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개인 블로그를 매매해 마케팅 및 영업용 도구로 활용하는 업자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블로그 매매는 결국 잘못된 영업수단으로 쓰인다. 품질이 낮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마치 개인 블로거가 호평한 것처럼 꾸며서 판매한다. 엄연한 소비자 기만이고 피해다. 또 돈이 필요해 자신의 블로그를 판매한 운영자들의 개인정보 노출 이슈도 있다. 업계 1위로 가장 활발한 블로그 매매가 일어나고 있는 네이버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언더마케팅을 위한 네이버 블로그 매매 사례에 대해서는 1편 <네이버 블로그 팔면 350만원?...언더마케팅 여전히 '횡행'>에서 살펴봤다. 그리고 이에 대한 네이버의 대처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지난 2015년 5월 28일 네이버 블로그팀 공식 블로그에 ‘블로그 계정판매 요청, 포스팅알바 관련 당부 말씀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숱한 신고가 접수되어도 묵묵부답이던 네이버가 블로그 매매를 처음으로 언급한 순간이었다.

2015년 네이버 블로그팀의 첫 공식 입장
2015년 네이버 블로그팀의 첫 공식 입장

네이버는 이용약관 제8조 1항을 거론하며 "회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에 관한 관리책임은 회원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글은 '네이버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저장해 놓은 회원이 유출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는 발언은 강력히 전달했다. 그러나 ‘귀중한 고객 정보를 외부의 유출 시도 등으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네이버의 책임’에 대한 언급은 자제했다. 네이버가 오랜 시간에 걸쳐 불거진 블로그 계정판매 쟁점의 진원지를 ‘회원들의 책임감 부재’로 치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작년 6월 2일 네이버 블로그팀 공식 블로그에 '소중한 내 블로그를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제목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듯 네이버는 ‘블로그 보호’의 주체를 여전히 ‘회원’으로 국한해 인식하고 있었다.

2017년 네이버 블로그팀의 두번째 공식 입장
2017년 네이버 블로그팀의 두번째 공식 입장
2017년 네이버 블로그팀의 두번째 공식입장 (2)
2017년 네이버 블로그팀의 두번째 공식입장 (2)

블로그팀은 쪽지나 서로이웃 메시지 등에 자동 필터링 기능을 입혀 스팸 처리가 되도록 하고 있다며, 내부에서도 불법 거래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피력했다.

그러나 블로거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블로거들은 2017년이 되어서야 계정 판매 이슈를 공론화한 네이버 블로그팀의 안일함과, 단순 필터링 적용에 대해서 지적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블로그 매매가 논쟁거리로 번지기 시작한 2013년 초부터 현재까지 약 5년 동안 네이버 블로그팀은 단 두개의 안내글을 제시했다. 네이버는 별다른 기술적 조치 없이 회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이는 듯 하다. 그리고 제재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웠던 '블로그 불법 매매'는 크게 확산됐다.

네이버의 뒤늦은 ‘블로그 불법 매매’ 언급, 사람들의 반응은?

블로거들 일부는 네이버 블로그팀의 대응이 다소 안일하고 게으르다는 데 입을 모았다. 네이버의 안내글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스팸문자가 너무 많이 와서 쪽지란을 보기도 싫다", "내용은 완전히 똑같은데 다른 아이디로 계속 쪽지가 온다. 신고를 해도 매번 다른 아이디로 오니 괴롭고 짜증난다", "네이버 쪽지에서 차단과 신고의 기능이 잘 작용하고 있는 것 맞나", "블로그 안부게시판에, 쪽지에, 댓글에, 서이추 메시지까지... 매매업자가 내 블로그에 득실거리는 느낌이다", "네이버의 언급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등 네이버의 강력 제재를 촉구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네이버 블로그팀 대응에 대한 블로거들의 반응 (1)
네이버 블로그팀 대응에 대한 블로거들의 반응 (1)
네이버 블로그팀 대응에 대한 블로거들의 반응 (3)
네이버 블로그팀 대응에 대한 블로거들의 반응 (2)
네이버 블로그팀 대응에 대한 블로거들의 반응 (5)
네이버 블로그팀 대응에 대한 블로거들의 반응 (3)
네이버 블로그팀 대응에 대한 블로거들의 반응 (6)
네이버 블로그팀 대응에 대한 블로거들의 반응 (4)

홧김에 불법 매매업자 신상 공개하면, 되레 블로거가 신고 받는다?

