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김태림 기자] 최근 오리펀드, 더하이원펀딩, 2시펀딩 등 개인 간(P2P)대출 업체들이 투자금을 모집한 뒤 자금을 횡령하거나 대표가 잠적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대표가 야반도주한 P2P대출 업체는 현재까지 드러난 곳만 10여 곳에 달한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4일 P2P대출 관련 합동점검회의를 열었고,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1일 핀테크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원내 최고 협의·조정기구로 ‘핀테크 전략협의회’를 설치했다. 다만 현재는 관련법이 없어, 금융당국은 P2P대출 업체와 연계된 대부업체만 감독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직접 관리하기 위해선 국회에 계류 중인 P2P법안이 빨리 통과돼야 하는 것이다.

P2P대출 업계도 내부 자정 노력에 나섰다. 특히 업계는 P2P산업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다시 찾아오기 위해선 기술기반 핀테크로 재탄생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외형은 성장, 내실은 부실…부동산 P2P 쏠림 현상이 문제 키워

P2P대출은 높은 수익률을 내세우며 빠르게 성장 중이지만, 대표가 돈을 갖고 잠적하거나 대출사기를 하는 등의 부작용이 속출해 내실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월 28일 금융감독원은 P2P대출 업체와 연계된 대부 업체(대부분 P2P 업체 자회사)를 대상으로 한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2015년 373억원(17개사) 규모였던 P2P대출 시장은 지난해 2조3000억원(183개사) 규모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부동산 관련 대출의 부실률은 높았다. 전체 대출금 중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은 43.2%, 부동산담보대출은 22.8%를 차지했다. 전체 대출의 3분의 2인 셈이다. 문제는 부동산PF 대출의 연체율은 5%, 부실률은 12.3%로, 이는 전체 평균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높은 수치라는 것이다. 특히 부동산 경기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그 피해가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 업계 해석이다.

금감원은 “부동산PF, 후순위 부동산담보대출 등 부동산 경기 하락 시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는 분야로 대출 쏠림 현상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체·부실률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연체·부실률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실제로 잇따라 터진 P2P대출 업체 사고 대부분이 부동산 P2P에서 발생했다. 오리펀드는 지난 3월 설립된 신생 부동산 전문 P2P 업체다. 이 업체는 월 15%에 달하는 부동산·동산 펀딩 상품을 연일 내놓으며 사업을 시작한 지 석 달 만에 200억원 가량의 투자금을 모았다. 하지만, 지난달 경영진이 돌연 잠적해 약 1300명의 투자자들이 약 130억의 상환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 전문 P2P 업체 2시펀딩의 대표도 상황은 비슷하다. 연체율이 68.5%를 넘어서며 투자금이 상환되지 않자, 투자자들이 실질적인 대표인 전 모 씨를 고소했다. 이에 전 씨는 지난 5월 700억원대의 자금을 챙겨 일본으로 도주했다.

금융당국 뒤늦은 수습 나서…업계 내부도 자정 노력

금융당국은 뒤늦게 투자자 보호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4일 P2P대출 관련 합동점검회의를 열었다. 검찰·경찰과 협력해 P2P대출을 악용하는 불법행위에 대해 대대적이고 강력한 단속을 예고했다. 금융감독원은 같은달 21일 핀테크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원내 최고 협의·조정기구로 ‘핀테크 전략협의회’를 설치했다.

이날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금융당국은 검·경과 협력해 불법행위를 엄중히 단속·처벌하고, 추가로 규율이 필요한 사항은 가이드라인 개정 등을 통해 신속히 반영하겠다”고 했다.

