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유다정 기자] 모든 사물이 연결된다는 초연결 시대가 눈앞에 온 가운데 국내외로 '해킹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양자암호통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 정부 또한 산발적으로 국내 기업 및 연구소에 지원을 하고 있지만, 보다 정부주도적이고 막대한 자원의 투자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3월 5G를 세계최초로 상용화하겠다고 선언하며 일정을 재촉하고 있다. 5G 시대엔 전세계 430억개의 사물이 통신으로 연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초연결 시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자율주행차다. 가트너에 따르면 2020년에 이르면 전 세계에서 주행 중인 차량 다섯 대 중 한 대인 2억5000만대가 무선 네트워크에 연결된다. 통신망에 접속 가능한 차량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차량 내 정보 통합 관리 및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인포테인먼트와 자동 주행까지 가능한 지능형 자동차가 IoT의 대표적인 서비스로 부각되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핵심은 도로 곳곳에 설치된 기지국을 통해 주행 정보들을 수집하고 이를 중앙 서버가 분석하여 차량에 제공하는 V2I(Vehicle-To-Infra) 통신의 속도, 그리고 이 때 해킹 시도를 차단할 수 있는 안전한 통신망이다. 아무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보안 수준이 높아도 기기를 서로 연결하는 통신망의 보안이 불안하다면 정보 유출의 위험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양자암호통신 개발이 국내외에서 이슈인 까닭이다.

양자암호통신은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물리량의 최소 단위인 양자(Quantum)의 특성을 이용해 이론상으로는 '도청과 해킹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보안이다. 양자의 중첩상태에 있는 양자를 외부에서 한번이라도 관측을 하게 되면 0과 1의 양쪽 값을 동시에 취하고 있던 상태가 0 혹은 1, 어느 한쪽으로 결정되어버린다는 성질을 이용해 제3자가 통신정보 가로채려고 할 때 쉽게 알 수 있다. 

보다 쉽게 설명하자면 기존 통신은 평범한 '공'을 주고받는 것이다. 제3자가 공을 가로챈 다음 공을 똑같은 모양으로 복제한 후 다른 공을 전달해도 탈취 여부를 알기 힘들다. 반면 양자암호통신은 비눗방울을 주고받는 것과 같다. 누군가 중간에서 비눗방울을 살짝만 건드려도 모양이 변형돼 복제 자체가 불가능하고 탈취 시도 흔적이 남는다.

(이미지=SK텔레콤)
(이미지=SK텔레콤)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이 2011년 양자기술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선도적으로 개발 중에 있다. 지난 2월엔 양자암호통신 기업 IDQ 인수 작업에 돌입한 데 이어, 최근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도이치텔레콤 네트워크 시험망에 양자암호통신 시스템을 적용했다.

SKT에 따르면 IDQ는 양자암호통신 분야에서 중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 매출액과 특허 보유 등에서 1위로, 10~20년 경력을 가진 30여명의 석·박사급 연구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SK텔레콤과는 2016년에 양자난수생성 칩을 공동 개발한 바 있다. 양자난수생성기(Quantum Random Number Generator)는 암호키를 만들기 위해 패턴이 불규칙한 ‘난수’를 생성하는 장치다. 소형 칩으로 개발돼 통신망 이외 각종 사물인터넷(IoT) 기기에도 탑재 가능해 양자암호통신의 적용 범위를 대폭 확대시킬 수 있을 전망이다.

KT는 지난 2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10km 구간의 일대다(1:N) 양자암호통신 시험망을 구축에 성공했다. 지난 7월엔 KIST, LG유플러스, KAIST, 한국전자통신원(ETRI), 텔레필드, EYL 등과 함께 제안한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 기술’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ITU(국제전기통신연합) 표준화회의에서 국제표준안으로 승인되기도 했다. 

해외에선 국가적 차원에서 양자암호통신을 육성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2016년 베이징-상하이 2000Km 구간에 양자암호통신 백본망을 구축했고, 세계 최초로 양자암호통신 위성을 발사했다. 올해 1월에는 중국 베이징 인근에서 약 7600㎞ 거리의 오스트리아 비엔나까지 양자로 암호화된 사진 파일을 안전하게 주고받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도 들렸다. 세계 최장거리 기록이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13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일본도 2017년 양자암호통신 위성을 쏘아 올렸고, 미국은 2016년 양자정보 과학발전계획을 수립, 유럽은 향후 10년간 10억 유로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양자통신의 발달 척도는 얼마나 먼 거리에서, 얼마나 많은 수신자에게 도달할 수 있는 지다. 무선은 차치하더라도 유선에서도 국내외 격차가 많이 벌어진 상태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K텔레콤과 KT, 한양대학교 등 국내 여러 연구기관의 연구 활동 대부분은 정부지원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지만,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예산 규모가 5년간 500억원 이하거나 국가예산이 300억원 이하인 사업들이 거쳐야 하는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 양자통신 관련 사업이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내년도 예산은 국회와 기획재정부를 거쳐 12월에나 편성될 예정이다.  

김아정 세종대 전자정보통신공학과 교수는 "신개척지인 양자 기술 개발은 규모나 특성상 국가적 지원이 필수불가결한 분야로써, 중국의 경우 양자정보통신에서 후발 주자이었으나 국가차원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단시간 내에 기술 주도국으로 앞서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교수는 ”양자 기술은 기술 진입 장벽이 높고 외국으로부터의 기술 도입이 어려운 만큼, 미래 산업의 준비에 방향성을 잃다가 기술 정보의 종속국, 보안 취약국으로 도태되지 않도록, 정보통신 인프라 보호 및 기술 자급력 제고를 위한 국가적 양자정보통신 기술 개발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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