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폐지 원한다는 '요금 인가제' 유지하는 이유 AtoZ
정부도 폐지 원한다는 '요금 인가제' 유지하는 이유 AtoZ
  • 백연식 기자
  • 승인 2018.07.26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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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요금 인가제 vs KT-LG유플러스 신고제, 사실상 차이 '승인 시간'

[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SK텔레콤이 새로운 요금제 T플랜을 선보였는데, 정부 인가(승인)을 얻기까지 한 달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이동통신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의 경우 KT와 LG유플러스와 달리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요금 인가제 적용 대상이기 때문이다. 요금 인가제를 적용할 경우 통신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여러 부처와의 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릴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요금 인가제가 통신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대체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도 이에 공감하고, 요금 인가제 폐지 법안을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발의했지만 아직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2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정부는 미래창조과학부 시절인 2015년 10월에 요금 인가제를 유보 신고제로 바꾸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최초로 발의했다. 19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자 20대 국회가 구성된 이후 자동 부의돼 2016년 6월에 다시 발의됐다.

과기정통부 통신이용제도과 관계자는 “지난 2015년부터 인가제를 유보 신고제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 법안이 발의됐다”며 “다양한 요금제 출시를 위해 인가제 폐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국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요금 인가제란 통신 시장 1위 사업자가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할 때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로, 후발 사업자를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지난 1991년 시작됐다.

이후 정부는 SK텔레콤이 요금제를 인상하지 않을 경우 인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전환하는 방식을 도입했지만, T플랜처럼 새로운 요금제가 나올 경우나 기존 요금제를 올릴 경우에는 SK텔레콤은 정부의 인가를 받아야만 한다. SK텔레콤이 요금을 인가 받으려면 과기정통부와 이용약관심의자문위원회, 기획재정부를 반드시 거치고, 경우에 따라서는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해야 한다.

사진=플리커
사진=플리커

KT-LG유플러스, 신고제 적용...양사 "사실상 요금 인가제" vs 정부 "최소한의 안전 장치를 둔 것"

KT와 LG유플러스의 경우 인가제가 아닌 ‘신고제’ 적용 대상이다. 이에 대해 양사는 자신들이 받는 신고제가 사실상 요금 인가제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정부가 이들의 요금제를 검토하고 피드백(의견)을 주는데, 이를 반영해야만 요금을 시장에 낼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의 인가제란 주장이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완전 신고제가 시행될 경우에는 이동통신사가 무작위로 요금을 신고할 수 있기 때문에 (사전 심의 관행 등) 최소한의 안전 장치를 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낸 개정안에는 SK텔레콤을 대상으로 하는 요금 인가제가 폐지되지만 유보 신고제가 이를 대체한다. 유보 신고제란 시장 지배적 사업자(SK텔레콤)의 경우 정부가 15일 이내 반려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를 남겨 둔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의 이익이나 공정한 경쟁을 해칠 우려가 크다고 인정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예전에는 요금 인가를 받는 데 몇 개월 걸리는 경우도 있었지만, 유보 신고제의 경우 15일 이내에 가능해 심사기간이 요금 인가제에 비해 훨씬 빠르다”고 설명했다. 

신고제와 달리 요금 인가제의 경우 물가 안정 등에 의한 법률에 따라 과기정통부가 기획재정부 등과 상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최소 2~3주 이상 걸린다. 보통은 한 달을 넘기는 경우가 많다. 일부 사회적 영향력이 큰 요금제는 공정거래위원회와의 협의도 거쳐야 하기 때문이 인가 과정이 더 늦어진다. 만약 정부가 발의한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SK텔레콤은 요금 인가제 대신 유보 신고제 적용을 받는다. 

최근 변재일 의원은 인가제를 폐지하고 사후 신고제 도입을 위한 개정안을 내놨다. 변의원의 개정안은 요금 인가제 폐지 뿐 만 아니라 신고 보다 먼저 이뤄졌던 사전 심의 관행까지 없애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해 11월, 이은권 의원은 요금 인가제를 완전 폐지하고 신고제로 바꾸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요금 신고의 경우 기간통신사업자가 요금 등 이용약관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에게 서면 또는 전자문서로 제출할 경우, 요금 신고 절차가 신속하게 완료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한 것이다. 즉, 두 의원의 법안은 정부 법안과 달리 SK텔레콤의 유보 신고제 전환 대신 사실상 완전 신고제를 하자는 것이다. 

