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지난 8월 정부는 데이터 경제 규제 혁신 현장방문을 통해 데이터 활성화 정책을 발표했다. 그동안 각종 규제에 막혀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왔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정책이다.

향후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안의 통과 여부에 따라 추진 속도가 달라지겠지만, 현재의 정책 방향성을 기정 사실로 보인다.

정부의 이번 데이터 경제 정책의 핵심은 개방형 데이터 거래 체제의 구축이다. 

데이터 거래 골자는 민간과 공공이 데이터를 사고 팔 수 있게 하여 각각 비즈니스에 활용케 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현장방문에서 언급한 ‘데이터는 곧 석유’라는 말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데이터 경제 규제혁신 현장 방문으로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를 찾았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데이터 경제 규제혁신 현장 방문으로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를 찾았다. (사진=청와대)

데이터 거래 체제의 구조를 살펴보면, 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기업이 정부나 타 기관에 필요로 하는 데이터를 신청하면 가공 전문기업과 매칭된다. 

그 다음, 데이터를 상품화된 데이터로 변형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가명정보의 비식별 조치 등 암호화 조치가 이뤄지게 된다. 

가공된 데이터는 상품으로서 가치를 갖게 되고, 데이터 거래소에 등록된다. 이후 제3, 제4의 기업이 관련 데이터를 구입하여 자신들의 사업에 활용할 수 있다. 

개방형 데이터 거래 체계 구조도 (사진=과학기술정통부)

예를 들어, 스타트업이 카카오택시의 승객 탑승 데이터를 신청하면 카카오가 관련 데이터 상품을 판매하는 식이다. 

정부는 연내 데이터 상품 거래소를 설립을 위한 초기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며, 원천 데이터 보유기업과도 데이터 공유 · 판매 협력 방안을 마련하겠다고도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와 일부 대기업이 데이터를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데이터를 구매하거나 가공할 수 있는 기업 역시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데이터 바우처는 스타트업에게 쿠폰이 아니라 기회”

이에 정부는 데이터 바우처 정책을 그 해결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게는 우선 데이터 상품을 구매하거나 가공을 통해 재판매할 수 있는 바우처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2019년까지 약 1,000개 기업에 데이터 구매 바우처를, 640개 기업에 데이터 가공 바우처를 지원할 예정이다.

중고차 매매 플랫폼을 운영하는 첫차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미스터픽의 최철훈 대표는 “데이터 개방은 정보의 비대칭을 극복할 수 있는 발판”이라고 강조하며, “데이터 바우처는 앞으로 데이터 가치 사슬에서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또 최철훈 대표는 “일반적인 기업에 비해 스타트업은 빠르고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다”며, “정부 입장에서도 스타트업 등 작은 기업을 데이터 경제 활성화에 활용하고자 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첫차 앱 갈무리)
최철훈 미스터픽 대표는 데이터 경제 활성화가 데이터의 비대칭을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사진=첫차 앱 갈무리)

그렇다면 왜 그렇다면 데이터 거래가 활발해진다면 시민들은 어떤 혜택을 받게 될까?

최 대표는 “중고차 매매의 가장 큰 키워드는 두려움”이라며,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활용이 활발해져야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자동차에 관한 내용을 기록한 문서인 차적 데이터의 경우, 개인정보로 관리되고 있다. 이 차적 데이터는 차량 용도, 사용자의 주요 거주지 등이 담겨 있어 차량 상태 파악에 핵심적인 정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소비자에게 가격결정권을 돌려주기 위해서는 상품과 함께 데이터도 같이 유통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 대표는 “개인정보 보호 원칙을 지키면서도 암호화를 통해 데이터를 활용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며, “그래야만 우리 같은 스타트업이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데이터가 가장 필요한 시기는 창업 전”

데이터 바우처 지원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도 있었다.

스타트업 창업을 준비 중인 임성민 씨(32, 가명)는 “정작 데이터가 가장 필요한 시점은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비즈니스 모델의 실현가능성을 고민할 때”라며, “스타트업도 우리 입장에서는 이미 대기업”이라고 말했다.

임 씨는 지원 형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또 임 씨는 “데이터 바우처가 기존 현금 지원과 다른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결국 정부가 지원할 기업을 임의로 선택하는 꼴”이라며 지원 방식을 꼬집했다.

정부, 아직은 초기 단계...데이터 활성화에 방점 찍혀

이에 대해 정부는 데이터 바우처는 아직 제도 초기 단계니, 중소기업 지원책의 하나로 봐달라는 입장이다. 

송현민 한국데이터진흥원 수석연구원은 “데이터 바우처는 민간과 공공의 데이터 활용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책”이라며, “데이터 구매와 가공에 있어 조금이라도 지원하고자 함이 정책 의도”라고 밝혔다.

또 송 수석연구원은 정확한 지원범위에 대해 “데이터 바우처는 데이터를 활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으면서 중소기업진흥법에 해당한다면 어떤 기업이든 지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국데이터진흥원은 데이터 거래소의 일종인 ‘데이터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8월 데이터 바우처 지원 기업을 선정했다. 선정된 기업은 데이터 바우처로 데이터 상품을 구매 및 가공 · 상품화하여 연내 사업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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