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태풍으로 불볕더위는 사그라들고 있다. 그러나 차량 화재 이슈는 좀처럼 진압되지 않는 모양새다. BMW 차량 520d 엔진의 잇단 화재로 해당 모델의 출입을 막는 세차장과 주자창까지 생겼다. 또 긴급 안전진단을 받은 차량과 리콜대상이 아닌 차에서도 불이 나면서 포비아(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22일 BMW코리아는 전날까지 1만 여대의 리콜 부품을 확보한데 이어, 연말까지는 10만 6000여대의 리콜을 마무리하겠다고 발표했다.

BMW측은 이번 연쇄 화재의 원인을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결함'으로 꼽았다. EGR 냉각기는 본래 엔진 내의 온도를 낮추고 산화질소의 형성을 감소시킨다. 그러나 EGR 쿨러에서 냉각수가 새면 주요 부동액 성분이 퇴적돼 배기가스의 통로를 막는다. BMW는 이러한 현상이 배기가스 냉각 기능에 제동을 걸어 천공 현상이 발생해 화재가 초래된 것으로 보고 있다. 차주들은 리콜 신청을 해도 밀린 예약 혹은 부품 부족으로 서비스센터에서 지연 통보를 받는 경우가 많아 갖은 불편함을 겪고 있다.

초기 대응에서 BMW는 책임을 회피하고 국토교통부는 늑장을 부렸다. 연쇄 화제의 근본원인을 외면하고 책임을 차량주들에게 전가하기 바빴다. 이들의 조삼모사식 발상의 끝은 '불신'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디젤 엔진에 대한 대중의 신뢰와 지지는 곤두박질쳤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가솔린 엔진 또한 내연 기관차이기 때문에 화재 위험성과 무관하지 않다. 경유와 휘발유에 배신감을 느낀 차주들은 휘발성이 가장 약한 연료로 지목되는 '수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미세먼지 오염원을 둘러싼 논란도 여전하다. 국립환경과학원 통계를 보면 지난 2012년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대기질 측정이래 최저 수준인 41㎍/㎥였다. 그러나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16년에는 48㎍/㎥를 기록했고, 2017년에는 전년비 8.3% 다시 하락한 44㎍/㎥로 확인됐다.

환경정책의 핵심은 오염원 관리인데 미세먼지 정책은 오염원 파악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실정이다. 환경부는 전국 미세먼지의 80%를 중국 등의 국외 영향으로 지정한 동시에, 수도권 미세먼지의 최대 오염원은 경유차라고 발표함으로써 시민 혼란을 가중시켰다.

최준영 전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공학박사)은 "디젤차가 미세먼지 주범인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그에 의하면 디젤 보급 확대 시기와 미세먼지 농도의 증가가 맞물린다. 또 디젤 엔진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NOx)은 2차생성 원인물질로 알려졌다.

수소차, 미세먼지 배출·화재 발생 가능성 전무

디젤게이트(VW) 사건도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디젤게이트는 지난 2015년 독일의 자동차 대기업 폭스바겐이 디젤 엔진 배출가스량을 조작해 판매한 것이 발각돼 큰 논란이 일었던 사건이다. 최준영 박사는 디젤차의 퇴출이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 동경도의 경우 디젤차 운행을 강력히 제한해 '승용차 없는' 깨끗한 도로를 유지하고 있다"며 외국 사례를 정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음을 알렸다.

수소차는 연료를 수소로 쓰는 만큼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또 수소 화염의 복사열은 화석연료의 10%에 불과해 화재 유발 가능성이 전무하다. 수소차가 미세먼지와 차량화재 포비아를 벗어날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2013년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초로 수소차를 냈다. 대한민국은 수소차 양산에서 세계적인 주도권을 잡았다. 수소차의 공식용어는 연료전지차(Fuel Cell Electric Vehicle, FCEV)다. 수소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를 결합해 에너지(전기)와 물을 만들어낸다. 이때 귀금속 백금(Pt)이 촉매로 작용한다. 백금 가격은 1g당 5만 원에 달해 수소 연료전지의 대중화가 당장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백금은 코발트에 비해 자원의 제약이 적은 편이다. 코발트의 현 매장량을 모두 소비해도 전체 차량의 10%만 수소차 대체가 가능한 반면, 백금의 경우 현재 매장량으로도 현존하는 차 대부분을 수소차로 대체할 수 있다. 즉 백금이 코발트보다 확장 가능성은 크다.

수소차는 청정하다. 또 5분 만에 연료가 충전된다. 이는 짧은 시간에 기름을 넣고 자차를 충전하는 데 익숙한 내연기관차 사용자의 생활 리듬과 닮아 있다. 이에 반해 전기차는 완전히 충전되는 데 최소 30분에서 최대로는 8시간이 걸려 시간 대비 효율이 떨어지고, 사용자의 적응 노력을 필요로 한다.

