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고윤정(가명) 씨는 결혼 5년 차의 아이 둘 엄마다. 작년 말, 휴직 중이었던 고 씨는 매일 돈 걱정으로 하루를 보냈다. 부족하지도 않았지만, 풍족할 정도도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가는 돈은 늘어갔다. 남편과 함께 맞벌이해도 들어오는 돈은 한정적이었다. 줄어드는 느낌마저 들었다. 무엇보다 여유가 없었다.

“부동산을 할 여력도 없고, 사실 로또도 가망 없잖아요.”

고 씨가 처음 가상화폐(암호화폐)를 알게 된 건 2017년 12월 중순이었다. 그녀가 자주 찾는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하루가 다르게 가상화폐로 돈을 벌었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자신의 1년 치 연봉을 벌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캡처이미지까지 붙여서 인증했기에 믿을 수 밖에 없었다. 

처음으로 고씨는 계좌를 만들어 5만원을 넣었다. 거래소는 업비트였다. 빗썸도 고려했지만,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추천한 코인은 모두 업비트에 있었다. 

거래는 쉬웠다. 매수를 누르고 10분을 보았을까? 5만원은 6만원이 되었다. 마법 같은 일이었다. 

“5만원을 넣었는데 10분 만에 6만원이 되더라”

처음에는 호기심 반, 기대 반이었다. 하지만 올라가는 숫자를 보는 순간, 기대가 자신을 압도했다. 고 씨는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비트코인이 1900만원을 넘어가던 때였다.

올라가는 돈을 보자, 어떤 확신이 생겼다. 그래서 남편과 상의했고 입금을 결정했다. 고 씨는 115만원을 추가 입금했다. 총 투자금은 120만원이다. 물론 고 씨의 가계 수준에선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남편도 흥미를 보였고, 고 씨를 따라 자신이 가진 여윳돈을 넣었다. 

“돌이켜보면 서로 합의 하에 투자했던 게 정말 다행이다.”

이후, 고 씨 부부는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게시글을 더 살펴보았고, 업비트에 접속하는 횟수도 늘어갔다. 비트코인의 가격은 2300만원을 넘어가고 있던 때였다. 고 씨의 계좌는 200만원이 적혀 있었다. 고 씨는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딱 2배만 만들고 나오자고 생각했어요. 딱 2배.” 

고 씨가 가상화폐에 대해 정보를 얻은 루트는 모든 커뮤니티 게시판이다. 그녀가 투자했던 코인은 퀀텀, 오미세고 등이다. 우량주라고 추천했다고 한다. 하지만 고 씨는 왜 그 코인이 우량 코인인지는 기억하지 못했다. 전형적인 '묻지마 투자'였다. 본인도 그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섬뜩했던 경험도 있다.

“어떤 코인이 100원이었는데 4000원이 되었다가, 다시 100원이 되더라. 이게 사기구나 싶었다.”

고 씨가 본 것은 작전이었다. ‘운전수’라고 불리는 세력이 매수를 통해 특정 코인의 가격을 올리다가 어느 시점에서 전량 매도해버리는 식이다. 동반 매수하던 개미 투자자는 팔지도, 사지도 못한 상태가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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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가격은 1BTC 당 약 2500만원을 찍은 후, 1월 초부터 폭락하기 시작했다. (사진=빗썸)

그래서 고 씨는 더 욕심부리지 않고 2배만 만들자고 생각했다. 그게 화근이었을까? 가상화폐는 폭락을 시작했다. 왜 고 씨는 손절매하지 않았을까?

고 씨는 “작년에도 6월에 바닥을 쳤다가 11월에 올랐다”며 베어트랩의 시점을 언급했다. 베어트랩은 투자자들이 하락장이라고 인식해 매도하지만, 길게 보면 약세장에서 강세장으로 전환되는 시점을 말한다. 고 씨는 (베어트랩)이 “다시 재현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때는 1월 10일, 하락하는 가상화폐를 보면서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었다. 이에 단타 매수-매도 전략으로 전환한다. 그러나 역시 결과는 좋지 않았다. 가상화폐는 고 씨 부부의 생각과 상관없이 계속 떨어졌다.

고 씨는 가상화폐 시장이 폭락을 시작하던 1월 초, 단타 매수-매도를 했다. (사진= 고윤정)
가상화폐 시장이 폭락을 시작하던 1월 초, 고씨는 하루에도 몇 번 씩 단타로 매수-매도했다. (사진=고윤정)

생활도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고 씨는 “눈만 뜨면 보는 게 스마트폰이었다”고 말했다. 대화도 가상화폐 뿐이었다. 고 씨 부부는 각자의 스마트폰을 보며 “떨어진다” “망했다” 같은 대화를 주고 받았다.

“이제 다 끝났다. 아무 생각도 없다.”

고 씨 부부의 손실액은 약 900만원 남짓. 그들은 더이상 가상화폐 투자는 하지 않는다. 가상화폐 관련 어플도 모두 지웠고, 커뮤니티에서도 가상화폐 글은 클릭하지 않는다. 하지만 제목만 보고도 상황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고 씨는 “전세금까지 빼서 넣은 사람도 있다는 데, 그 마음 상상도 못 하겠다”며 자신을 위로했다. 

“보고 있으면 오르더라. 그래서 사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계좌에 남은 돈이라도 뺄 생각 없냐는 질문에 “아무 생각도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고 씨는 “어플을 다시 설치하면 안 될 것 같다”며, “보고 있으면 오르더라. 그래서 사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고 씨는 지난 몇 개월 간의 가상화폐 광풍을 뚫고 나왔다. 앞으로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온전히 신기술로만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가상화폐는 과연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을까? (이미지=픽사베이)
가상화폐는 과연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을까?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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