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정부가 발표한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이 오히려 소상공인 매출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인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과 파이터치연구원은 19일 카드 수수료 인하 관련 연구 세미나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달 22일 정부는 영세·중소 사업자에 대해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을 내놨다. 보안 인프라를 갖출 여력이 없는 영세·중소 사업자들을 위한 정책이다. 정책이 적용되는 내년 초반부터 3% 수준인 수수료가 1.8%에서 2% 초반대까지 낮아진다. 개인택시 사업자는 연간 10만원 가량 수수료가 절약된다. 

영세·중소 사업자들은 전자결제대행업체를 통해 카드 결제에 필요한 전 과정을 맡기는 게 일반적이다. 이 과정에서 영세·중소 사업자들의 실제 매출액이 아닌 가맹 계약을 맺은 업체에 연 매출에 따라 수수료가 부과된다. 이런 방식으로 부과된 수수료를 정부는 과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과 국민경제 세미나 단체사진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과 국민경제 세미나 단체사진

이미 정부는 지난해 7월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영세가맹점 기준을 연 매출 3억원, 중소가맹점 기준은 3억~5억원으로 조정한 바 있다. 8개 신용카드사는 이 여파로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30%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김종석 의원은 이런 정책이 나온 배경에 대해 "카드 수수료 인하는 최저임금 인상 후 소상공인들을 달래기 위해 내놓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또 "카드 수수료도 정해진 시장 가격인데 공공요금처럼 취급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소상공인을 만나보면 카드 수수료를 낮춰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한다"며 카드 수수료 인하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파이터치연구원 라정주 원장은 "2007년 이전에 비해 이미 신용카드 수수료는 많이 낮아졌다. 여기서 더 인하하면 카드사는 자금조달비용을 마련할 목적으로 연회비를 올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7년 이전 4.5%였던 카드사의 수수료 상한율은 현재 0.8~2.3%까지 낮아졌다. 실제로 카드사는 2007년 이후 비용 경감을 이유로 부가서비스를 4000개 이상 삭제했다. 라 원장은 더이상 카드사가 부가서비스를 줄이는 방식으로는 자금조달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고객이 카드 수수료를 모두 부담할 경우 연회비는 기존 평균 8775원에서 31만6620원까지 인상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신용카드 이용금액과 신용카드 수수료를 각각 15조원, 1조원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뿐만 아니라 연쇄적으로 93조원에 달하는 기업 전체 매출액과 일자리 45만개 감소까지 불러와 결국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라 원장은 스페인과 호주에서 정부가 신용카드 수수료를 내려 발급은행들이 카드 연회비를 50% 이상 인상시킨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김종석 의원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더이상 카드 수수료를 낮추는 건 결국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시키는 것"이라며 "정책 당국자들이 다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의원회관 4간담회실에서 열린 이번 세미나는 김지영 삼육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빈기범 명지대학교 교수, 홍성기 금융위원과 과장, 삼성·현대·롯데 등 카드사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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