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KT가 SK텔레콤에 이어 1020 요금제인 Y24온(ON)을 출시하면서 이동통신3사의 요금제 개편이 어느 정도 완료된 상황이다. LG유플러스가 지난 2월, 8만원대 속도 제한 없는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시작된 이통3사의 요금제 경쟁은 KT가 3만원대 저가 요금제 개선안을 포함한 데이터온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요금제 경쟁이 심화되면서 SK텔레콤은 TTL을 회상시키는 브랜드 0(영)을 선보였고, 이에 질세라 KT도 데이터온 요금제에 기반한 Y24온을 그 이후에 출시했다.

이에 대해 통신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통사의 요금제 개편은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6만원대 이상의 고가 요금제 중심으로 혜택이 늘어난 것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고가 요금제 중심으로 데이터를 많이 제공해 이용자의 업셀링(고객이 구매하려던 것보다 가격이 더 높은 상품이나 서비스 등을 구입하도록 유도하는 판매방식, Up-selling)을 이끌어 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에 따라, 데이터 트래픽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5G 시대를 대비했다는 분석도 있다.

6일 정부 부처 관계자와 이동통신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사 요금제는 6만원대 고가 요금제 중심으로만 혜택이 크게 늘었다. 5만원대 요금제의 경우 SK텔레콤과 KT는 전혀 요금제를 손보지 않았고 LG유플러스의 경우 기본 제공량이 6GB에서 6.6GB로 불과 0.6GB만 늘어나는 데 그쳤다. SK텔레콤의 경우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8에서 새로운 요금제(티플랜)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출시는 지난 7월에 이뤄졌다. 오히려 KT가 새로운 요금제(데이터온)를 지난 5월에 출시했다.

이미연 SK텔레콤 루키팀 리더가 영 브랜드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이미연 SK텔레콤 루키팀 리더가 영플랜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SK텔레콤의 경우 요금 인가제 해당 사업자이기 때문에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처음에 고가 요금제 혜택안만 추진했다가 정부의 승인이 이뤄지지 않아 출시가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선택약정할인 25% 적용 기준, 1만5000원~2만원 상당의 보편 요금제 법제화를 준비 중인 정부가 3만원대 요금제(선택약정할인 적용 시, 2만원대 중반)의 경우 데이터 1GB 이상을 제공하지 않으면 승인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정부는 이통사가 보편 요금제에 준하는 요금제 개선안을 가져오지 않으면 출시를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고가 요금제와 저가 요금제 중심으로 요금제 재편이 이뤄지면서 중가 요금제의 개선이 미흡해진 것이다.  

과기정통부 통신이용제도과 관계자는 “이동통신사가 요금제 개편에 나서면서 이용자의 혜택이 늘어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고가 요금제에만 혜택이 늘고 5만원대 등 중가 요금제에는 큰 변화가 없는 점에는 아쉽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5만원대, 6만원대 요금제 데이터 제공량 차이 심해, 업셀링 유도하고 5G 시대 대비한다

이통3사의 5만원대 요금제의 경우 기본 제공량이 6GB~6.6GB 수준이다. 반면 월 1만3000원 수준(선택약정적용 시, 9750원)만 내면 데이터 제공량이 100GB 수준으로 늘어난다. 실제 납부액 기준 1만원 수준 차이를 고려하면 데이터 제공량의 차이가 심한 것이 사실이다. 국내 이통사가 4만원~5만원대 요금제 가입자를 6만원대 요금제 이상으로 바꾸는 것을 유도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이통3사가 요금제 개편에 나선 것에는 정부의 입김이나 압박은 전혀 없었다”며 “요금제 개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통사가 소비자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더 기울인다면 (중가 요금제 등) 이용자 혜택을 더 늘리는 요금제가 더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보편 요금제 법제화를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2019년 3월에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할 예정인 5G 초기에는 UHD(초고화질), 홀로그램 등 대용량 콘텐츠가 늘면서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투자는 2021년 이통3사의 영업이익이 2017년 3조7000억원보다 70% 이상 증가한 6조20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12∼2017년 LTE 보급 6년 동안 이동전화 매출액 성장률 20%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산출한 수치다.

이미지=ETRI
이미지=ETRI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5G 시대엔 전략적으로 통신사들이 현재 HD 콘텐츠를 UHD(초고화질) 또는 VR로 대거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며 “5G 서비스 개시와 더불어 트래픽 증가가 불가피할 전망이며 통신사 매출은 차세대 미디어를 중심으로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정부와 KDI(한국개발연구원)는 5G 상용화로 인한 이통사의 업셀링 효과를 연 8000억원 수준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5G 매출 증대 효과를 늘리기 위해 이통사들이 LTE 고가 요금제에 파격적인 데이터를 제공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용자의 LTE 데이터 사용량(소비 습관)을 늘려 5G 시대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이 만24세 이하 전용 요금제인 0플랜을 출시하자, KT가 곧이어 Y24온 요금제를 출시했다. 이에 LG유플러스는 1020 요금제를 출시해야 할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이통사의 요금 경쟁이 만24세 이하 가입자 확대까지 이어진 것이다. 다른 세대보다 1020 세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충성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손인혁 SK텔레콤 MNO 사업지원그룹 PL(프로젝트 리더)은 “(TTL을 이용했던) 지금의 3040세대의 경우 예전의 긍정적 경험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아니라도 (1020세대가) 좋은 경험을 간직할 경우 10~20년이 지나도 충분히 도움이 되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속도제한 없는 완전 무제한 요금제의 경우 SK텔레콤은 10만원대, KT는 8만원대, LG유플러스는 7만원대로 출시된 것에 대해 브랜드 파워가 반영됐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동통신 유통업계 관계자는 “작년, SK텔레콤은 단말기 자급제를 추진할 정도로 브랜드 파워에 자신이 있다”며 “같은 요금 가격이면 이용자들은 SK텔레콤을 선호하는 것이 사실이다. 가장 고가 요금제라고 볼 수 있는 완전 무제한 요금제의 경우 각 이통사의 브랜드 파워가 반영됐다고 현장 관계자들 대다수는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LTE 이용자 데이터 사용 추이 (자료=과기정통부, 이미지=KT)
LTE 이용자 데이터 사용 추이 (자료=과기정통부, 이미지=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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