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사조그룹이 직원에 선물세트 판매를 강권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 8일만에 또 다른 폭로 글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지난 5일 청원 게시판에서 '사조그룹이 전임직 제도를 여성에 국한해 강제적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수많은 사람들이 댓글로 비슷한 경험을 겪었다고 털어놔 글의 신빙성은 높아지고 있다. 사조그룹이 강매에 이어 성차별까지 각종 의혹에 휩싸이면서 운영상의 난맥상이 드러나고 있다.

게시자는 "사조그룹에서 2017년 4월 1일자로 시행된 전임직 제도에 대한 불만을 토한다"며 글을 시작했다. 청원인은 "전임직은 일상 정형적이고 반복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직군을 일컫는데, 사조그룹은 '업무분석을 통한 인력 재조정'을 내세우며 여직원들만 전임직으로 배치했다"고 밝혔다. 전임직은 정규직과 계약직의 중간에 위치한다. 일은 정규직처럼 하지만 진급과 연봉이 정규직보다 못하다. 청원인에 따르면 사조그룹이 명명한 '전임직'은 이에 한 술 더 떠 '매일 큰 노력 없이 똑같은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띤다. 또한 해당 직군을 모든 여직원에게 해당되게 함으로써 진급을 대리 이상으로는 허용하지 않았다.

(사진=청와대 청원게시판)
(사진=청와대 청원게시판)

청원인은 "각 부서 팀장은 여직원들에 전임직 제도를 설명하고 서명토록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면서 "여직원들은 이에 응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것을 알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서명했다"고 밝혔다. 청원글에 의하면 사조그룹 내 이른바 '여직원과 남직원의 업무'는 구분돼 있지 않으며 일의 강도와 출퇴근 시간도 똑같다. 하지만 매해 4월 사내 게시되는 인사발령 공고를 보면 여직원들은 모두 하단 전임직 직군에 몰려 있고 진급 대상은 남직원들뿐이다. 이에 청원인은 "성평등을 무시한 진급 발령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면서 "전임직 제도가 시행되는 가운데 성별 구분 없이 일을 시키면서 진급은 왜 남성에만 국한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원인은 또 사조그룹 내 뿌리 깊게 박힌 '여성 하대' 인식을 지적했다. 그는 회의 때나 손님 응대 시, 심지어는 공장 증축 현장에도 여직원들만 커피를 배달해야 한다"며 "비서 직무가 아닌데도 입사하고 처음 배운 업무가 커피를 타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

청원글 게시자의 글에 "터질 것이 터졌다", "전임직, 계약직 등의 차별직은 없어져야 한다", "퇴사자로서 한 마디 하자면 임신하면 무조건 그만둬야 한다. 회사의 압박을 견딜 수 없다. 본사 뿐만 아니라 계열사도 억지 회식, 제품 강매, 주말 근무가 허다하다", "나도 수년간 열심히 노력했지만 만년 대리로 승진이 누락됐고, 늦게 들어온 남직원들은 바로 대리로 승진했더라" 등의 댓글이 달렸다. 현재까지 청원 동의자 수는 181명이다.

사조그룹 측에 관련 사실을 확인하려 했으나 이틀째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진형혜 한국여성변호사회(여변) 사무총장은 이 문제에 대해 "전임직이라는 별도의 직급 제도를 만든 것부터 잘못됐다. '전임직'은 법률적으로 상용화된 용어가 아니며 회사가 특정 성별에 적용하기 위한 꼼수 직군이다. 청원인이 한 말이 사실이라면, 전임직 제도는 을의 입장인 여성에게 차별적인 노동환경을 적용한 경우로 근로기준법과 양성평등 관련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 근로자와 사측간의 계약의 자율문제를 벗어난, 성차별에 관한 문제이므로 확실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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