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주 52시간 근무제’가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다. 오는 7월부터 주 최대 노동시간이 기존의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든다. 이에 따라 노사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을 주52시간 근로를 실현할 다양한 방안을 논의해왔다. 

이번 제도는 300인 이상의 사업장에 국한되나, 2020년에는 30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되며, 2021년 7월부터는 50인 미만의 모든 사업장에서 ‘주 52시간’ 법정 근로시간이 적용될 예정이다. 

근로시간만 줄인다고 워라벨?

IT업계에서는 새로운 근로시간 제도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지난 26일,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경제현안 간담회에서 “자연재해, 사이버 위기 등 연장근로가 불가피한 상황에 대해서는 특별 연장근로가 가능하도록 세부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 52시간 근무제도에서 IT 업계를 예외로 둔 것이다. 민주노총 네이버지회는 성명에서 김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IT 노동자들의 현실을 도외시"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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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업 빌딩이 ‘등대’라고 불리운 이유는 야근 때문이다. (사진=플리커)

우리나라에서 IT는 부족한 인력과 낮은 처우 탓에 대표적인 중노동 업종으로 인식된다. IT기업이 다수 위치한 구로와 판교 일대 빌딩이 ‘등대’라고 불리운 이유는 야근하는 직원들로 인해 밤마다 사무실 창에 불이 켜져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정책의 삐걱거림은 근로시간에 맞춰 노동강도를 규정하는 방식에서 나온 부작용이라 할 수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도의 핵심은 근로자의 워라벨(워크 앤 밸런스, work and balance) 달성에 있다. 근로시간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 아니라, 기업 내부의 노동 환경을 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함에도, 시간 줄이기 위주의 정책 성과에만 급급한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방향성에 맞춰야

우리나라는 과거 고도 성장기를 끝내고, 저성장의 길목에 서있다. 시대가 변한 만큼, 주요 근로자 세대의 연령대 또한 한층 낮아졌다. 점점 밀레니얼 세대가 사회를 이끄는 계층이 될 것이다.

1981년에서 1997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는 과거와 같이 ‘많이 일하고, 많이 벌기’ 보다는, ‘적게 벌더라고, 재밌게 살자’에 만족할 수 있는 기업을 선택한다. 돈보다는 워라벨이 주요 기준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밀레니얼 세대가 선택한 기업의 문화를 살펴보면, 우리 IT 기업 또한 워라벨 달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파악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밀레니얼 세대가 뽑은 일하기 좋은 기업 100위’(포춘)에 선정된 IT 기업의 면면을 살펴보았다. *기업명 (순위 / 밀레니얼 세대 직원 수 / 비율)

직원의 성공이 곧 기업의 성공

밀레니얼 세대가 뽑은 좋은 기업의 가장은 큰 특징은 직원을 소모품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직원을 대하는 경영진의 태도와 실질적인 성과 보상에서 잘 나타난다.

인력관리 소프트웨어 솔루션 기업 밤부HR(BambooHR, 89위 / 206명/ 76%)의 CEO인 벤 피터슨와 라이언 샌더스은 기념일이나 생일 등 특별한 일이 없어도 각각의 직원들에게 이메일, 유급 휴가 등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자주 감사를 전한다. 

월드 와이드 테크놀로지(World Wide Technology, 32위 / 1651명 / 40%)에서 근무하는 밀레니얼 세대 직원은 “이전 회사에서는 성과를 달성해도 돌아오는 건 빈번한 인센티브 철회나 목표치 상향 뿐이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직원의 노력을 인정하고 충분히 보답하며, 신뢰를 준다”고 말했다. 이렇게 기업이 약속을 지킨다는 것 자체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워크데이(Workday, 4위 / 2212명 / 40%)의 경우, 오후 6시가 되면 자동으로 사무실 조명이 꺼진다. 또 데이터 분석 기업 SAS인스티튜트(SAS Institute, 23위 / 1388명 / 19%)는 주 35시간 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직원이 과로에 이르지 않도록 이끄는 제도의 유무는 기업이 어떻게 구성원을 인식하는지 보여준다. 야근을 철회한다는 정책 발표 이후, 몇 달이 가지 않아 다시 야근이 시작된 몇몇 국내 IT업체와 비교되는 지점이다. 

직원의 성공이 곧 기업의 성공 (사진=워크데이)
워크데이의 사무실은 오후 6시가 되면 자동으로 조명이 꺼진다 (사진=워크데이)

기업이 직원을 소모품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성장의 기회나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좋은 기업은 직원의 성장이 곧 기업의 성장임을 알고 있었다.

엔비디아(NVIDIA, 31위 / 1955명 / 35%)는 직원들이 진정성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문화를 추구한다. 따라서 기업은 진정성이 ‘직원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의지’에서 이뤄진다고 보고, 직원이 원하는 성장의 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하고, 이를 위한 멘토도 연결해준다. 

크로노스(Kronos Incorporated, 83위 / 892명 / 25%)는 직원들의 안정된 업무를 위해 무제한 휴무, 학자금 대출 상환, 장기 육아 휴직 등 여타 기업보다 확대된 복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보장하는 투명성

자유로운 의사 소통 또한 밀레니얼 세대가 좋은 기업을 판단하는 주요 요소였다.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 전문업체인 워키바(Workiva, 57위 / 748명 / 67%)는 관리자가 직원에게 피드백하지 않고, 오히려 피드백을 받는다. 하향식 지시 구조가 기업의 연결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열린 의사소통의 여부는 ‘기업이 투명하고 윤리적인 운영되는가’라는 물음과도 연관된다. 세일즈포스(Salesforce, 2위 / 8427명 / 48%)는 문제 발생 시 경영진부터 직원까지 관련된 모든 담당자가 모여 개선책을 찾는다. 논의 과정에서 책임이 드러나게 되는데,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자유로운 소통을 통해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투명성이 필수다. 

밀레니얼 세대가 뽑은 일하기 좋은 기업 100위 안에 든 IT기업 (자료=포춘)
밀레니얼 세대가 뽑은 일하기 좋은 기업 100위 안에 든 IT기업 (자료=포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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