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3사가 오는 8~9월 경 5G 장비 선정을 마칠 계획인 가운데, 통신 장비 업체인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대결이 본격화 되고 있다. 화웨이의 경우 삼성전자 등 다른 장비 업체보다 30%~40% 저렴한 가격이 강점이며 이미 5G 전국망인 3.5㎓ 대역의 경우 100㎒ 폭 이상을 지원하는 장비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하지만 화웨이의 경우 보안 문제가 단점으로 지적된다.

현 시점에서 5G 통신 장비 부문에서 기술력이 떨어지는 삼성전자는 자사는 신뢰가 강하다며 시범 사업이 시작되는 오는 12월 1일까지 장비를 공급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이나 KT가 5G에서 처음으로 화웨이의 장비를 사용할 지, 삼성전자가 국내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낮아질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17일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마킷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세계 통신 장비 시장 점유율은 화웨이(중국)가 28%로 1위, 에릭슨(스웨덴)이 27%로 2위, 노키아(핀란드)가 23%로 3위, ZTE(중국)이 13%로 4위, 삼성전자가 3%로 5위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세계 시장과 달리 국내 통신장비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고, 화웨이는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 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화웨이는 삼성전자에 비해 장비가 30%~40% 저렴하며 특히 대규모 계약을 맺을 때 파격적인 할인 가격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3% 밖에 안되지만 국내 시장 점유율은 40%를 차지한다”며 “삼성전자가 국내 업체이고, 국내 모바일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프리미엄이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기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사장)이 13일 수원 삼성전자 디지털시티에서 5G 통신장비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김영기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사장)이 13일 수원 삼성전자 디지털시티에서 5G 통신장비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가성비-기술력 앞섰다는 평가 받는 화웨이

화웨이의 경우 저렴한 가격도 장점이지만 무엇보다 기술력이 앞서 있다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 5G 통신 장비의 경우 삼성전자에 비해 5G 전국망 대역인 3.5㎓의 경우 약 2분기, 28㎓ 대역의 경우 1~2달 앞서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통3사가 과기정통부가 목표로 정한 2019년 3월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올해 10월까지는 장비를 선정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9월까지 3.5㎓ 대역에서 100㎒폭 장비를 개발 완료하겠다고 이통3사에 통보했다. 하지만 화웨이는 이미 100㎒폭 이상을 지원하는 상용 장비 개발을 이미 완료한 상태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화웨이의 경우 통신 장비 분야에서 인재를 데려오는 등 투자가 많이 이뤄졌다”며 “우리나라는 5G에서 이제 TDD(시분할 이동통신 방식)를 시작하지만, 중국이 예전부터 TDD를 사용해왔던 것도 화웨이 5G 장비 기술이 앞서 있는 이유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오는 12월 1일까지 5G 상용화 준비를 마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를 따라 현재 장비 업체와 공급규모, 납품일정 등을 협의 중인 상태다. 다만, LG유플러스는 얼마 전 열린 상하이 MWC 2018에서 5G 통신 장비로 화웨이를 사용하겠다고 공식화 한 적 있다.

당시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상하이 MWC 2018 현장에 방문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MWC상하이에 참가한 장비 업체들 중에서) 화웨이만 봤다. 화웨이는 자신들이 얘기한대로 성능이나 품질이 뛰어나기 때문에 제시한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5G에서도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화웨이 장비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노키아가 비슷한 것 같다. 화웨이가 제일 빠르고 성능이 좋다”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가 5G 장비 업체로 화웨이를 선택한다고 해서 화웨이의 장비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권 부회장도 “5G 장비 업체(벤더)는 4개 업체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LTE에서도 화웨이, 삼성전자, 노키아, 에릭슨LG 등 4개 제조사 업체 장비를 선택한 적 있다. 반면 SK텔레콤과 KT는 LTE에서 노키아, 에릭슨, 삼성전자의 통신 장비를 사용한 적 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원래 다른 이동통신사와 마찬가지로 노키아와 에릭슨, 삼성전자의 통신장비를 사용했지만 지난 2013년,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에릭슨 대신 화웨이의 장비로 교체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화웨이가 가격 면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해 LG유플러스가 에릭슨의 장비를 화웨이로 교체했다”며 “교체 비용 역시 화웨이가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과 KT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5G 통신 장비의 경우 화웨이의 기술력이 가장 뛰어난데다가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도입시 장점이 분명하지만 국내 정서나 여론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통사가 화웨이의 장비를 사용하는 것에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얼마전 열린 출입기자 대상 워크숍에서 화웨이 장비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우리가 내년 3월에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하지만 5G는 결국 서비스”라며 “서비스를 구현하는 디바이스(단말기)나 통신 장비 등은 결국 우리 산업이다. 그것이 중요한데, 세계 최초하는데 의미가 희석되면 의미 없다”고 말했다. 즉, 우리가 내년에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해도 우리 나라 단말이나 우리나라 장비 등이 사용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의 대응 시작

저렴한 가격과 기술력으로 무장한 화웨이의 5G 장비 국내 공습이 시작되자 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대응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 13일, 처음으로 5G 핵심 장비에 대한 공개 설명회를 열고, 공급 일정을 공개하고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는 기존 4G LTE 기지국보다 절반 크기인 4~5㎏ 가량의 기지국을 공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자사가 신뢰가 강하기 때문에 보안에 문제가 없으며 3.5㎓ 장비 공급 일정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의 다급한 상황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날 김영기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사장)은 화웨이를 겨냥해 “5G 시대엔 새로운 서비스가 쏟아진다. 보안이 더욱 중요하다”며 “가장 안정적인 플랫폼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삼성전자”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제때 3.5㎓ 장비를 공급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시범 사업이 시작되는 12월 1일까지 장비를 공급하는 데 문제가 없다”며 “세계 최초로 전국적으로 5G망을 구축할 한국 시장이 가장 중요하다”라고도 강조했다.  

또한, “5G 시대에는 대역폭이 엄청나게 커진다. 연내 미국에서 상용화될 5G 기지국인 초고주파 대역 28㎓에서 검증받은 만큼, 3.5㎓ 등 6㎓ 이하 주파수 대역에서도 당연히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5G 장비 시장에서 2020년까지 점유율 20%를 달성하되, 80%는 해외 매출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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