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휴대폰, 백색가전 등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면서 백색가전 협력업계의 고민이 짙어지고 있다. 수십년간 삼성 가전 사업을 떠받쳐온 일등공신이지만 수익률이 낮아 자본 구조는 취약한 탓이다.

17일 첨단산업 전문 미디어 KIPOST에 따르면 삼성전자 백색가전 협력업계는 베트남 투자를 꺼리고 있다. 앞서 베트남으로 진출한 업체들이 투자금 회수는커녕 부도설에 휩싸이면서 위기감이 커진 탓이다.

삼성전자가 5억6000만 달러를 투자해 오는 2020년까지 조성하겠다고 밝힌 베트남 호찌민 사이공 하이테크파크(SHTP)의 조감도. /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5억6000만 달러를 투자해 오는 2020년까지 조성하겠다고 밝힌 베트남 호찌민 사이공 하이테크파크(SHTP)의 조감도.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 2010년부터 베트남으로 라인을 이전하면서 현지에 동반 진출할 협력사를 물색했다. 당시 제안을 받은 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비중이 높은 부자재 업체나 인건비 비중이 큰 업체들이다. 진양오일씰, ㈜서광, 코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업체 중 상당수는 무리하게 현지 투자를 결정해 자본 구조가 급격히 취약해진 상태다. 여기에 현지 경쟁사도 생겨나면서 단가 인하 압박이 거세졌다. 원자재 수급 방식도 삼성전자가 1년 단위를 선물로 결제해 각 협력사가 필요한 만큼 조달하던 방식에서 각 업체가 자체적으로 원자재를 사들이게 바뀌어 가격 협상력은 낮아지고 재고 부담은 더 커졌다는 설명이다.

실제 삼성전자의 베트남 이전 제안을 받아들여 1차 협력사에 오른 A업체는 매출은 늘었지만 투자금을 회수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 내부적으로 부도설까지 돌고 있는 상태다. A업체는 이를 무마하기 위해 2차 협력사에 재고를 떠넘기기도 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선투자한 협력사들은 국내 생산량 감소와 함께 현지 협력사들의 등장으로 단가 인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며 "투자금 회수는커녕 빚만 졌다는 업체들이 허다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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