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유다정 인턴기자] 정부의 보편요금제 추진 의지가 견고한 가운데 이동통신사들도 속속 이에 준하는 저렴한 요금제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알뜰폰 업계의 출혈이 불가피해졌지만 업계 내에선 “망 도매대가가 더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3월 KT는 3만원대 요금제에서 1GB의 LTE 데이터를 제공해 ‘사실상 보편요금제’라는 평가를 받았다. 뒤이어 5월에는 데이터온(ON) 요금제를 출시했다. 월 4만9000원의 데이터온 톡의 경우 기본 데이터를 3GB에 초과시 최대 1Mbps 속도로 무제한 이용 가능하다. 출시 3일 만에 10만명을 달성하는 등 소비자 호응도 높다.

SK텔레콤도 지난 18일 요금제 개편안 T플랜을 내놨다. 그 중 ‘스몰’ 요금제(월 3만3000원)는 선택약정 시 2만원대에 데이터 1.2GB를 쓸 수 있다. 가족 결합 혜택이 확대 돼 가족 중 한 명만 고가요금제인 패밀리나 인피니티를 이용해도 각각 20GB, 40GB의 데이터를 공유받을 수 있다.

SK텔레콤의 T플랜 (이미지=SK텔레콤)
SK텔레콤의 T플랜 (이미지=SK텔레콤)

정부는 이통사가 자진해 보편요금제에 준하는 요금제를 낸다면 법제화까진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으나, 보편요금제 이슈는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17일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이통3사 CEO와의 면담 후 브리핑에서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정부가 보편요금제와 같은 통신비 부담 완화 정책을 추진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개편을 자체적으로 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지속적인 추진 의지를 밝혔다. 

이러한 움직임에 따라 알뜰폰 업계도 각자 돌파구를 찾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인 KT엠모바일과 에넥스텔레콤은 전국 1만1000여대 ATM 기기에 알뜰폰 개통시스템을 적용했다. 편의점에서 알뜰폰 유심을 구입한 뒤 ATM 기기에서 유심번호·개인 인적사항 등을 입력하고 본인인증 단계를 거치면 5분 이내에 개통된다.

보다 저렴한 요금제도 출시됐다. 에넥스텔레콤은 9900원에 데이터 2GB, 음성통화 100분, 문자 50건을 제공하는 LTE99 요금제를 10월 2일까지 판매한다. 유심칩은 전국 GS25 편의점이나 에넥스텔레콤 홈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개통도 사이트에서 정보 입력 시 1시간 이내에 가능하다. 스노우맨은 신규‧번호이동 가입하는 고객에게 요금제를 계속 유지할 경우 데이터 500MB를 매월 무료로 제공한다. 해당 혜택을 적용할 경우 가입 고객은 월 1만1000원에 데이터 1GB를 이용할 수 있다. 

헬로모바일은 지난 16일 듀얼 유심이 장착된 블랙베리 키2를 단독 출시했다, 듀얼 유심으로 하나의 단말이고 서로 다른 이통사에 가입하거나 두 개의 번호를 사용할 수 있다. 전용 요금제도 구상 중인 상태다. 헬로모바일 관계자는 “가족 결합 등 이통사와의 경쟁은 어렵다”며 “마니아층이 있는 블랙베리를 들여온 것처럼 이통사가 하지 않는 차별화 전략을 고심 중”이라고 설명했다. 

'알뜰폰 허브' 홈페이지 갈무리
'알뜰폰 허브' 홈페이지 갈무리

이에 대해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알뜰폰 업계의 저렴한 요금제는)거의 원가에 준하게 내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거나, 가만히 있으면 (가입자) 뺐기니 내놓는 생존 싸움이라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긴 하지만, 업계에선 보편요금제 문제보다는 '망 도매대가'에 관심이 쏠려있는 상태다. 

망 도매대가는 이동통신사에게 망을 빌려 쓰는 알뜰폰 사업자가 지불하는 비용을 말한다. 한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는 작년에 6.5기가 이상 데이터를 제공하는 고가 요금제에서는 도매대가를 올려 1~2% 정도의 수익만 떨어지도록 했다”며 “이통사 수익은 매년 비슷한데 (이용자의) 데이터 사용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결국 데이터 값 내려갔다는 것인데 도매대가에는 왜 반영을 해주지 않냐”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이통사는 알뜰폰이 고가 요금제에 진출하지 못하게 이미 선을 그었는데 반대로 저가 구간까지 넘어온다”, “알뜰폰 가입자가 늘어났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점유율이 높은 곳은 이통사의 자회사”라고 운영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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