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
(The future is already here — it's just not very evenly distributed.)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SF작가 윌리엄 깁슨은 두 문장으로 미래를 표현했다. 많은 이들이 미래는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고 여기지만, 이미 어딘가에서는 존재한다는 뜻이다. 마치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우리 삶에 스며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지난 7월, 국회도서관 팩트북은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선정하고, 미래 기술로 일컬어지는 인공지능,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이 응용된 서비스 사례를 모았다.

인공지능이 바꾼 공공 서비스

새로운 기술은 오래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타난다. 인공지능이 시민들에게 잘 인식되지 않은 이유는 아직 생활 속의 어려움을 잘 풀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직접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해도, 도움은 주고 있다.

강남구는 전국 지자체 중에서 주정차 위반 적발 건수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적발 건수가 많은 만큼 의견 진술이나 이의신청 건수도 못지않아, 이로 인해 가중되는 행정 소요는 자연스럽게 다른 분야의 민원에 대한 공백으로 이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강남구는 인공지능 기반 챗봇 서비스 ‘강남봇’을 도입했다. ‘강남봇’은 민원인이 주정차 위반으로 이의신청 시, 구청에 방문하거나 팩스를 보내지 않고도 카카오톡 대화만으로 자동으로 민원이 접수되는 서비스다.

더불어 ‘강남봇’은 강남 지역의 주차장 정보뿐만 아니라 견인기준, 주차 과태료 대상, 단속지역 여부 등 주·정차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24시간 동안 제공한다. 아직은 키워드를 통해 정해진 답변을 하는 수준이지만,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행정력은 상당하다. 

인공지능은 세정 서비스에도 쓰이고 있다. 경기도는 ‘지능형 세정서비스’를 도입하여, 지방세 관련 민원 상담 및 결제 단계를 최소화했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지능형 세정서비스’로 납세자의 편의를 높이는 한편, 실시간 납부 확인을 통해 세정 업무의 효율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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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형 세정서비스 도입 전 · 후 흐름 (자료=경기도, 한국지역정보개발원)

또한 ‘강남봇’과 같은 ‘지방세 상담봇’도 운영하고 있다. ‘지방세 상담봇’은 경기도 세정 공무원들이 구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민원인이 지방세와 관련된 질문을 하면 답변을 해주는 24시간 상담 서비스다. 

경기도는 2019년까지 발송하는 종이고지서 중 약 10%를 '지능형 세정서비스'의 스마트고지서로 대체해도 약 14억 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으며, 최대 11단계까지 납부 절차를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블록체인

지난 4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 투표시스템 개발한다고 밝혔다. 온라인 투표에 신뢰성을 확보하여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선거 조작 등의 사고를 막기 위함이다. 

이미 블록체인을 투표에 도입한 곳이 있다. 경기도는 ‘따복 공동체’ 주민제안 공모사업 평가에 블록체인 시스템을 활용해 투표를 진행했다. ‘따복 공동체’는 ‘따뜻하고 복된 마을공동체’의 줄임말로, 주민 공동체 활성화 사업이다.

지난 2017년 2월 23일 진행된 공모사업 선정 평가에는 815건의 사업이 투표 심사에 올랐는데, 각 공동체 구성원은 미리 배부된 1개의 QR 코드를 통해 각 사업의 발표를 보고 ‘좋아요’를 눌러 투표를 진행했다. QR코드에는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어 조작이 불가능하다. 

따복공동체 공모사업 선정 투표에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됐다.(사진=경기도)
따복공동체 공모사업 선정 투표에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됐다.(사진=경기도)

경기도는 블록체인 투표를 통해 신뢰성·투명성을 확보하여, 지금까지 일부 대표만 참석하여 진행했던 심사를 공동체 전체가 참여하는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했다고 평가했다.

서울시 심야버스, 빅데이터 활용한 모범 사례

빅데이터의 전제는 빅데이터의 존재다. 그런 점에서 1000만 인구의 서울시는 빅데이터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도시의 하나다. 특히 교통 부분에서 빅데이터의 활용도는 높아진다. 

서울시는 KT, 한국정보화진흥원과 함께 심야버스 노선 설정에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시민 편의를 향상시켰다. 서울시는 자정에서부터 5시 사이의 서울 시내 유동인구 현황을 토대로, KT가 보유한 심야시간대 통화 데이터(CDR, Call Detail Record)와 결합하여 심야버스의 최적 노선을 도출해냈다.

출처 :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심야버스 노선정책 지원’ 결과보고 자료(KT, 2013)
서울시 심야 버스는 데이터 기반 행정 의사결정 사례다 (자료=KT, 한국정보화진흥원)

시민들을 설득하는 자료가 되기도 했다. 심야버스를 시민 입장에서 자신이 이용하는 정류장이 노선에 포함되지 않으면 불만이 쌓일 수 있다. 이에 서울시는 빅데이터에 근거로 시민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적절한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더불어 서울시 심야버스 노선정책은 공공과 민간이 빅데이터를 공유하여 성공한 모범사례로 뽑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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