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강진 여고생 A양(16) 살인 사건의 범행 도구는 ‘낫’으로 추정된다. 지난 26일,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김 씨의 트렁크에 있던 낫에서 A양의 DNA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낫에서 혈흔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A양의 흔적이 낫과 손잡이 사이에서 찾아낸 것으로 보아 범행 후 닦아낸 것으로 보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부검 결과, A양으로 확인된 시신은 뚜렷한 외상이나 인위적인 훼손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발견 당시 머리카락은 잘려나갔으며, 알몸 상태였다. 가해자 김씨는 자신의 의도가 여의치 않자, 위협하는 과정에서 낫을 사용했고, 이후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낫으로 위협한다면, 무엇으로 저항할 수 있을까? 

호신용 스프레이, 삼단봉 등과 같은 호신용품은 근접했을 경우에만 쓸 수 있다. 위협하는 가해자와 1m 정도까지 가까워져만 사용 가능하다. 하지만 그만큼 접근하게 되면 낫과 같은 위협도구의 사정권에 들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총기류다.

호신 목적으로 구할 수 있는 총기는 가스총(가스분사기)이다. 가스총은 실제 총기와 모양도 비슷하여 소지하는 것 자체만으로 가해자에게 위협을 줄 수 있다. 발사된 가스에 상대방이 맞으면 피부 발진이 일어나고 눈을 뜰 수 없는 상태가 되며, 가스로 인해 눈물과 콧물도 계속 흐른다. 적어도 20~30분이 지나야만 회복할 수 있다.

ㅇㅇ
리볼버식 가스총과 분사식 가스총 (사진=한국소비자보호원)

가스총의 종류에는 경비용으로 쓰이는 분말식, 발사 시 화약이 터지면서 액체 약제가 뿜어져 나가는 리볼버식, 액체 약제가 가스처럼 발사되는 분사식이 있다. 이 중 작고 휴대하기 용이한 분사식 가스총이 호신용으로 사용하기 적당하다. 

가스총의 최적 효과 거리는 3m이며, 분사되는 가스의 약제 유효기간(6~12개월)이 지나면 성능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상시적인 점검과 함께 위협 상황에 대비한 발사 연습이 필요하다. 

가스총을 구입하려면 신체검사서와 함께 증명사진 4장을 준비해 경찰서에 제출하면 소지 허가증이 발급된다. 총포사 등 구입처에서 대행하기도 한다.

전기 충격기도 좋은 호신 무기다. 물론 근접해서 사용해야 하나, 효과는 가스총 못지않다. 전기 충격기에는 소지 허가 제품과 비소지 허가 제품으로 나뉘며, 소지 허가 제품은 가스총과 같이 소지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아쉽게도 별도 허가가 필요 없는 비소지 허가 전기충격기의 경우 초당 1~2회 스파크를 내는 수준이라 위력이 다소 약하다. 반면, 소지 허가 전기충격기는 6만 볼트를 넘지 않는 선에서 제작되기 때문에 충분히 위력적이다. 경찰이 사용하는 테이저건은 5만 볼트다. 

하지만 강진 여고생 A양은 가스총도, 전기충격기도 가질 수 없다. 21세 이상의 전과 기록이 없는 자만 소지 가능한 자격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스타트업 ‘247코리아’는 스마트폰 케이스에 전기충격기를 결합한 제품을 준비 중이다. 지문 인식을 통해 작동하는 전기충격기는 약 3만 볼트의 전류를 내며, 자체 앱을 통해 경찰에 위기 상황 메시지를 자동으로 보내주는 신고 기능도 포함된다. 247코리아 관계자는 오는 7월 중순 출시될 예정이라 밝혔다.

ㅇㅇ
전기 충격기와 결합한 스마트폰 케이스 (사진=247코리아 홈페이지)

“우리는 당신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호신용품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일상에서의 준비도 필요하다. 지난해 8월, 기술을 접목한 변화 교육을 진행하는 릴리쿰(RELIQUUM)은 호신용 전기충격기를 만드는 <공작소녀> 워크숍을 열었다. ‘ICT소녀의 날’을 위해 열린 워크숍에는 여성 청소년들이 참여하여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전기 파리채를 해킹해 전기충격기를 제작했다. 

릴리쿰의 선윤아 대표는 <공작 소녀> 워크숍에 대해 “제작자이자 사용자인 여성 청소년들이 기술에 대해 친숙해지고, 나아가 여성 청소년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범죄에 대해 일침을 가해보자는 의도를 담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사건 후 반복되는 일차원적인 여성 호신 교육 및 대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선 대표는 “여성과 남성 모두 그동안 무의식적으로 학습해 온 성차별적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사회 전반의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시민 사회에서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어느 때보다도 뜨겁게 일어나고 있으므로, 개개인이 이러한 운동들을 지지하고 동참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상 속 여성에 대한 위협을 막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여성 불안을 해결하자는 목표로 만들어진 ‘불편한 사람들’은 서울대학교 학내 프로젝트에서 시작한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 순천향대학교, 호서대학교 등에서 몰카 탐지 작업을 진행했으며, 더불어 약 200개 공공 화장실에서 몰카 탐지 활동을 펼쳐왔다. 현재 경기북부경찰청, 일산 동부 경찰서와 함께 일산 일대 지하철의 몰카 설치 여부를 상시로 점검하는 안심 화장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몰카 탐지기에서 쏘인 빛에 반사되는 렌즈로 숨겨진 몰카를 찾아낸다. (사진=불편한 사람들 페이스북)
몰카 탐지기에서 쏘인 빛에 반사되는 렌즈로 숨겨진 몰카를 찾아낸다. (사진=불편한 사람들 페이스북)

불편한 사람들이 활용하는 몰카 탐지기의 원리는 간단하다. 스마트폰과 연결된 몰카 탐지기에서 650nm의 빛을 쏘면 몰카 렌즈가 빛을 반사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스마트폰 카메라로 숨겨진 몰카를 찾아낼 수 있다. 여성들이 휴대할 수 있도록 제작된 몰카 탐지기 ‘코난’은 현재 시제품 제작을 완료했으며, 곧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불편한 사람들의 김기태 대표는 “(몰카 불법 촬영의) 실질적인 방지를 위해서는 몰카 판매 및 촬영 동영상 유통을 막는 법안이 필요하다”며 “가능한 모든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성범죄 등 여성 관련 문제의 원인은 굉장히 복합적인데, 이에 대한 정책과 서비스, 상품은 일률적이고 제한적”이라며 “우리 사회가 여성들이 겪는 문제에 대해 좀 주의 깊게 살피고 공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