구축하고 서버 관리와 접근권을 주관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자체 캐시서버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케이블TV에 별다른 통신망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

캐시서버란 기업에서 인터넷 사용자가 자주 찾는 정보를 따로 모아 두는 서비스로 동영상 서비스 업체가 별도로 캐시서버를 운영할 경우 정보를 빠르게 찾을 수 있고, 과부하 현상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자체 캐시서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은 통신망 대가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넷플릭스 주장인데,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사가 이를 반길리 없다. 넷플릭스가 자체 캐시서버를 운영한다고 하더라도 동영상 서비스가 통신망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망 이용대가를 넷플릭스가 내야한다는 것이 케이블TV 및 국내 통신사의 입장이다.

LG유플러스가 IPTV를 통한 넷플릭스 서비스를 먼저 출시할 경우, 경쟁사인 SK브로드밴드나 KT도 곧이어 이를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LG유플러스의 첫 계약이 유료 방송 업계에 매우 중요하다.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의 계약에 신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나 지상파 방송사 등이 공정한 계약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LG유플러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정리하면,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의 통신망 대가 협상을 빨리 마무리할 경우 IPTV를 통한 넷플릭스 서비스는 그만큼 빨리 출시된다.

LGU+, 넷플릭스 도입에 따른 성공 가능성은 '반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7년 하반기 기준, LG유플러스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10.89%다. 넷플릭스를 서비스하고 있는 CJ헬로의 시장 점유율은 13.1%, 딜라이브의 점유율은 6.54%다. 현재 딜라이브, CJ헬로 유료방송 가입자들은 별도 OTT(온라인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 셋톱박스를 설치해 케이블TV에서도 넷플릭스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양사 유료방송 가입자 615만 가입자 중 약 4%인 25만명이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LG유플러스는 이들과 달리 IPTV 사업자이고 IPTV 이용자들이 케이블TV보다 VOD 이용 비율이 높다는 점, IPTV 이용자들이 모바일과의 결합상품 등으로 해지율이 낮다는 점, LG유플러스의 이동통신(모바일) 점유율(알뜰폰 제외 이통3사 점유율 기준)이 22%를 넘는 등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CJ헬로나 딜라이브에 비해 차별화 된다. 실제로 CJ헬로나 딜라이브 등은 넷플릭스 무료 콘텐츠에 마케팅을 집중하고 있다. 다시 말해, LG유플러스는 케이블TV와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다. 넷플릭스 같은 OTT 사업자의 경우 가입의 90%는 모바일이나 온라인을 통해 시작되나, 콘텐츠 소비의 70%는 TV를 통해 이뤄진다는 조사 결과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LG유플러스의 IPTV를 통한 넷플릭스 서비스가 국내 시장에서 초반에 큰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넷플릭스 VOD 점유율이 59%인 영국의 경우 미국과의 문화적 동질성, 높은 유료 방송 수준 등의 특성으로 넷플릭스가 쉽게 확산됐다. 반면, 아시아권 국가인 일본은 2015년 넷플릭스가 이통사인 소프트뱅크를 통해 진출했지만 점유율이 9%인 상황이다. 또한 국내 소비자들은 아직까지도 지상파 콘텐츠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데다가, 실시간 프로그램 다시보기 위주인 국내 VOD 시장과 미국드라마 또는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 위주의 넷플릭스 콘텐츠는 크게 겹치지 않는다.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의 2017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 조사결과를 보면 국내 방송 이용자의 VOD 이용 동기는 유료 이용자의 47%, 무료 이용자 51%가 실시간 채널 프로그램 다시보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료 방송 요금이 비싼 미국과 달리, 상대적으로 요금이 저렴한 국내 시장의 경우 넷플릭스 장점으로 언급되는 가격 경쟁력이 높지 않은 편이라 시장 파급력에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 관계자는 “IPTV에 넷플릭스 콘텐츠가 서비스될 경우 마니아층이 확실한데다가 콘텐츠 차별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성장세의 IPTV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며 “다만, 현재 넷플릭스와의 협상 중인 상황인데다 완료되더라도 서비스 개발 등 준비해야 할 요소들이 남아 있어 상용화 시점을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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