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오는 12월 13일 시행을 앞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이 갖은 이해관계에 얽혀 삐걱대고 있다.

시행령에서 규정한 참여제한 기업인 '대기업 등'의 지칭 범위가 모호하고, 소상공인 단체 인정 진입장벽이 낮아 자칫 큰 규모의 중소기업이 소상공인 단체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울러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중견기업과 대기업 등 각계 입장이 상이해 법의 실질적인 집행에 난항이 예상된다.

앞서 이달 5일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 시행령의 입법을 예고했다. 이 법령은 지난 5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 일부 캡쳐 (자료=국가법령정보센터)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 일부 캡쳐 (자료=국가법령정보센터)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은 정부가 소상공인의 생계 영위를 돕기 위해 적합 업종을 지정해 보호하고 육성함으로써 생존권을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제정됐다. 이 특별법에 따르면 대기업 등은 생계형 적합업종의 사업을 인수·개시 또는 확장해선 안된다. 만일 대기업이 이를 어기면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또한 중기부가 요구한 자료제출이나 현장 조사 등을 거부하면 대기업은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 받는다.

이에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는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과 함께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소상공인을 위한 생계형 적합업종제도의 합리적 설계방향' 세미나를 13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정부가 입법예고한 특별법 시행령 내용을 점검하고, 소상공인과 중소·중견기업, 대기업 등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소상공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시행령 제정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 출범식 (사진=소상공인연합회 페이스북)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 출범식 (사진=소상공인연합회 페이스북)

최승재 소공연 회장은 이 자리에서 "특별법이 충분한 검토와 협의가 부족한 채 제정돼 ‘중소기업 적합업종’의 재판이 됐다"며 "신청자격을 가진 단체의 소상공인 비율이 너무 낮아 법 제정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말했다.

시행령이 규정한 소상공인 단체 인정 조건을 보면, 중소기업자단체 내 소상공인 회원의 비율이 30% 이상이면 된다. 소상공인 업계에서는 신청자격 단체 기준이 모호하고 미약해 중소기업이 이를 악용한다면 해당 법안이 소상공인만을 위해 발휘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는 이 점에 주목했다. 그는 "생계형 적합업종 신청자격을 가진 단체의 소상공인 비율이 30%에 불과한 것은 소상공인 보호가 아닌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법이 될 수 있다"면서 비율 상향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시행령에 따르면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의 구체적인 심의기준은 중기부 장관이 업종 내 사업체 규모와 소득의 영세성, 안정권 보호의 필요성, 소비자 후생과 산업경쟁 영향범위 등을 고려해 정한다. 이에 대해 양 교수는 "생계형 적합업종에 소상공인과 해당사항 없는 업종·품목이 포함될 우려가 있고, 대기업 참여제한 규정은 자칫 재산권 침해로 작용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해 총 15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심의위원회 위원 위촉 결정권은 중기부 장관에 있다. 법령이 항목화한 임명 대상으로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을 대변하는 단체가 추천한 사람 2명, 적합업종 전문가 2명, 소상공인 정책 전문가 약 5명 등이 있다. 양 교수는 구성 위원들이 정부 친화 인사들로 구성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심의위원회 구성이 생계형 적합업종 찬성입장 인사로 기울어져 있는 만큼, 의결 요건에서 균형을 잡아 줘야 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규제대상에 소상공인 사업영역과 실질적 경쟁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이 포함되도록 시행령이 수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준 소공연 사무총장은 발제를 통해 "특별법이 소상공인 보호와 지원에 실질적 효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신청자격 단체의 소상공인 비율을 소공연 정회원 기준인 90% 이상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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