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AI를 비롯한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202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510만 개의 일자리가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이같은 구조적 일자리의 감소는 장기 불황과 사회불안을 가져온다고 전망했다. 일할 사람은 많은데 일자리는 없기 때문에 높은 실업률과 소득 불균형, 이에 따른 급격한 소비 감소와 같은 대공황 시절과 같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되었다. 우선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방법이 있다. 도덕적 해이 문제를 차치하고, 기본소득의 제공은 경제적 측면에서 경기 활성화에 일조할 수 있다. 

(사진=아마존)
 아마존에서 선보인 무인편의점에는 딥러닝(Deep Learning) 등의 AI기술이 활용되었다.(사진=아마존)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의 직무 전환을 위한 직업교육도 불황을 해결하는 방법이다. LG경제연구원의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위험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사무직과 판매직, 기계조작ㆍ조립 등 3대 직종을 AI가 대체할 고위험 일자리로 꼽았다. 반면, 저위험 일자리에는 보건, 교육, 연구 등 사람간의 상호 의사소통이나 고도의 지적 능력이 필요한 직종이 꼽혔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직업인을 키우는 과정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직업 교육 시장 인프라 또한 경제활성화 요인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전체 취업자 2660만 명 중 약 18%에 달하는 486만 명이 저위험군 일자리로, 앞으로의 수요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제는 재원이다. 기본소득을 제공하고 새롭게 직업 교육 시장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투자가 필요하다.

로봇세가 주목받는 이유다. 노동자에게 근로소득세를 징수하듯, 일하는 로봇에게도 마찬가지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AI 로봇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그리고 세금

AI 로봇을 바라보는 가장 일반적인 시각은 ‘고성능의 기계’다. 자동차 제조 등 자동화 공정에서 사용되는 기계의 발전된 개념으로 본다면, AI로봇은 재산에 속한다. 

강철승 중앙대 교수는 2017년 한국지방재정학회에서 “인간이 로봇을 소유한 것이라면 토지, 주택, 자동차 등과 같이 로봇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산세가 경제적 교환가치를 지니고 있는 유형・무형의 모든 재산을 과세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본다면, AI 로봇은 재산에 속한다. 예를 들어, A 편의점 점주가 AI 계산 로봇을 B 점주에게 넘긴다고 한다면, 이때 AI 로봇은 충분한 경제적 교환가치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로봇에게는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기계장비는 취득세 과세 대상이나, 재산세 대상은 아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국은 구축물, 기계장비 등 상각자산이 재산세 대상으로 포함돼 있다. 

법조협회의 <4차 산업혁명 시대 위험책임의 역할과 한계>에 따르면, “AI 로봇이 전자인으로서 독립적인 책임주체가 되는 경우에도 보험 또는 책임재산으로서의 성질을 가진다”고 주장한다. 자동차 보유자가 자동차를 보유하는 것과 같다고 봤다.

AI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하지만 AI 로봇을 기계장치로 볼 수 있을까? 알파고가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이길 때, 다음 수를 스스로 판단한 알파고를 단순한 기계장치로 본 사람은 없었다. 

이렇듯 AI 로봇이 생산·유통·서비스 과정에서 독립적인 경제활동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면 AI 로봇에게는 ‘부가가치세’도 부과할 수 있다. 부가가치세법 제3조에 따르면, 사업상 독립적으로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사업자는 개인, 법인 등은 부가가치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

강 교수는 “현행 부가가치세법은 무인자동판매기에 대해 사업자등록번호를 부여해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며 "로봇에게도 충분히 부가가치세를 부과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바둑판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플리커)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바둑판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플리커)

지난 2017년 3월 유럽의회 로봇세 논쟁 당시,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 기고를 통해 항공기 탑승권 기계나 모바일뱅킹도 일자리를 줄였지만, 이런 기술에 과세하지 않았다”며, “로봇을 일자리 약탈 주범으로 몰아 과세할 논리적 근거가 약하다”고 밝힌 바 있다. 나아가 그는 “로봇은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는 자동화 설비가 아니라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든다”고 주장했다. 로봇세는 반대했지만, 역설적으로 부가가치세 부과 대상임을 언급한 셈이다. 

참고로, 형사법 체계에서는 자율성을 가지는 AI 로봇의 불법 행위 책임과 책임 규정 문제를 규정하기 위해 독자적인 법인격을 부여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로봇도 소득세를 내라

마지막으로, 일하는 AI 로봇에게 납세의 의무를 지닌 시민의 자격을 부여하는 방법이 있다. AI 로봇의 노동에 따른 소득을 원천징수하는 것이다.

국세청 조기 공개자료에 따르면 2017년 국세는 모두 255조5932억원이 걷혔다. 이중에서 소득세는 76.8조 원에 달한다. 만약 AI 로봇가 일자리를 대체할수록 소득세 재원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로봇에게는 납세의 의무가 없다.

산술적으로 계산해보자. 한국노동연구원의 ‘기술진보에 따른 노동시장 변화와 대응’ 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일자리 55~57%가 향후  디지털화에 의해 대체될 것으로 예상했다. 약 40조에 달하는 세원이 사라지는 셈이다.

이같은 AI 로봇 납세 문제에 대해 EU는 가장 활발하다. 지난 2017년 1월, EU의회는 AI 로봇에 ‘전자 인간(electronic personhood)’이라는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결의안으로 통과했다. 이름하여 ‘로봇시민법’이다. 

그렇다면 시민의 의무인 세금도 내야 할까? 하지만 로봇세 도입에 대한 결의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투표 결과는 반대 396표, 찬성 123표, 기권 85표로 두 배 이상의 반대표가 나왔다. 

이후, 국제로봇연맹(IFR)은 로봇세 도입 기각 소식에 “(로봇에) 세금을 부과하게 되면 경쟁력과 고용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세금을 도입하면 AI 로봇을 굳이 사용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는 <쿼츠>와의 인터뷰를 통해 “공장에서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소득세와 사회보장급여를 내듯 로봇이 동일한 일을 한다면 동일 수준의 세금을 내야 한다”며, “로봇세를 통해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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