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김효정 기자]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기술 기반은 5G(5세대 이동통신기술)다. 자율주행도 인공지능도 사물인터넷(IoT)에서도 미래지향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5G 기술이 담보돼야 한다. '세계최초'를 노리는 국내 이동통신사업자들도 열심히 달리고 있다. 선점을 통한 시너지효과를 안팍으로 챙길 심산이다. 

최근 관련 업계를 들여다 보면 5G 관련 크고 작은 이슈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부정적 이슈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어느 정도의 산고(産苦)가 예견되는 부분이다. 특히 5G 장비에 대한 이슈는 관심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의 세계최초 5G 상용화는 국내 ICT 서비스의 발전과 대외경쟁력 확보는 물론, 관련 국산 장비업계의 성장 및 해외진출까지 염두에 둔 것이다. 

당연히 정부 입장에서는 5G 장비에 대해 국산장비 우선 도입을 생각하지만, 대중국 무역분쟁 등의 이슈로 대놓고 공식화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실상 국내 5G 장비 시장은 중국 업체인 화웨이의 득세가 예상된다. 이미 LG유플러스는 5G 장비로 화웨이 장비 도입을 선언했다. 화웨이 통신 장비의 강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기술력도 앞서고 있다는 평가에, 가격은 30~40% 가량 싸다. 아직 SK텔레콤과 KT는 뚜렷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통신비 인하 압박으로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 5G 장비 도입시 '가성비'를 무시하기는 힘들다.

(사진=플리커)
(사진=플리커)

이들 이통사들은 화웨이의 5G 장비를 쓸 수 밖에 없는 상황까지도 벌어지고 있다. 국산장비라고 해도 삼성전자가 독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삼성전자를 제외한) 관련 국산장비 업계의 인력이 화웨이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소문이 돈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에 원가절감에 나선 이통사들로 인해 중소 장비업체들이 버텨나질 못하기 때문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때마침 국내 5G장비 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선 화웨이가 관련 인력들을 흡수하고 있다. 

삼성전자 5G 장비의 채택이 곧 관련 국산장비 업계의 성장은 아니다. 중소 장비업체들은 이미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으로 인한 '생태계 악순환' 연쇄효과에 문들 닫고 있는 상황이다. 통신사가 원가절감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그 희생양은 결국 중소기업이 됐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통사로서는 국산장비에 대한 선택지가 사실상 삼성전자 1곳으로 줄어든 것이나 다름 없다. '화웨이 대 삼성전자'라는 기업간 경쟁 프레임에 국한될 수 있다는 우려만 남는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0년 일본 도쿄올림픽에 5G 장비 납품 등 다국적 글로벌 기업 답게 해외시장 판로를 확보하는 중이다. 정부가 5G 국산장비 도입을 위해 삼성전자를 지나치게 걱정해 줄 필요는 없어 보인다. 걱정해야 할 대상은 국산 중소 장비업체들과 이들의 생존권을 보장해 줄 수 있는 통신업계의 선순환 생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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