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유다정 기자] 한국에도 크립토밸리(가상화폐 도시)가 생길까.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제주를 샌드박스형 글로벌 블록체인 특구로 조성하겠다”고 나섰다. 토지대장을 블록체인으로 관리하는 등 시범 사업을 이미 시작했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고 있는 정부가 어떻게 반응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원희룡 지사는 지난달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K블록체인 2018’에서 블록체인 허브도시의 구상을 밝혔다. 행사에 참석한 관련 업계 연사들도 정부가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생태계 활성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현재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선진국은 단연 스위스다. 2013년 스위스의 주크(Zug)시는 실리콘밸리에서 말을 따와 ‘크립토밸리(Crypto Valley)’를 선언했다. 별도로 특별법을 제정한 것이 아니라 기존 법 해석을 범위 넓혀서 적용했다. 진대제 한국블록체인협회 회장에 따르면 현재 주크시에는 블록체인 관련 회사가 500개가 넘게 유치됐으며, 주민 12만명인 소규모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고용인구가 10만명이 넘는다. 한국기업인 에이치닥(Hdac)과 아이콘(ICON)도 주크시에서 수백억 원 규모의 ICO(가상화폐 공개)를 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작년 ICO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뚜렷한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있지 않다. 업계에서는 “정부에서 지침이 없어 인력과 기술 모두 해외로 빠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입법 예고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에서 가상화폐거래소가 빠지면서 관련 단체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원희룡 지사가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K블록체인 2018’에서 블록체인 허브도시의 구상을 밝혔다. (사진=디지털투데이)
원희룡 지사가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K블록체인 2018’에서 블록체인 허브도시의 구상을 밝혔다. (사진=디지털투데이)

이에 원희룡 지사는 “지난해 투기 열풍에 정부가 놀라서 가상화폐를 금지하고 있으나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의 본질적 문제가 아닌 제도적 불완비에 따른 시장질서 혼란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규제와 가이드라인을 통해 산업육성과 투자자보호를 조화시킬 수 있는 ‘규제 샌드박스형 특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금지된 것 이외에는 모두 허용하는 ‘네가티브 규제’를 말한 것이다.

원희룡 지사의 이번 행보가 주목을 끄는 것은 제주도가 특별자치도이기 때문이다. 특별자치도는 관련 법률에 의거해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된다. 원 지사는 ▲외환∙금융∙사법이 복합된 가상화폐 문제를 특별법을 통해 해결할 수 있고, ▲국제자유도시 무비자 제도와 우수한 해외자본 투자유치 여건을 구비한 점을 무기로 국제 블록체인 허브도시로 발전이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보다 세부적인 정책 방향으로는 ▲부동산-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거래 플랫폼 ▲세금환급-블록체인 기반 부가세 환급 등 ▲교통-블록체인 기반 MaaS 정산 시스템 등 ▲에너지P2P 거래 환경, 공문서 유통 관광분야 등 블록체인 적용 추진 등이다.

제주도는 6월 제주 4차산업혁명 위원회에 블록체인 임시소위를 구성했으며, 지난 8일 제주 블록체인 특구 지정을 중앙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지난 30일에는 원희룡 지사가 직접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특구 지정을 건의하기도 했다. 현재 국토부와 손잡고 토지대장을 블록체인으로 관리하는 시범사업도 하고 있다. 제주도는 향후 관광지 세금 환급금이나 탄소 절감 포인트를 가상화폐로 지급하는 등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선보일 것이라는 계획이다.

원희룡 지사는 “현재 금융위원회 등에서 어려움을 많이 토로한다. 현행 질서에도 맞지 않고, 증권이냐 물품이냐 화폐냐 의견도 분분해 스터디 중이라는데, 정책은 공부가 아니라 실전처럼 해야 한다”며 “(블록체인 허브 도시 추진을 통해) 정부에 실체적으로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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