총 방문자수 40만 명을 보유한 블로거 D씨는 쉼 없이 오는 블로그 매매 권유 문자로 인해 적잖은 정신적 피해를 받았다. 그에 의하면 올해 초 특정 블로그 마케팅 업체가 D씨에게 꾸준히 연락을 취하며 블로그 매매를 강권했다. 일전에 D씨가 중고나라에 올렸던 휴대폰 번호를 추적해 연락을 한 것인데, 불법 매매업체가 개인 번호에 영업 목적으로 무단 접근한 점에서 그는 상당한 불쾌감을 느꼈다.

계속해서 불쾌감을 드러냈음에도 불구, 다른 번호로 같은 내용의 매매 권유 문자가 왔다. 참다 못한 D씨는 매매업자의 개인 휴대폰 번호를 블로그에 공개했다. 그리고 매매업자는 이 게시글에 대해 '본인의 의지와 상관 없이 전체 번호가 노출되었다'면서 네이버에 게시중단을 요청했다.네이버는 불법 매매업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되레 피해자였던 블로거 D씨의 글에 노출 삭제 조치를 취한 것이다. D씨는 "먼저 자신의 개인 정보에 무단으로 접근해 문자로 꾸준히 매매를 강요했던 업체의 어깨에 힘을 실어준 네이버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천관석 네이버 사업정책실 차장은 이 문제를 두고 "안타깝지만 합당한 조치"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개인정보보호법 차원에서 타인의 개인 정보를 동의 없이 노출하면 법적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다. 그는 "개인 정보를 침해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첨부된 신고가 접수되면, 이를 정상적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면서 "보통 문자나 카톡으로 불법마케팅 메시지가 오는 경우는, 사용자가 중고나라 등의 사이트에 번호를 노출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블로거가 언더마케팅 업체의 연락처를 공개한 것은 개인정보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며 "블로거는 중고나라 카페에 본인 연락처를 자발적으로 명시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스스로 져야 한다"고 첨언했다. 즉 인터넷에 이미 공개된 번호에 불법 매매를 권유하는 사업자는 법적 처벌에서 자유롭고, 사용자가 거래 사이트 등에 개인 번호를 올려야 할 때는 가급적 안심번호를 사용해야 한다고 권장했다.

블로그 언더마케팅 업체들? 네이버 "매년 줄어들고 있다" vs. 블로거들 "점점 늘어나고 있다" 

천관석 차장은 네이버가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요즘에는 마스킹 처리를 하기 때문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안다고 해서 개인 정보 접근이 용이하지 않다"면서 "회원가입 시부터 정보 유출을 막고자 노력 중이다"고 밝혔다.

그는 또 "2015년 하반기부터 적용된 네이버 검색 로직 알고리즘 씨랭크(C-Rank), 그리고 올해 5월부터 시행된 다이아(D.I.A.) 덕분에 사실상 블로그 불법 매매업자가 크게 감소하는 추세다"며 "언더마케팅 업체들의 쪽지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고 전했다. 네이버의 '씨랭크'는 한 가지의 소재에 집중해 오랜 기간 포스팅을 하면 상위 검색에 배정 및 노출되는 방식이다. 씨랭크는 주제의 분포 정도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글의 질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었다. 씨랭크의 맹점을 악용한 언더마케팅 업체들이 순위조작을 일삼자 네이버는 어뷰징 청산을 위해 다이아 로직을 추가 도입했다.

