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서울시장 후보 대표가 정치판을 '잠시' 떠났다. 정계 은퇴라는 말을 꺼내지는 않았으나, 복귀 시기 또한 정하지 않았다. 

안철수 전 후보는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로 시작하여 바이러스에 병든 컴퓨터를 고치는 IT인이 되었다. 자신의 이름을 따 세운 벤처기업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IT 중견 기업으로 키워낸 경영인이기도 했다. 성공 가도만을 달려왔던 안철수 전 후보였다. 하지만 정치인으로서의 길은 달랐다.

순탄치 않았던 7년간의 정치 여정

지난 2011년, 안철수 전 후보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계 입문했다. 새정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은 ‘안철수 현상’을 만들었고, 안철수는 그에 부응했다. 게다가 그의 행보도 국민을 놀라게 했다. 안철수 전 후보는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당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위해 시장 후보직을 포기하면서 ‘양보의 정치’의 상징이 되었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정치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국민들은 기대가 컸다. 

ㄴㄴ
19대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 포스터 (사진=국민의당)

2012년 18대 대선에서는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와의 야권 단일화를 이뤄냈다. 또다시 양보의 정치를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과정이 껄끄러웠다. 안철수 전 후보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대선 정국에서 사안마다 망설였고 확실한 의견을 내세우지 않았다. 국민들은 그에게 ‘간철수’라는 별명을 붙였다. 자신의 입장을 정하지 않고 입맛대로 간을 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탈당, 국민의당 창당, 19대 대선 패배, 바른정당과의 바른미래당으로 합당, 지방선거 패배에 이르기까지 정치인으로서 안철수 전 후보의 길은 쉽지 않았다.

안철수의 시작, IT 

아이러니하게도 올해는 우리나라의 대표 백신 프로그램인 V3 탄생 30주년이다. 1988년 서울대 의과대학에 다니던 안철수 전 후보의 손에서 V3가 만들어졌다. 안 전 후보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IT는 그가 가진 정치적 자산의 중요한 축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IT인들은 과거의 동료이자 업계의 선배였던 안철수 전 후보의 정치인으로서 실패를 어떻게 바라볼까?

생각만큼 지지하는 IT인 없어

중견 IT기업의 고위 임원인 A씨는 안철수 전 후보의 정치적 후퇴가 예견된 결과라고 본다. 그는 우리나라 1세대 IT 전문가로, 안철수연구소(현 안랩)을 이끄는 안철수 전 후보의 모습을 업계 내부에서 지켜봤다.

A씨는 “안철수 전 후보는 기업을 경영할 당시에도 정치인일 때와 비슷했다”며, “그가 최고 결정자임에도 결정을 미루고 책임감을 회피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그런 모습을 알고 있기에 A씨는 안철수 전 후보가 선거 등에 출마했을 때에도 지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A씨는 “IT인 중에서 안철수를 지지하는 사람을 생각보다 찾기 힘들다”며, “행여 나중에 정계 복귀를 하더라도 지지세력이 없어 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안철수 전 후보의 후배라 할 수 있는 젊은 IT인들의 생각을 어떨까?

IT 솔루션 기업에 근무하는 B씨는 “안철수 전 후보는 우리에게 정치인에 가깝다”며 특별한 의견을 내지 않았다. 덧붙여, “IT인 중에서는 실망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며 일반 여론에 가깝게 반응했다. IT인 안철수와 정치인 안철수가 완전히 분리되었다는 방증이었다.

"정치인보다는 IT인으로서 훨씬 큰 능력을 갖춘 사람" 

4차 산업혁명 기술 업계 관계자 C씨는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는 안철수 전 후보의 행보가 오히려 다행이라고 밝혔다. 

안 전 후보는 19대 대선 당시 과학 기술 혁신으로 AI 등 새로운 산업 개척, 교육 개혁을 통한 창의인재 육성 등 4차 산업 혁명 관련 공약에 가장 공을 들인 바 있다.

C씨는 “안철수 전 후보는 정치인보다는 IT인으로서 훨씬 큰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며, “새정치를 하겠다고 정치판에 들어가 기존 정치세력에게 경각심을 줬을지 몰라도, 여전히 그 새정치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C씨는 안철수 전 후보의 복귀 가능성에 대해 “아직 은퇴할 정도로 뭔가 큰 시도를 해보지도 않은 것 같아”며 “다시 정치판으로 복귀할 것”이라 예상했다.

복귀하려면 책임감부터 배워야

안철수 전 후보는 성공한 청년창업가이기도 하다. 사실 안 전 후보의 인생에서 정치인 경력만 제외한다면, 그보다 좋은 청년 창업 롤모델을 찾기 힘들다. 의사라는 안정적인 전문직에 안주하지 않고, 바이러스라는 문제를 발견하여 해결책을 찾아냈으며, 무료로 제공하기까지 했다. 공유라는 개념 자체도 익숙하지 않은 시절이었다. 

그렇기에 청년창업가들에게도 안철수 전 후보는 안타까운 존재다. 청년 창업가인 D씨는 “조만간 안철수 전 후보가 정치에서 물러날 것이라 어느 정도 예상했다”며 “다만, 안철수만큼 고착화된 우리나라 정치 구도를 흔들만한 정치인이 또 나타날 수 있을까 싶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창업의 걸림돌이 많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토로다. 모호한 규정과 지지부진한 논의 탓에 경영 위기에 빠진 승차 공유 스타트업 풀러스, 원격 진료 금지로 막힌 탓에 중국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재활 솔루션 스타트업 네오펙트 등 규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이 부지기수다. 

안철수 전 후보가 굳어진 판을 흔들 수 있는 정치인이길 기대했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평가였다. D씨는 “만약 안 전 후보가 복귀한다면 책임감을 배워오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