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은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를 방문해 데이터 규제혁신을 통해 데이터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클라우드는 데이터고속도로의 기반”이라며, “공공부문의 클라우드를 민간에 개방하고 공공기관의 민간 클라우드 사용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공공부문의 민간 클라우드 우선 도입하는 지원책이 가장 주요하게 거론됐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데이터 고속도로를 만들어 놓는다고 해서 과연 데이터 자동차가 다닐지는 의문이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를 방문, 데이터 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사진=청와대)

데이터 규제혁신 현장 방문에 앞서 진행된 합동 브리핑에 따르면, 정부는 클라우드 분야 제도 개선 사항으로 ‘공공기관 외에도 지자체와 중앙부처의 대국민서비스는 민간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확대’라고 발표했다.

여기에서 언급한 대국민 서비스는 말그대로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지원하는 서비스로, 예를 들어 지자체의 홈페이지, 코레일의 기차표 예매, 교육부의 한국사능력검정시험시스템 등을 말한다.

각 기관은 지역 축제 혹은 추석 등과 같은 명절이나 관련 시험 접수 마지막 날에는 인원이 몰리기 때문에, 각 기관은 클라우드 컴퓨팅 예비자원 풀(Emergency Pool)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민간 클라우딩 컴퓨팅 서비스 확대 방침은 그동안 해당 기관이 자체적으로 관리하던 컴퓨팅 자원을 민간에게 개방하겠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러한 방침이 2014년부터 정부의 일관된 기조였다는 점이다.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 민간 클라우드 활성화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는 ‘클라우드 산업 육성계획’를 발표하며, 공공부문의 민간 클라우드 이용 활성화 과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당시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IT예산 절감, 효율성 향상, 창조적 신산업 창출의 핵심 원천으로 부각되고 있는 클라우드가 IT산업의 새로운 생태계 구축을 촉발함으로써, 우리 SW/IT산업에는 위기이자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며, “공공부문의 선도적 수요 창출과 민․관 협력으로 우리 클라우드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여 창조경제 실현을 앞당기는 원동력으로 만드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2015년 발표된 ‘클라우드 컴퓨팅 활성화 계획’에서는 3% 수준인 민간부문의 클라우드 이용률을 2018년까지 30%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 보안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클라우드 보안 인증 제도도 마련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는 ‘클라우드 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클라우드 보안인증제 시행하고 있다. 

2017년에도 ‘K-ICT 클라우드컴퓨팅 활성화 시행계획’으로 활성화 방안이 발표되었다. 하지만 정책기조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없었다.

그렇다면 꾸준하게 활성화 방안만 나오는 이유는 뭘까?

이번엔 다를까? 그 속사정은?

무엇보다 정부 입장에서는 민간 클라우드컴퓨팅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없다. 이미 자체 클라우드인 ‘G-클라우드’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운영하는 G-클라우드는 2005년 행정기관 정보시스템의 위치 통합을 계기로 시작됐으며, 2013년부터 기존 정보시스템을 가상화 기반의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으로 본격 전환됐다.

2016년도부터 G-클라우드 저장소 내의 자료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열람하고, 원격 전자결재도 가능하다. 데이터 기록 등 중앙부처의 모든 컴퓨팅은 'G-클라우드’를 통해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전자정부 구축 간 기존 정보자원 통합정책의 연장선에서 클라우드 기술을 채용한 G-클라우드 구축에 주력해왔다. 정부 입장에선 굳이 공공부문을 억지로 민간에 맡길 동기가 없는 셈이다.

물론 정부부처와 지자체를 제외한 공공기관은 점점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를 도입하는 추세이기는 하다.

2019년 예정된 공공부문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 현황  (사진=행정안전부)
2019년 이후까지 예정된 공공부문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 현황 (사진=행정안전부)

그러나 도입한 시스템수를 보면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는 296건으로, 사실상 정부 자체 클라우드 시스템인 1,125건에 비해 25%에 불과해 정부가 공언한 목표 수치와는 멀다. 

정부 관계자는 “아무리 안전하다고 해도 공공 데이터 및 정보를 민간 사업자에 맡기는 게 쉽지 않다”며, “게다가 민간 산업은 민간 사업자 각자가 경쟁을 통해 성장하는 게 맞지 않겠냐”고 밝힌 바 있다. 

G-클라우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이에 대해 클라우드 산업 관계자는 G-클라우드가 언제까지 효율적일지 의문을 표시했다.

관계자는 “과거 G-클라우드가 처음 도입된 시기에는 중앙 통합 방식이 비용 절감에 이점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점점 컴퓨팅이 증가하는 추세 속에서 자체 클라우드로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영국의 경우 늘어나는 공공부문 IT 비용 절감을 위해 민간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전면 도입했다. 

영국은 클라우드 이외에도 예산 절감을 위해 늘어나는 데이터센터를 통폐합했으며, ‘민간 클라우드 퍼스트’를 선언하기까지 했다. 게다가 자체 개발이 필요한 경우에도 민간 클라우드의 IaaS와 PaaS를 사용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 관계자는 정부의 안이한 정책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중앙 정부는 비용 절감 걱정이 없다”며, “자체 클라우드 컴퓨팅 수요가 필요하면 센터를 또 지으면 된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세종, 광주에 이어 대구에 제3정부통합전산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3,600여 대에 달하는 서버와 10,000여 대에 달하는 정보시스템이 입주하는 규모로, 신축 예산만해도 약 1,200억 원, 총 약 4,000억 원이 투입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지자체

지자체는 난감한 상황이다. 컴퓨팅 서비스 수요는 늘어가지만, 자체 IT 시설 장비는 노후화되면서 유지보수 비용은 커지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대구시와 같이 큰 규모의 지자체는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등 사정이 좀 낫짐나, 전산실 정도만 둘 수 있는 소규모 지자체는 막막하기만 하다.

익명을 요구한 지자체 관계자는 “클라우드와 같은 IT 기술은 비용 절감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지방 정부는 어쩔 수 없이 중앙의 육성 방침에 맞춰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2015년과 2018년 초에 권역으로 묶는 지자체 통합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등 예산당국은 예비타당성 조사 이외에도 지자체 예산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무산됐다.

그렇다고 지자체가 민간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먼저 찾아나서기도 눈치가 보인다. 정부 가이드라인에서 우선 순위가 자체 클라우드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정보자원 중요도에 따른 클라우드 우선 적용 원칙 (자료=행안부)
정보자원 중요도에 따른 클라우드 우선 적용 원칙 (자료=행안부)

결국, 지자체 입장에선 중앙정부가 새롭게 데이터 활성화 추진 계획을 발표했어도 이전과 다를 게 없다. 유지보수 비용 또한 세금이다. 

클라우드 정책,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야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이현승 SW정책연구소 연구원은 공공부문에서의 클라우드 정책에 대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동등한 품질의 공공서비스를 보다 저렴하고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면 국내 공공부문에서도 민간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민간 클라우드 이용과 관련된 제도들을 포지티브 규제에서 네거티브 규제로 변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G-클라우드 등 정부 자체 클라우드의 영역을 최소화하고, 각기관이 IT 예산 절감의 측면에서 민간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을 선택할 수 있도록 관점을 달리 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전세계적으로 민간 클라우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AI 등 다양한 서비스가 계속 추가되고 있고, 클라우드 SW 시장이 공개SW 위주로 변화했다”며, “(클라우드 활성화를 위해) 솔루션 벤더 보다는 공개SW 역량을 갖춘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를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