'다이아'는 씨랭크의 완충제 역할을 하는데, 문서의 양뿐만 아니라 질도 반영하여 신뢰도를 추정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다시 말해, 씨랭크 지수가 높게 측정돼도 문서의 질을 따지는 다이아 지수가 낮게 나오면 검색 결과의 상위에 노출시키지 않겠다는 것이 네이버 방침이다. 천 차장은 "다이아로직의 등장으로 언더 마케팅 업체의 글들이 상위에 노출되는 실수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언더마케팅 업체 분류 기준을 묻는 질문에 천 차장은 "예컨대 특정 블로그가 꾸준히 의상 관련 컨텐츠를 주제로 글을 쓰다가 갑자기 중고 차 매매와 관련한 컨텐츠를 양산한다면, 포스팅 패턴의 갑작스런 변화로 인식을 해서 불법 매매를 한 블로그인지 따져보게 된다"고 답했다. 그는 "요즘 네이버가 완강한 자세로 언더마케팅 업체와 대척점을 이루고 있다"면서 "낙심한 언더마케팅 업체들이 점차 다른 형태의 SNS로 옮겨가는 추세다"고 밝혔다.

반면, 블로거들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블로그 매매 권유 쪽지가 줄어들기는 커녕 일년 새 크게 증가했다는 입장이 파다하다.

일 평균 방문객 4000명을 자랑하는 영화 블로거 E씨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블로그 매매 권유 쪽지를 받는다. 그는 "네이버가 씨랭크와 다이아를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하지만, 정작 네이버 블로그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은 불편을 토로하고 있다"면서 "사용자의 개선 요구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블로그 이웃이 갑자기 특정 병원 홍보글만 올리면 블로그를 판매했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면서 "분명 법에 저촉되는 행위인데 이들이 처벌 받는 상황은 단 한번도 목격하지 못 했다"고 말했다. 그는 네이버가 '불법 거래 관계가 있었던 사람들'을 포착하여 법적으로 단호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러한 처벌 과정을 실시간으로 네이버 공식 블로그에 공유하면, 판매자나 매수자 등으로 하여금 경각심을 깨치도록 하는 데 일조할 것이다"고 밝혔다.

네이버, UX/UI 개선에 최선 다해야 할 때

네이버는 자타공인 국내 1위 인터넷 사업자다. 많은 국민들이 궁금증을 '네이버' 하나로 해결 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마트폰의 화면을 켜면 습관적으로 네이버에 들어가고, 정보를 찾을 때도 대개 포털을 활용한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의 SNS를 통해 뉴스 소비는 가능하지만 정보 검색은 한계가 있다.

각종 제재에도 불구하고 매번 언더마케팅 업체가 포털 바닥에 낙타가 들어갈 바늘 구멍을 뚫어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의 로열티를 확보해야 하는 기업들은 네이버 검색 상위 노출에 사활을 건다. 티스토리나 이글루, 브런치도 네이버 블로그와 비슷한 플랫폼이지만 불법 매매가 성행하지는 않는다. 양질의 글과 정보의 성질이 속임수를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검색엔진' 구글과 다른 노선을 걷겠다고 다짐한 '포털' 네이버가 블로그 불법 매매와 같은 속임수를 낳았다고 할 수 있다.

(사진=네이버블로그)
(사진=네이버블로그)

아무리 네이버 블로그가 로직을 강화해도 언더마케터들은 허점을 찾고 불법 수익을 도모한다. 블로그 매매업체와 네이버 블로그의 싸움은 어찌보면 숙명이다. 네이버가 강화된 알고리즘을 도입하면 언더마케팅 업체는 필사적으로 구멍을 뚫는다. 무의미하고 힘겨운 싸움이다. 오랜 싸움이 예상되는 전쟁터에서 네이버가 든든한 지원군을 얻기 위해서는 블로거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블로거의 비난을 적극적으로 흡수해 UX/UI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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