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올해 상반기 5G 주파수 경매가 완료되면서 5G 상용화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국내 이통사들은 9월 통신 장비 업체 선정에 이어 연내 안에 망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5G 네트워크 투자 비용이 LTE 때보다 5조원 더 많은 25조원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망중립성에 대한 원칙 재정립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망중립성이란 네트워크 사업자가 누구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사업자 혹은 서비스 별로 차별해선 안된다는 원칙을 말한다. 망중립성 원칙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최근 이 원칙을 폐기하면서 글로벌 환경이 변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다가오는 5G 시대에는 자율주행차용 네트워크와 의료용 네트워크, 스마트폰용 네트워크를 나눠 별도 속도를 제공하는 네트워크 슬라이싱이 본격적으로 등장할 예정이라 망중립성 폐지에 대한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8일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5G가 자동차, 금융, 유통 등 10개 산업과 스마트시티, 비도시지역, 스마트홈, 스마트오피스 등 4개 기반 환경에 제공하는 사회 경제적 가치는 2025년 30조3000억원, 2030년 47조8000억원 규모다. 이는 2017년 GDP(국내 총생산)의 1.87~2.94%에 이르는 수치다.

미래의 국내 GDP 규모를 최근 5년간 CAGR(연 평균 증가율, Compound Annual Growth Rate) 기반으로 예상해보면 2025년 5G의 사회경제적 가치는 당해년도 GDP 대비 1.51%, 2030년 5G의 사회 경제적 가치는 당해 년도 국내 GDP 규모 대비 2.08%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KT경제경영연구소
자료=KT경제경영연구소

KT경제경영연구소가 인용한 해외 주요 연구들에 따르면 5G 같은 GPT(기반기술)는 외부효과가 매우 크지만 그에 비해 경제적 보상이 돌아오지 않는 시장 실패가 발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사회적 최적 수준에 비해 과소 투자되기 때문에 직접투자, 보조금, 규제 등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5G는 스몰셀 구조로 4G에 비해 더 촘촘히 기지국을 구축해야 하고, 엣지 컴퓨팅 등 장비 설치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GR에 따르면 미국의 5G망 구축에 2025년까지 총 1040억 달러(약 119조원)의 신규 투자가 필요하다. 5G는 산업간 융합을 촉진하면서 다양한 경제적 부가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에 정부와 산업계의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5G 융합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시장 매커니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인력, 예산 부족으로 독자적인 디지털 전환을 통한 생산성 향상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5G와 솔루션 도입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등 디지털 전환에 대한 지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스웨던 통신 장비 업체 에릭슨은 2026년까지 디지털 관련 ICT 사업자의 글로벌 매출은 3조 4580억 달러로 13.6% 증가하지만, 이 중 5G에 의해 발생한 매출은 약 35%인 1조 3070억 달러로 전망했다. 5G에 의해 발생한 매출 중 통신사업자가 네트워크를 제공하면서 차지하는 매출은 2,040억 달러로 15.6%에 불과하다.

즉, 5G로 인한 효과가 네트워크 사업자(통신사)보다 ICT 산업 전반에 더 크게 작용하는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KT경제경영연구소는 설명했다. 다시 말해, 망 투자를 하는 통신사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고 KT경제경영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료=KT경제경영연구소
자료=KT경제경영연구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011년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 이후 2013년, 2015년 개정이 조금씩 이뤄져 현재의 ‘망중립성 및 인터넷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전송 품질 보장에 따라 망중립성이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

최선형 인터넷(일반적인 인터넷)에 대해서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망중립성을 적용했지만, 전송품질을 보장해야 하는 VoIP(인터넷전화) 및 IPTV 등에 대해서는 예외를 뒀다. 전송 품질이 필수적으로 보장돼야 하기 때문에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예외를 둔 것이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5G 시대 역시 역시 전송 품질 보장 기준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통신사에게 망에 대한 지배력을 높여줄 경우 투자는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밖에 없다.

문제는 5G가 열게 될 새로운 응용영역 중에는 QoS(통신서비스 품질)가 반드시 보장돼야 하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자율주행차의 경우 사고 방지를 위해 초저지연 통신이 보장돼야 하며 스마트 팩토리나 실시간 원격 조작에 적용될 경우에도 원활한 작업을 위한 끊김없는 통신이 중요하다. 특히 5G의 경우 네트워크 슬라이싱이 가능해 케이스별로 가상의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망중립성 논란을 더욱 가열시키고 있다. 

망중립성에 대한 학계와 업계의 의견은 갈린다. 5G 네트워크를 설치해야 하는 통신사들은 대용량의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대형 인터넷 업체들이 비용을 일부 내야한다고 강조한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 인터넷 업체들은 중소업체들이 피해를 받는다며 이를 반대하고 있다. 고양이가 쥐를 생각하는 있는 격이다. 

자료=KT경제경영연구소
자료=KT경제경영연구소

김성환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달 열린 망중립성 관련 토론회에서 “망중립성 원칙을 현실화 할 필요가 있다”며 “망 중립성 원칙이 국내외 거대 관련 기업을 등장시키는 등 인터넷 발전의 원동력이 됐지만 통신비 부담은 이용자들에게 집중된 측면이 있다. 대용량 트래픽이 필요한 콘텐츠의 경우 통신사들이 속도를 제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용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규제개선팀장은 “5G 시대에 획일적인 망 중립성 원칙 유지는 역동적인 시장 변화와 갭(차이)이 있다”며 “망 사용료 차등을 허용해 투자 유인을 만들어 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지키고 있는 망중립성 원칙이 더욱 강조돼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네트워크 슬라이싱이나 서비스별 망 속도 제어는 콘텐츠 제공사업자들에게 더 많은 접속료를 징수하는 근거가 된다. 그에 따른 요금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이 지게 될 것”이라며 “네트워크 사업자인 통신사들의 제로레이팅 허용도 시장지배력 전이가 발생할 수 있어 금지 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 업계는 망중립성이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차재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망 중립성이 완화되면 기업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며 “오히려 중소 콘텐츠 제공사업자와 스타트업들이 고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망중립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지만, 자율주행차 등 전송품질을 보장해야 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망중립성 예외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드시 속도가 보장돼야 하는 서비스에는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망중립성에 예외를 둘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료=KT경제경영연구소
자료=KT경제경영연구소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5G 시대에서 자율주행차 등 품질보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새로운 산업의 경우 상용화 동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예를 들어,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에서 구급차의 경우 예외를 둘 수 있지만, 이를 소방차까지 범위를 넓힐 지 또는 경찰차까지 예외를 둘 지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영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국장은 “망중립성 정책은 그동안 인터넷 생태계, 혁신적 서비스 발전에 기여해왔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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