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4차산업혁명이라고 하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로봇 기술 등을 떠올린다. 바둑기사 이세돌과 구글 딥마인드 AI 알파고와의 바둑대결에서 AI의 놀라운 역량이 드러나면서 향후 인간이 기계에 밀려 소외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이같은 경탄과 우려의 목소리 속에서 정작 중요한 부분에 대한 논의는 빠져 있다. 다름 아닌 '창의적 인재'에 관한 것이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뛰어난 기술들의 등장은 결국 창의적 인재들의 노력 속에서 탄생되고, 시대와 문명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종이의 발명을 계기로 각 시대의 창의적 인재들은 지식의 대중화와 보급에 크게 기여했다. 나침반의 고안은 창의적 인재들의 신대륙 발견과 개척으로 이어졌다. 군사용 통신망으로 고안됐던 인터넷은 창의적 인재들이 이를 잘 활용함으로써 오늘날 전세계의 정보들을 더욱 긴밀하고 빠르게 연결시켰고, 새로운 지식과 기술들을 파생시키고 있다.

정의룡 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조교수.
정의룡 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조교수.

 

이러한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기술을 개발하고 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창의적 인재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도 마찬가지다. 즉, 4차산업혁명 시대에서 더욱 치열해질 세계적인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한 필수 요소 중 하나는 창의적 인재들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러한 창의적 인재의 중요성은 리차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가 지역이 발전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한 3T에서도 드러난다. 3T는 Talent, Technology, Tolerance이다. 그는 지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3T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Talent는 전문지식과 역량을 보유한 인재를, Technology는 기술을, Tolerance는 이질적이고 새로운 것에 대한 포용성과 개방성을 의미한다. 지역발전의 3가지 요소로 제시됐지만 이들 요소들은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연계적으로 작용해 결국 지역이 발전하기 위해선 창의적 인재들이 잘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는 세계화와 인터넷의 발달을 거치며 더욱 좁아진 오늘날의 세계 속에서는 국가발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창의적 인재가 활동하기 좋은 곳인가. 대한민국 국민들의 교육열은 세계적인 수준이며, 훌륭한 아이디어와 기술 또한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대한민국의 '두뇌유출률'은 세계적인 수준이며, 새로운 흐름과 가능성에 대해선 여전히 폐쇄적이고 경직적이다.
 
근래 유튜브 등의 매체를 이용한 1인 방송이 유행하고 있다. 1인 방송을 운용하는 크리에이터들은 자신들이 가진 특기나 취미, 관심사들에 대해 자기 나름의 상상력과 독창성을 가지고 방송에 임한다. 그러나 주업이 따로 있는 크리에이터들은 자신의 얼굴이 드러날 경우 직장에서 겸직금지나 직장에만 충실할 것을 요구하는 내규와 저촉될 것을 저어해 일부러 자신의 얼굴이나 음성 등을 가리며 방송활동을 한다고 한다. 이것은 조직문화가 창의적 인재의 활동을 저해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청년 일자리 상황 또한 폐쇄적이고 경직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노동시장의 공급 측면에서 청년들은 불확실성의 증가와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경직된 사회 분위기로 경제활동 자체를 포기하거나 자신의 적성과 소망과는 상관없이 안정성만을 직업선택의 우선순위로 선택하는 경향이 지속되고 있다. 노동시장의 수요 측면에서 청년들을 신규고용해야 할 기업들은 창의적인 인적자원 채용을 통해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발전을 지향하기 보다는 사실상 경력직 채용으로 고용을 국한시키거나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는 회피하거나 축소하는 경향이 지속되고 있다. 이것은 노동시장의 경직된 분위기가 창의적 인재의 활동을 저해한 예라고 할 수 있다.

4차산업시대의 눈부신 기술발전 속에서도 창의적 인재의 중요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한민국에서 창의적 인재의 활동을 얼마나 조성하고 촉진하는 지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에 곳곳에 만연돼 있는 새롭고 이질적인 것,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경직된 사회분위기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창의적 인재의 상상력을 포용하고, 그 활동들을 응원해 주는 것이 이러한 폐쇄적이고 경직된 분위기를 개선함에 있어 가장 시급한 일일 것이다.

<본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