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치킨 프랜차이즈 BHC의 전국 가맹점주들이 본사를 사기·횡령 혐의로 검찰에 형사고발했다. 가맹본부가 이에 즉각 반발하면서 본사와 점주간 갈등은 극단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BHC 가맹점주들로 구성된 전국 BHC가맹점협의회는 지난 28일 서울 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광고비를 횡령하고 해바라기 오일의 납품가와 공급가 간 차액을 편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거래내역의 투명한 공개와 필수품목 가격 인하를 요청하고 나섰다.

이날 점주들은 본사가 가맹점주들로 하여금 광고비 204억 원 가량을 받아들였지만 실제로는 17억 원만 집행했다고 지적했다. 생닭 한 마리 가격이 4600원인데, 본사는 광고비 명목으로 400원을 추가로 거둬들인 뒤 납품가를 5000원으로 책정했다는 것. 진정호 BHC가맹점협의회장은 "본사는 지난 2015년부터 용도가 불분명한 광고비를 가맹점주 전체의 동의도 없이 수취했다. 광고비에 대한 정보도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본사가 일부 필수품목 가격을 2배 가까이 부풀려 폭리를 취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필수품목이란 당초 가맹점주가 가맹본부로부터 반드시 사야 하는 물품을 일컫는다. 이른바 '구입 강제 품목'이다. 점주들은 본사가 가맹점에게 납품하는 원·부자재 가격을 과도하게 올리고 구입하도록 강요했다고 밝혔다.

BHC 가맹점주들은 또 "경쟁사가 3만 원대 수준으로 튀김용 오일을 공급하는 것과 달리, BHC 본사는 전용 고올레산 해바라기 오일을 가맹점들에 6만 원 수준으로 팔고 있다. 해당 오일이 시중가 두 배를 지급할 만큼 고급 품질인지도 모른 채 '필수품목'이라는 이유로 구입을 강요 받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본사가 매입금액과 납품가격에 차이를 둬 부당이익을 챙겼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가맹본부에서 브랜드 수수료 외에 불투명한 명목으로 광고비 등을 거둬들여 여타 사업비로 전용하고 있다"며 "이번을 기회로 가맹점 업계에 만연하는 불공정 행위들을 사회적으로 고발하고 시정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구매 협동조합 등의 방안을 제시하며 BHC 본사가 조속히 협의회와의 상생 교섭 자리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BHC치킨 홈페이지 메인화면 (사진=BHC치킨 홈페이지)
BHC치킨 홈페이지 메인화면 (사진=BHC치킨 홈페이지)

반면 BHC 본사는 논란 직후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즉각 반발했다. BHC 측은 "가맹점 협의회가 주장하는 고발 건은 일전에 이미 문제없음으로 판명났다"고 해명했다. 본사 측은 "당시 공정위가 '가맹점주협의회의 주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근거가 없으며 일반 기름과 비교하면 더 많은 닭을 튀길 수 있어, 가격 차이가 난다는 이유로 고올레산 해바라기유가 법 위반이 될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BHC는 올 초 30억 원 정도를 가맹점에게 지원하는 등 꾸준히 상생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점주 협의회의 이같은 행보는 당사 브랜드 가치를 떨어트리고 본사뿐만 아니라 전국 가맹점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했다.

BHC 관계자는 "고올레산 해바라기유는 BHC전용 튀김용 기름으로 일반 해바라기유와는 식품유형에서 별개로 분류돼 있다"며 "고올레산 해바라기유는 단일불포화지방산의 함량이 일반 식용유보다 3배 이상 높은 고품질 오일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인터넷 최저가와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본사가 폭리를 취한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권기대 공주대학교 산업유통학과 교수는 이번 양자 간 갈등 해결을 위해 가맹본부가 선도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권 교수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의 관계는 신뢰를 전제로 한 파트너십이다. 그러나 대체로 한국 프랜차이즈는 갑을의 이분법적인 관계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맹본부는 갑, 가맹점은 을이라는 구조적인 맥락에서의 접근은 곧 상호 불신을 촉진한다"며 "결국 본부 CEO가 정도경영·투명경영의 리더십을 통해 가맹점을 포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본부가 가맹점이 현재 요구하는 광고 예산집행 및 재료 구입명세서 등을 공개하여 가맹점을 달래 양자 간 갈등의 늪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면서 "신뢰로 무장한 파트너십만이 사업활성화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BHC 최대주주는 미국계 사모투자펀드(PEF)인 TRG(더 로하틴그룹)다. TRG는 지난 2013년 BBQ로부터 BHC 지분 100%를 1200억 원에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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