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이동통신시장 점유율 10%를 돌파하며 제4이동통신의 대안으로 떠올랐던 알뜰폰(MVNO, 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의 최근 성장세가 멈췄다. 알뜰폰의 경우 현재 12%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통3사에게 가입자를 뺏기는 현상이 심화되는 등 정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된데다가 유럽 등 외국의 경우도 최대 15%의 점유율을 보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성장이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알뜰폰 시행 초기, 저가 요금제 중심의 2G · 3G 가입자 모집에 주력해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가 낮은데다가 저렴하다는 인식이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도 정체 현상의 이유로 보인다. 더욱이 선택약정할인 25% 상향이나 3만원대 저가 요금제 개선 등 이통3사 통신비 인하 효과가 알뜰폰에게는 큰 타격이 되고 있다.

알뜰폰 업체들은 망도매대가가 여전히 비싸다며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망도매제공 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과 정부의 망도매대가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정부의 경우도 이미 40개가 넘는 알뜰폰 사업자의 요구를 다 받아들여 정책을 낼 수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이에 따라 알뜰폰 업체들도 정부의 망도매대가 협상이나 전파사용료 면제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새로운 마케팅이나 틈새 전략, 다양한 사업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알뜰폰 업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알뜰폰 전체의 영업적자는 264억원 수준이지만 이통3사의 자회사(SK텔링크, KT 엠모바일, 미디어로그, 유모비 등)을 제외하면 다른 알뜰폰 업체들은 300억원~400억원 정도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모든 알뜰폰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사실이라고 정부 관계자들은 얘기한다. 이통3사 자회사들의 경우 가입자를 모집을 위한 파격적인 리베이트(판매장려금) 전략을 펼치면서 총 5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이통3사 자회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알뜰폰 업체들이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하지만 비용을 절감해서 흑자를 내는 불황형 흑자인 상황이라 이상태로는 더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알뜰폰의 공식 명칭은 MVNO(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이다. 알뜰폰은 이통사의 망(네트워크)을 임대해 고객에서 통화나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통3사와 비교할 때 통화 품질이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대신 이통사에 비해 멤버십 혜택 등 고객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2004년부터 에넥스텔레콤을 시작으로 MVNO 회사들이 2G 중심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2012년부터 대기업 계열사인 당시 CJ헬로비전(현 CJ헬로)이 MVNO에 뛰어들어 헬로 모바일을 런칭했고, SK텔링크나 KT 엠모바일 등 이동통신3사 자회사들도 MVNO 사업을 시작했다. MVNO라는 단어가 소비자들에게 낯설다는 의견이 나오자 지난 2012년 방송통신위원회가 명칭 공모를 시작했고 알뜰폰이란 이름이 선정돼, 2012년 6월부터 알뜰폰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사진=NH농협
사진=NH농협

늘 '한 발' 늦었던 알뜰폰...틈새 시장 노린 것이 '악수'였다

알뜰폰 업체 한 관계자는 “3G서비스가 시작했을 때 알뜰폰 사업자들은 2G 중심으로 서비스했고 LTE가 도입됐을 때 3G 중심으로 서비스를 펼쳤다”며 “이통3사에 대등하게 경쟁할 수 없기 때문에 틈새 시장을 노린 것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통3사들도 처음에는 LTE보다 3G에 망임대료를 저렴하게 제공했기 때문에 알뜰폰 사업자들은 3G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2013년 미래창조과학부(현 과기정통부)가 등장하면서 가계 통신비 절감을 위해 알뜰폰 활성화에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종량제 기준 3G 망임대료와 LTE 임대료가 결국 같아지게 됐고, 미래부가 계속 망 임대료 인하와 전파 사용료 면제를 유예하면서 알뜰폰 살리기에 적극 나섰다. 또한 정부는 알뜰폰 활성화를 위해 우체국 입점을 통한 판매 방안도 생각해 냈지만, 저가 요금제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알뜰폰 업체 입장에서는 큰 수익이 나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알뜰폰은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가 1만원대를 기록하며 3만원대인 이통3사에 비해 매우 낮은 상황이다.

국내시장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갤럭시노트9이나 아이폰X(텐)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선호가 매우 높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이용자의 경우 6만원대 고가 요금제 이상의 가입 비율이 높은 편이다. 이통사들이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출시될 경우 파격적인 리베이트(판매장려금)로 가입자 모집에 나서면서 서로 간의 가입자 뺏고 뺏기기 싸움이 시작되는 이유다. 정리하면, 알뜰폰의 경우 초반에 2G · 3G 등 저가에 치중하다보니 ‘알뜰폰=저가’라는 공식이 생겼고, 이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찾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약 주고 병 주는' 정부 탓? 

증권 업계 관계자는 “현재 알뜰폰의 자체 경쟁력만으로는 이미 이동통신시장에서 생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며 “정부의 망도매대가 인하나 전파사용료 면제가 없었으면 이만큼 끌어오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부의 통신비 입하 정책으로 선택약정할인 25% 상향에 이어 3만원대(선택약정적용 기준 2만원대 중반)에 무제한 통화·1GB 이상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저가 요금제가 출시되면서 알뜰폰의 저렴하다는 장점이 희석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과기정통부의 강력한 통신비 인하 압박으로 이통사들의 통신비 인하 효과나 매출 감소는 그 어느 정부 때 보다 가장 큰 상황”이라며 “이통사의 요금이 저렴해질 수 록 알뜰폰을 찾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보편 요금제가 출시될 경우 알뜰폰의 위기는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알뜰폰 업체들이 현재 힘들어 하고 있다는 사실에 정부도 공감하고 있다”며 “보편 요금제가 출시될 경우 알뜰폰 업체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데, 이를 위해 법 개정안에 알뜰폰 활성화를 위한 특례 조항을 넣었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와 SK텔레콤은 망도매대가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르면 8월 말에 협의를 완료할 수 있지만 협상이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서로 간의 의견 차이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협상이 늦게 끝날 경우라도 망도매대가의 경우 소급 적용이 되기 때문에 시점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작년처럼 데이터를 많이 제공하는 고가 요금제에 대한 RS 방식(수익배분제, Revenue Share) 망도매대가가 크게 낮아질 가능성은 낮다. 이미 매출은 물론 영업이익 감소를 기록하고 있는 SK텔레콤이 이를 순순히 해줄리 없다.

이에 따라 알뜰폰이 더 이상 정부의 망도매대가 협상이나 전파 사용료 면제에 기댈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생존 전략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미 다른 알뜰폰 업체들은 가전 렌탈 등 다양한 수익원을 찾았고 사업을 진행 중이다. 알뜰폰 업체들의 경우 이통사와 협상력이 없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대신하는데 40개가 넘는 알뜰폰 업체의 목소리에 모두 귀를 기울여줄 수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알뜰폰 업체들도 정부에 기댈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생각해내야 한다”며 “정부가 힘들게 망 도매대가를 낮추면 고객 서비스 등 투자를 진행하지 않고, 수익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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