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를 추진했지만 성사가 이뤄지지 않은 이후, 유료방송 시장에 다시 인수합병(M&A) 불이 붙었다. CJ헬로가 딜라이브 인수를 위해 실사에 나섰고 SK브로드밴드도 딜라이브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료방송 시장 가입자 기준 3위 업체인 CJ헬로가 딜라이브를 인수할 경우 2위로 뛰어 오르고 1위 사업자인 KT를 바짝 추격한다는 점에서 영향이 상당할 전망이다.

하지만 딜라이브의 매각가와 인수자의 매입가 등 서로 생각하는 가격 차이가 크기 때문에 협상이 길어지거나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CJ헬로가 추후 통신사에게 매각을 하기 위해 몸집을 먼저 불리는 것 아느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또한 CJ헬로의 경우 딜라이브를 인수할 생각이 없지만, 최근까지 협상을 진행했던 LG유플러스에게 빨리 원하는 가격에 팔기 위해 연기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 등에게 두 번이나 매각을 시도했던 CJ헬로이기 때문에 이번 딜라이브 인수 추진에는 다른 의도나 목적이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24일 유료방송업계에 따르면 CJ헬로는 딜라이브 인수를 위해 딜라이브에 대한 실사를 시작했다. CJ헬로 관계자는 “케이블TV 1위 업체인 상태에서 유료 방송 시장을 주도하는 것이 경쟁구도 형성과 시장 다양성 유지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며 “딜라이브 실사에 들어갔지만 아직까지 확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사진/백연식 기자

 

2015년 10월 SK텔레콤이 당시 CJ헬로비전(현 CJ헬로)를 인수해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을 추진했지만 다음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넘지 못해 무산됐다. 올해 초에는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를 추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성사가 유력했지만 가격 조건 등의 문제로 결국 무산됐다. 매각을 두 번이나 추진하던 CJ헬로가 갑자기 방향을 선회해 다른 케이블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실사에 들어간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기준, CJ헬로는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13.1%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1위는 KT로 20.21%, 2위는 SK브로드밴드로 13.65%다. 7위는 딜라이브로 6.54%다. 만약 CJ헬로가 딜라이브를 인수할 경우는 19.64%의 점유율로 2위를 차지함과 동시에 KT를 바짝 추격하게 된다. 이럴 경우 SK브로드밴드는 3위로 밀려나게 되고, LG유플러스(10.89%)는 4위로 내려간다. CJ헬로가 딜라이브를 인수한다고 가정한 경우 자본력이 있는 통신3사는 M&A를 적극 검토할 수 밖에 없다. 유료방송 합산 규제 일몰로 KT 역시 이전과 달리 인수합병이 가능하기 때문에 CJ헬로가 딜라이브를 인수하는 것은 유료방송 인수합병 빅뱅에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재매각 위한 포석 vs LG유플러스에게 블러핑?

다만 일각에서는 CJ헬로가 딜라이브를 인수 한 후에, 추후 다시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나중을 대비해 몸값을 올려놓는다는 것이다. CJ헬로의 경우 딜라이브 인수로 시장점유율을 높인 뒤 SK브로드밴드나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에 좋은 가격으로 매각을 추진할 수 있다. SK브로드밴드나 LG유플러스가 딜라이브를 품은 CJ헬로를 인수할 경우 KT계열(KT+KT스카이라이프, 합산 점유율 30.54%)를 넘어서거나 바짝 뒤쫓게 된다. 

CJ헬로와 LG유플러스의 경우 3000억원이 넘는 금액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케이블 업계는 성장이 정체돼 있고, IPTV가 이미 케이블TV업계를 추월했다. 이에 따라 CJ가 CJ헬로 매각을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CJ헬로의 경우 은평구·양천구에만 서비스하고 있어 수도권 비중이 낮은 편이다. 최근 서초 지역 방송권을 매각한 딜라이브는 서울의 경우 강남구와 노원구 등 12개구, 경기권 4개 지역에서 서비스를 진행 중에 있어 수도권 비중이 높다. 업계 일각에서는 CJ헬로가 딜라이브 인수합병을 통해 단점을 보완해 몸값을 높여 다시 LG유플러스 등과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보고 있다.  

CJ헬로가 딜라이브를 인수하기 위해 실사를 진행하는 것이 LG유플러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매각을 추진하던 CJ헬로가 갑자기 방향을 선회해 딜라이브를 인수한다는 것에 의심의 눈초리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LG유플러스에게 매각하는 것이 거의 성사 직전까지 간 것으로 아는데, LG유플러스에게 좋은 가격을 받기 위해 딜라이브를 인수하는 척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분명 존재한다”고 귀띔했다.

딜라이브 인수에는 CJ헬로 외에 SK브로드밴드 등도 관심이 있는 상황이다. SK브로드밴드는 CJ헬로 인수에 검토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언론에서는 SK브로드밴드가 딜라이브 인수를 위한 실사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SK브로드밴드는 부인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딜라이브 인수를 위해 실사를 진행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딜라이브가 CJ헬로 등에게 매각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변수는 가격이다. 지난 3월 딜라이브가 현대HCN에 서초디지털OTT방송을 매각할 때의 금액은 335억원이다. 가입자가 5만1000여 명인 것을 고려하면 가입자 1인당 65만원이 넘는다. 딜라이브 가입자 전체(약 205만 명)에 적용하면 1조4000억원 수준이다. 딜라이브 최대주주인 채권단은 인수금융 출자전화 과정에서 1조8000억원 수준의 금액을 투자한 상황이다. 딜라이브 채권단은 내년 인수금융 대출 만기를 앞두고 연내 매각 의지를 강하게 가지고 있다.

하지만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를 추진할 때 생각했던 금액은 1조원 수준이었고, 기업가치는 1조9400억원이었다. 당시 SK텔레콤은 CJ헬로 가입자를 1인당 45만원으로 계산했다. 이에 따라 딜라이브가 가격을 낮추지 않을 경우에는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딜라이브 관계자는 “매각은 대주주와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진행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2017년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 및 시장 점유율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17년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 및 시장 점유율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