금감원은 핀테크 이슈를 전사적으로 협의·조정하는 원내 최고기구 ‘핀테크 전략협의회’도 구성했다. 핀테크 전략협의회는 ▲금융권 관련 핀테크 이슈 협의·조정 ▲핀테크 관련 금감원 대응 상황 점검 ▲감독 방향 수립 등의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다만 현재는 관련법이 없어, 금융당국은 P2P대출 업체와 연계된 대부업체만 감독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2월 P2P금융 가이드라인을 내놓았고, 올해 2월 부동산PF 대출 공시 강화 등의 내용을 추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은 강제 규범이 아니다. 금융당국이 관리하고, 검·경이 불법행위에 대해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현재 이와 관련해 국회에 계류 중인 4개의 법안이 있지만 국회 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하루빨리 P2P대출에 대한 법안이 통과돼 금융당국의 규율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P2P대출 업계도 내부 자정 노력에 나섰다. 지난달 12일 한국P2P협회는 임시총회를 개최, 이 자리에서 양태영 테라펀딩 대표를 새로운 협회장으로 선출하고 자율규제를 통한 신뢰회복에 주력하기로 결의했다. 협회가 자체적으로 실태 조사를 실시해 개별 P2P대출 업체들이 가이드라인, 법규, 개인정보 등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P2P금융협회에서 탈퇴한 렌딧, 팝펀딩, 8퍼센트 등 3개 업체는 ‘P2P금융 자율규제 강화에 대한 공동성명서’를 발표, P2P금융 자율규제가 강화된 새로운 협회를 위한 준비위원회(가칭)를 발족한다고 밝혔다. 이 세 업체는 모두 개인 신용 대출 비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협회 탈퇴 시기는 다르지만, 최근 문제가 되는 사례들이 부동산 P2P에서 발생하다 보니 이들 업체로서는 부동산 P2P 관련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같은 P2P대출 업체로 묶이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해석이다.

해당 기업들은 P2P금융 회사 도산 시 기존에 취급한 대출 채권이 완전히 절연될 수 있도록 신탁화 하는 것은 물론, PF대출을 포함한 위험 자산 대출 취급 규제, 투자자 예치금·대출자 상환금과 회사의 운영 자금의 완전 독립, 회원 자격 유지 위한 외부 감사 기준 강화 등을 자율규제안으로 내걸었다.

“기술기반 P2P대출로 거듭나야”

업계에서는 자율규제 강화의 필요성과 더불어 기술기반 P2P대출로 거듭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P2P대출 업계 관계자는 “P2P금융의 본질은 빅데이터에 기반해 대출자를 자체 심사한 뒤 다양한 투자자와 투명하게 연결하는 것으로, 단순히 자금 수요자와 투자자를 중개하는 것이 아니라 여신과 중개가 융합된 산업”이라면서 “신용도 분석을 위한 정교한 심사평가 모델의 개발은 매우 핵심적인 사항”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개인신용대출 P2P기업 렌딧의 경우 빅데이터 분석과 머신러닝에 기반한 심사평가모델을 자체 개발해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오고 있다. 투자모집 역시 실시간 분산투자 추천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분산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 투자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투자를 여러 상품에 분산하게 되면 상품 부실 발생 시 분산투자한 만큼 손실금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김성준 렌딧 대표는 “심사평가모델과 분산투자 추천 시스템 모두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점점 더 정교해지고 고도화돼 간다”며 “서비스 개발을 위한 인력은 전체의 약 40% 정도로, 지속적인 기술 혁신을 위해 엔지니어 채용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8퍼센트 역시 자동분산투자 시스템을 도입해 투자자의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 테라펀딩의 경우 투자자가 원하는 투자금액, 수익률, 투자 기간, 평가등급 등을 사전에 설정해두면 조건에 맞는 상품의 대출금 모집 시 자동으로 투자가 이뤄지는 시스템을 제공 중이다.

어니스트펀드는 나이스신용평가 등 기존 신용정보 위에 자체적으로 개발한 머신러닝 신용평가모형을 도입해 개인 대출자들의 신용등급을 매긴다. 장기적으로 고객이 현재 사용 중인 휴대전화 이용 정보, IP주소, 근무지, 어니스트펀드 홈페이지 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행동패턴 등 비금융 데이터도 종합적으로 분석해 대출 심사의 정확성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상훈 어니스트펀드 대표는 “어니스트펀드는 고도화된 P2P 금융과 함께 진정한 의미의 핀테크 서비스를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자금관리 시스템 등 기본 인프라 조차 갖추지 못한 업체들이 많아 야반도주 등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고 업계는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P2P금융협회는 지난달 임시총회에서 “자금관리 시스템 강화와 보완을 핵심과제로 진행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은행자금관리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