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LG유플러스가 지난 2월 8만원대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선보이며 시작된 요금 경쟁이 KT에 이어 SK텔레콤에게도 불이 붙었다. 8만원대 속도 제한 없는 완전 무제한만을 출시한 LG유플러스와 달리 KT와 SK텔레콤은 모두 3만원대 등 저가 요금제를 개편했다. KT는 3만3000원의 가격에 음성통화 무제한에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베이직 요금제를 선보였고, SK텔레콤은 같은 가격에 음성통화 무제한과 데이터 1.2GB를 제공하는 스몰 요금제를 출시했다. 양사의 3만원대 요금제 모두 선택약정할인 25%를 적용받을 경우 2만4750원에 사용이 가능하다. 사실상 2만원대 요금제다. 

정부가 추진 중인 보편 요금제의 경우 1만원 중반~2만원 사이의 가격에 음성통화 200분·데이터 1GB를 제공한다. 업계는 SK텔레콤과 KT가 보편 요금제의 국회 승인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3만원대 요금제의 데이터를 늘린 것이라고 평가한다. 정부는 이통사의 이런 움직임이 바람직하지만 보편 요금제를 국회에서 통과시킬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KT와 SK텔레콤의 저가 요금제 개편 움직임에 LG유플러스도 조만간 3만원대, 4만원대 등 저가 요금제 개편안을 내놓을 것이 유력해 보인다. 

지난 18일 SK텔레콤은 3만원대(스몰)와 5만원대(미디움), 6만원대 (라지), 10만원대 요금제(인피니티) 등 기존 데이터 요금제를 개선한 요금제를 선보이고 새로운 7만원대(패밀리) 요금제를 출시했다. 3만원대는 1.2GB, 5만원대는 4GB, 6만원대는 100GB, 10만원대는 완전 무제한의 데이터를 제공한다. 이들 요금제 모두 기존 데이터 요금제를 개선했기 때문에 음성통화나 문자가 무제한이다. 

양맹석 MNO사업지원그룹장이 신규 요금제 T플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양맹석 MNO사업지원그룹장이 신규 요금제 T플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KT가 선보인 요금제도 8만원대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제외하면 3~4만원대 저가 요금제, 6만원대 요금제 등이 SK텔레콤과 상당히 유사하다. KT와 SK텔레콤의 기존 6만원대 요금제의 경우 10GB (SK텔레콤은 11GB) 기본 데이터 제공에서 소진시 일 2GB를 추가로 제공하고 이마저도 다 쓸 경우 속도제한으로 데이터를 무제한 이용 가능했기 때문에 사실상 무제한 요금제에서 데이터 혜택을 더 늘린 것으로 봐도 된다.

KT는 3만원대 요금제에서 1GB의 데이터(기존 300MB)를 제공하고, 4만원대 요금제의 경우 기존과 같은 3GB의 기본 데이터지만 소진시 1Mbps의 속도로 무제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는 혜택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과 KT의 새로운 요금제의 핵심은 3만원대 등 저가 요금제 개선이다.

SKT-KT, 저가 요금제 개선 이유 '보편 요금제 국회 통과 막아라'

그동안 이통3사의 저가 데이터 요금제는 가격에 비해 데이터가 적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보편 요금제 출시를 준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우리나라의 데이터 요금제는 3만원대 저가 요금제와 6만원대 고가요금제의 갭(차이)이 크다”며 “정부가 (보편 요금제 등) 일부 시장 개입을 하는 것은 맞지만 규제권을 가지는 것이 아닌 보편적인 요금 인하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보편 요금제는 가계 통신비 인하 정책의 핵심 사항이다. 보편 요금제 법안이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하자 KT는 3만3000원의 가격에 음성통화 무제한과 데이터 1GB 제공하는 새로운 3만원대 요금제를 지난 5월, 선보였고 SK텔레콤이 이어서 지난 18일 출시했다. 

보편요금제 법안이 규개위의 심사를 통과해 국회의 결정에 달린 상황에서 먼저 이에 상응하는 요금제를 출시한 것이다. 국회에게 경쟁이나 시장에 맞겨도 충분히 저렴한 저가 요금제 출시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 T플랜 요금제 (이미지=SK텔레콤)
SK텔레콤 T플랜 요금제 (이미지=SK텔레콤)

LG유플러스도 조만간 저가 요금제 개선 나설 듯, 정부 "보편 요금제 계속 추진"

시장 논리에 따라 LG유플러스도 3만원대 등 저가 요금제 개편안을 조만간 선보일 것이 확실시 된다. 1위, 2위 사업자인 SK텔레콤과 KT가 저가 요금제에 데이터 혜택을 늘렸는데 이에 대응 하지 못할 경우 저가 요금제 이용자들을 타사에게 뺏길 수 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가 지난 2월 8만원대 속도 제한 없는 완전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냈을 때, KT가 이와 거의 같은 요금제를 이후 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현재 저가, 고가 등 특정 구간에 국한하지 않고 다각도로 신규 요금제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SK텔레콤과 KT의 새로운 요금제 출시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보편 요금제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현재 이통사가 저가 요금제 개선에 나서는 것은 정부가 보편 요금제 등 통신비 인하 압박을 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 이통사가 저가 요금제를 개선하고 나서는 것은 정부가 추진 중인 보편 요금제를 막기 위해 출시하는 것”이라며 “통신비 인하를 위해 보편 요금제를 추진하겠다는 정부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미지=KT
KT 새 요금제 (이미지=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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