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서로이웃 신청이 달갑지 않아요. 어차피 블로그 매매업자일 테니까"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또 블로그 매매업자잖아?' 활발한 먹방 블로거 안지원 씨(여, 26)는 끓어오르는 부아를 꾹 참고, 승인 거부 버튼을 눌렀다. 블로그 매매업자의 서로이웃 신청이었다. 요즘 그녀는 하루에 한 번 꼴로 블로그 판매를 강권하는 서로이웃 메시지를 받는다. 이 때문에 순수한 의도로 자신에게 서로이웃 신청을 한 여타 블로거들조차 쉬이 믿지 못하는 의심병이 생겼다. '블로그 매매 권유'는 비단 안지원 씨만의 문제가 아니며 간밤에 일어난 해프닝처럼 따끈따끈하지도 않다. 아주 고질적인 쟁점이다.

이웃신청
서로이웃 신청 알림이 뜬 화면

갖은 입발림 난무하는 '네이버 쪽지', 어쩌다 블로그 매매업자 전용 공간 됐나

블로그 매매업자들의 주요 출몰지는 '네이버 쪽지'다. 그들은 네이버 자체 필터링을 피하기 위해 온갖 상형문자를 동원해 광고글을 구성한 뒤 블로거들에게 전송한다. 기자 역시 블로거로서 다양한 블로그 임대 및 판매 권유 쪽지를 받아 왔다.

불법매매
블로그 매매 권유 쪽지

쪽지에서 블로그 매매업자들이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블로그를 운영한 적 있는 누구나 매매를 통해 2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심지어 수년간 쓰지 않은 블로그로도 고소득을 얻을 수 있다. 또 그들이 말하길, 블로거가 요구한다면 국세청 홈택스 사이트를 통해 정상 운영 사업장임을 증명할 수도 있다고 한다.

게다가 '단순 광고용으로 블로그를 운영할 예정이며 불법 및 편법 광고는 일체 없으니 염려 말라'는 사탕발림도 스스럼 없이 덧붙인다. 완전 판매의 경우 최대 350만 원을 주겠다는 불법 사업자도 있었다. 또 어떤 회사는 법인 광고대행사라고 자칭하며 '합법적인 내용의 홍보만을 진행하며 저품질이 걸리지 않도록 관리까지 해준다'고 말했다. 어느 블로거도 쉬이 꼬임에 말려들 만큼 달콤한 제안투성이다.

블로그 불법 매매업자와 직접 접촉해보니... "아무나 된다면서요"

기자가 직접 나섰다. 드문드문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었다. 현재까지 블로그 총 방문자수는 10만여명, 일 평균 방문자수는 200명을 웃돈다. 최근 쪽지로 연락 온 몇몇 매매 업자들에게 카톡을 보냈다. 대부분 바로 답장이 왔다. 업체들의 대화 전개 과정은 모두 같았다. 먼저 블로그 주소 혹은 아이디를 물어본 후 일련의 테스트를 거쳤다. 약 1시간 후 네이버 반영 결과를 조회하고 검색 노출 정도에 따라 테스트 합격 여부를 알린다. 그리고 기자는 보기 좋게 '탈락'했다. 너무 많은 돈을 주려고 하면 어떻게 거절해야 하나 걱정하던 기자는 뻘쭘하게 카톡방을 나와야 했다.

카톡 대화
불법 매매업자와의 카톡 대화

씁쓸한 결과는 차치하고서라도 짚을 부분은 있다. 불법 업체들이 사업 운영을 하는 과정에서 끊임 없이 거짓말을 양산했다는 점이다. 존재 자체가 불법인 블로그 매매업자들은 쪽지에 "블로그를 운영한 적 있다면, 설사 수년간 휴면 계정 상태였다고 해도 누구나 2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면서 블로그 활성화에 상관 없이 매매 대가를 제공할 것임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기자의 실험 결과 테스트 합격 기준은 꽤나 복잡하고 까다로웠다. 테스트에 통과하려면, 반드시 매일 1개 이상의 글을 올려야 하며 이때 분량은 4000자 내외가 적당하다. 이렇게 하루 1개씩 약 90일 내지 120일 동안 꾸준히 글을 써야 고품질 블로그가 되어 매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블로그 매매업자들은 네이버 쪽지를 통해 자극 일변도의 내용을 전해 일부 블로거들의 호기심에 붙을 붙였다. 그리고 정작 연락을 취해 온 블로거들에게는 까다로운 조건을 이유로 내세우며 불합격 통보를 했다.

즉 '조건 없는 매매' 등의 달콤한 거짓말로 수많은 블로거들을 꾀어낸 후, 실제 연락한 블로거들에 한해서는 엄격한 조건을 내걸어 자격 미달 블로그는 거부하는 식이다. 업체는 자사의 선택 범위를 넓히기 위해 무분별하게 블로거들을 운집한 후, 테스트랍시고 블로그 저품질을 부추기는 테스트 절차를 강요한다. 그리고 입맛에 맞는 곳을 선택해 거래하면 그만이다.

카톡 대화가 진행될수록 쪽지 내용과 상호 일치하는 점을 찾기 어려웠다. 마침내 블로그 매매업자 자체에 대한 불신이 한층 깊어졌다.

블로그 판매 경험자 "처음과 말 다른 계약서, 스팸전화도 대폭 늘었다"

기자가 테스트를 불합격한 관계로, 블로그 판매 경험자를 찾아 이야기를 들어봐야 했다.

익명을 요청한 블로거 A씨는 2년 전 네이버 쪽지로 블로그 매매 권유를 받고 130만 원에 블로그를 거래했다. 당시 게임 일러스트 블로그를 운영했다는 그는 지난 날 블로그 판매했던 것을 후회한다. A씨는 "매매를 결정한 이후 온라인 계약서를 주고 받았는데 계약서가 명시한 항목들과, 쪽지 및 카톡을 통해 전달 받은 내용이 상이했다"고 말했다. 이어 "블로그를 넘긴 후 한동안 잦은 스팸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면서 계정 거래 즉시 개인 정보가 유출됐음을 직감했다고 밝혔다.

특정 연예인의 팬 블로그를 운영했다는 블로거 B씨는 4년 전 30만 원에 자신의 블로그를 팔았다. 그는 "얼굴과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가리고 신분증 인증을 하라고 해서 찝찝했다"며 "이후 카카오톡이나 문자 등으로 스팸 메시지가 자주 왔지만 아주 불편한 정도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계정 거래 후 6개월 동안은 활발히 광고글이 올라오다가, 상위노출이 안 됐는지 그 후로는 현재까지 게시글이 하나도 올라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블로그 매매에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애니메이션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던 C씨는 3년 전 급하게 돈이 필요해 자신의 블로그를 팔았다. 그에 의하면, 블로그 판매 후 광고글이 많이 게시되면서 저품질로 판별난 이후로는 추가적인 게시글이 전혀 올라오지 않고 있다. C씨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넘겼고 비밀번호는 변경하면 안 된다고 고지 받는다"며 "주민등록 번호를 공개하지 않았으니 추가적인 개인 정보 유출은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들 거래자는 구글링을 통해 손 쉽게 닿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네이버로부터 어떤 조치 혹은 제재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치밀한 조사로 계정 거래를 이행한 자들을 벌하겠다는 네이버의 다짐은 허울 뿐이었나보다. 

네이버 블로그 언더마케팅 관련 기획기사 2편에서는 이에 대한 네이버의 대응과 문제점을 다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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