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이재구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칩을 더 작고 효율적으로 만들어 주는 핀펫(FinFET) 기술특허 침해 평결로 카이스트(KAIST IP)에 4억달러(약 4400억원)의 배상금을 내야 할 상황에 처했다.

16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텍사스동부 마셜 지원은 카이스트특허자회사(KAIST IP)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핀펫 특허침해 혐의를 받아들여 4억달러를 배상하라는 평결을 내렸다. 삼성은 즉각 항소 방침을 밝혔다.

이 분쟁의 핵심기술인 핀펫은 반도체 성능을 향상시키고 전력 소비를 줄이면서 더 작은 칩을 만들어 주는 트랜지스터 기술이다. 핀펫은 지느러미(fin)처럼 생긴 게이트 전극을 사용한다. 이 기술은 단일 트랜지스터에서 3개 게이트를 열 수 있기 때문에 더 작은 칩으로도 성능을 높이고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2D 플레이너 공정을 사용했던 28나노 반도체에 비해 10나노 핀펫공정으로 만든 칩의 속도가 96% 향상됐고 전력소모는 71% 줄었다고 밝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엑시노스7 옥타코어칩에 처음으로 14나노미터 핀펫기술을 적용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이래 갤럭시스마트폰용 엑시노스칩에 3D핀펫 기술(사진 오른쪽)을 적용하고 있다. 이번 미동부지원의 평결은 삼성전자가 이 기술 특허권자인 카이스트IP의 핀펫특허권 침해에 대해 4400억원을 배상하라는 내용이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이래 갤럭시스마트폰용 엑시노스칩에 3D핀펫 기술(사진 오른쪽)을 적용하고 있다. 이번 미동부지원의 평결은 삼성전자가 이 기술 특허권자인 카이스트IP의 핀펫특허권을 침해했으므로 4400억원을 배상하라는 내용이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엑시노스7 옥타코어칩부터 14나노미터 핀펫 반도체를 생산했다. (그림=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엑시노스7 옥타코어칩부터 14나노미터 핀펫 반도체를 생산했다. (그림=삼성전자)

카이스트의 특허 자회사인 카이스트IP USA(KIP USA)는 초기 소장에서 “삼성이 처음에는 핀펫 기술이 일시적 유행이라며 무시했지만 경쟁사인 인텔이 이 기술을 라이선싱해 자체 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하자 이런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인텔은 100억원을 지불하고 이 특허권을 사용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평결에서 배심원단은 삼성의 특허침해를 고의적이거나 의도적인 것으로 봤으며 이는 판사가 징벌적 피해(treble damages)로 판단할 경우 배상금을 평결액의 3배인 12억달러(약 1조3000억원)로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최대 칩 제조업체인 삼성전자는 배심원단에 “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대학과 협력했다”며 특허 침해 혐의는 물론 이 특허의 합법성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삼성전자는 성명서에서 “우리는 항소를 포함, 합법적인 결과를 얻기 위한 모든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송이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해당 특허기술이 삼성전자 주력 휴대폰인 갤럭시폰용 엑시노스 칩 제조 공정의 핵심기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특히 올해 말에는 최첨단 7나노미터 핀펫공정 팹 가동을 앞두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퀄컴과 글로벌파운드리도 이 특허를 침해했지만 KAIST IP에 어떤 배상도 하지 않았다.

글로벌파운드리, 삼성전자는 칩 생산공정에 핀펫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세계 최대 팹리스 휴대폰칩 회사인 퀄컴은 삼성전자와 글로벌파운드리의 핀펫 반도체 생산공정을 이용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들 회사가 공동 방어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카이스트 IP 측 변호사는 이 판결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카이스트는 미국 텍사스주 달라스 북쪽에 있는 프리스코시에 특허자회사 KAIST IP US(KIP US)를 두고 있다.

핀펫기술 특허 소송의 배경에는 이종호 서울대 공대교수가 있다. 경북대를 졸업한 그는 지난 2001년 벌크 핀펫 기술을 개발해 첫직장인 원광대와 카이스트의 핀펫공동연구를 주도했고, 두 대학과 경북대 등에 특허출원을 요청했지만 일부 지원만 받게 되자 개인 명의로 국외 출원한 후 이를 활용하기 위해 KIP에 특허권을 양도했다. KIP US는 지난 2016년 이 핀펫특허 기술 특허침해 혐의로 삼성전자를 미 텍사스 동부 마셜지법에 제소했다. 텍사스주 동부지법 마셜법원은 특허 소유권자에게 특별히 우호적인 곳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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