수소차의 또 다른 장점은 연료로서 열효율이 높다는 점이다. 그런만큼 최대 주행 거리 확보에 유리하다. 올해 4월 한국에너지공단이 올린 자료를 보면 현재 수소차는 수소 1kg로 약 100km 주행 가능하다. 이는 동급 화석 연료 자동차의 6배 수준 연비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이달 14일 발표한 '2018년 7월 자동차산업 동향 보고서'를 보면 올해 7월 수소전기차(FCEV)의 내수 및 수출 현황이 낙관적인 증가율을 보였다.올해 7월 수소전기차의 내수 판매량은 29대로, 동월 전체 친환경차 내수 판매량인 8164대 중 0.4%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10대의 수소전기차 판매량을 기록한 전년 동월 대비 190% 상승한 수치다. 또 올해 7월 수소전기차 수출 판매량은 56대로, 동월 전체 친환경차 수출 판매량인 1만 2729대 가운데 0.4%를 차지했다. 이는 3대의 수소전기차 판매량을 기록한 전년 동월 대비 1776.7% 상승한 수치다.

2018년 7월 친환경차 내수 현황 (출처: 한국산업자동차협회)
2018년 7월 친환경차 내수 현황 (출처: 한국자동차산업협회)
2018년 7월 친환경차 수출 현황 (출처: 한국자동차산업협회)
2018년 7월 친환경차 수출 현황 (출처: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물론 수소차도 많은 고민을 떠안고 있다. 수소는 물을 전기 분해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데 이는 수소당 소모되는 전기의 양으로 추산할 때 비경제적이다. 또 수소는 톤당 200만 원~600만 원으로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수소는 고압으로 압축해 파이프라인, 튜브트레일러 등에 저장된 후 이동될 수 있다. 그렇지만 수소 자체가 매우 가볍기 때문에 이동 중에도 파이프라인 밖으로 방출되는데, 값이 상대적으로 비싸게 매겨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소자동차 관련 '주요 기반 시설 구축 문제' 역시 수소차의 대중화에 큰 걸림돌이다.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려면 개당 5000만 원이 든다. 그러나 수소차 충전소 설치에는 개당 약 30억 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내부적인 수소차 이슈는 차치하더라도 외부적인 여건조차 수소차의 편이 돼주지 않고 있다. 

정부는 현대차와 에너지업계와 손 잡고 2022년까지 수소차 1만 5000대와 수소 충전소 310기를 보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정작 정부의 '터무니 없이 적은 보조금 지원 예산'이 이런 포부를 따라잡지 못한다. 말과 행동이 엇박자인 셈이다.

신뢰 못 주는 대한민국 정부... 난기류 만난 수소차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3년 안에 수소차 1만5000대 확보를 하기 위해서는 약 4000억 원의 정부 예산이 필요하다. 또 수소차보다 훨씬 비싼 충전소를 310기 보급하겠다는 계획도 어불성설이다. 충전소 보급을 위해서는 2022년까지 약 9000억 원이 필요하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에서 발표된 9000억 원 규모의 계획은 실효를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추가적으로 보조금을 확보하겠다는 친환경차 관계부처의 입장과는 달리 예산당국은 정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수소차 지원에 있어 정부와 예산 당국, 국회가 불협화음을 내는 이상 친환경차 강대국으로서 한국의 위상이 바닥으로 치닫는 결과는 불가피하다.

또 현 수소차 이용자들을 위한 정부정책의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수소연료전지차 차주들은 의무적으로 차량에 '특수한 파란색 번호판'을 부착했다. 정부는 파란색 번호판이 친환경차 차주들을 쉽게 구분하고 혜택을 주기 위한 바로미터로 작용하길 기대했다. 그러나 정부의 선한 의도는 사전 준비 부족으로 변질됐다. 주차차단기가 파란색과 검은색으로 이뤄진 친환경차 번호판을 잘 인식하지 못해 요금 폭탄을 맞은 차주들의 사례가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 번호판 개조 혹은 조작건으로 차주가 억울하게 고발된 경우도 더러 있다. 한국 정부의 재정 및 제도적 보완 능력이 민간의 친환경차 수요 수준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일본 정부는 수소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일본은 지난해 수소연료전지 예산으로 417억 6000만 엔을 투자했다. 중국 역시 막대한 보조금으로 수소차 대중화에 앞서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수소차 5000대, 2025년까지 수소차 5만대와 수소충전소 300기, 2030년까지는 수소차 100만대와 1000기 누적 보급을 완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해외의 선사례를 적극 참고해 수소차 보급확산을 위한 루비콘강을 한달음에 건너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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