이은권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의 유보 신고제와 달리, 우리는 요금 인가제를 완전 폐지하고 신고로 전환하는 한 법안을 발의했다”며 “요금 신고 절차가 신속하게 완료될 경우, 사업자 간 서비스 가격 경쟁이 활발하게 촉발될 수 있어 가계통신비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요금 인가제에 대해 양맹석 SK텔레콤 MNO사업지원그룹장(상무)은 “이번 T플랜은 6월 초부터 과기정통부와 협의를 시작했다”며 “(인가제 적용을 받기 때문에) 협의 완료가 되면 과기정통부에 제출하고, 인가심의위원회를 거쳐 기재부에 승인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가제의 경우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서비스에 대한 요금 자율 경쟁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을 때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요금 인가제 폐지, 아직 실행되지 않는 이유...정부 법안 냈지만 통신비 인하 이슈에 묻혀

요금인가제가 폐지 또는 개정되기 위해서는 정부나 의원들이 낸 법안들이 국회 법안소위에서 논의를 거쳐 통과가 이뤄져야 한다. 작년 5월, 20대 국회가 시작되면서 과기정통부는 바로 다음 달인 2016년 6월 유보 신고제를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 발의 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통과되지 못했던 법안을 새로운 국회가 시작되자 마자 바로 제출했다는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추진 의지를 알 수 있다. 

정부가 SK텔레콤의 입장을 반영한 데는 해외에도 통신요금 인가제와 같은 사례가 없고, 음성과 데이터를 결합한 복합상품 등이 잇달아 출시되는 등 시장 상황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법안을 다시 발의한 시점인 2016년 6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전체회의에서 당시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통신요금 인가제는 세계적 흐름과 맞지 않고, 실효성도 과거와 비교해 높지 않다고 본다”고 말한 적 있다. 예전 미래부와 현재 과기정통부의 요금 인가제에 대한 정책의 방향은 같다. 

그동안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법안 소위에서 요금 인가제가 다뤄지지 않은 이유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기본료 폐지 등 통신비 감면 이슈가 불거지면서 묻힌 탓이 크다는 의견이 있다. 또한 과방위 내에서도 요금 인가제가 통신비 절감에 유리할 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통신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계속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아직 존재하는 것이다. 

과방위 의원실 한 관계자는 “이동통신 지배적 사업자의 경우 정부가 계속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요금 인가제가 폐지된다고 해서 경쟁이 활발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의원실 한 관계자는 “규제 기관인 정부도 경쟁 활성화를 위해 요금인가제를 (유보) 신고제로 바꾸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 미래부 시절의 정책이기 때문에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의원들도 있어, 논의가 시작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보편 요금제의 경우 정부가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고, 통신비 인하에 대한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만 인가제 폐지의 경우 그렇지 못하다”며 “의원들이 체감을 못하니 인가제 논의가 적극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보편 요금제와 달리 요금 인가제 폐지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요금 인가제 폐지, 아직 실행되지 않는 또 다른 이유...시민 단체 "요금 인가제 유지해야"

당사자인 SK텔레콤 측은 요금 인가제의 경우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규제이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이를 대체하는 유보 신고제가 아닌 완전 신고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참여연대 등 시민 단체 역시 요금 인가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6월 입장 자료를 내고, 지난 2005년부터 6년간 요금 인가제 신청 48건 중 조건부 1건을 제외하곤 대부분이 원안대로 통과됐다며 인가제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때 과기정통부 측은 대다수의 요금제가 이견 없이 인가되는 이유에 대해 이동통신사와의 실무 협의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적 있다.

KT와 LG유플러스 측은 SK텔레콤이 적용받는 인가제 폐지에 대해 반대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KT 관계자는 “이동통신시장은 5 대 3 대 2의 경쟁구도가 고착화돼 있고, (SK텔레콤이라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존재하는 만큼 통신요금 인가제는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현행 인가제는 이동통신시장의 경쟁 상황을 반영해 시장지배력에 따른 반경쟁적 행위를 견제하는 유일한 장치”라며 “폐지된다면 규제 공백에 따른 소비자 후생 저해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25일 열린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요금 규제 체계와 관련 인가제 폐지 개정안은 제출한 상태”라며 “모든 것을 감안해 합리적으로 나오도록 하겠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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