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희 기자] 게임 시장이 PC에서 모바일 플랫폼으로 넘어오면서 비슷한 종류의 게임만 출시되는 쏠림 현상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안정적인 사용자층 확보를 위해 인기를 끄는 장르에만 편중해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처음으로 오디어 가상현실(VR) 게임을 만들고 있는 에보42게임즈가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게임 최신 트렌드는 화려한 그래픽, 멋진 타격감이다. 게임 개발의 공식처럼 그래픽의 화려함이 강조되고 있는 현실에서 소리만을 활용해 상상력을 강조한 게임을 내놓겠다는 것은 큰 도전이다. 그것도 게임업계에서는 드문 스타트업이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에보42게임즈의 이종환 대표는 2016년 8월에 회사를 설립했다. 2000년부터 15년 이상 게임업계의 주류에서 게임을 개발하던 이 대표는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었다. 마침 모바일로 플랫폼이 넘어오면서 독창적이고 참신한 게임을 만들고 싶어 오디오를 통한 콘텐츠 개발에 승부수를 걸었다.

이종환 에보42게임즈 대표
이종환 에보42게임즈 대표

이종환 대표의 도전이 놀라운 것은 오디오VR이라는 장르를 새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소리를 이용한 오디오 게임 정도는 있었지만 소리로 상호작용을 통해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게임을 시도한 경우는 없었다.

이종환 대표는 “오디오 VR은 흔히 알고 있는 5.1채널, 7.1채널의 서라운드”라면서 “서라운드 입체 음향을 모바일에서 최적화된 2채널에서 구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라운드 입체 음향을 각각 실제 배경에서, 각각 발생하는 소리의 상호작용을 통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오디오VR게임이다.

예를 들면 캄캄한 어둠속에서 움직여야 하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된다. 눈앞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들리는 소리만으로 이동을 해야 하는데, 스마트폰 화면에는 아무런 그래픽도 없고 소리만 들린다. 만약 이동을 해서 문을 열어야 할 경우는 어두운 곳에서 문을 찾기 위해 더듬는 것처럼 스마트폰 화면 이곳저곳을 더듬어서 찾아야 한다. 사용자가 움직일 때마다, 스마트폰 화면을 만질 때마다 그 상황에 맞는 소리가 들려온다. 물위를 걷는 발자국 소리, 문 여는 소리, 문 닫는 소리, 장애물과 부딪히는 소리 등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실제 이종환 대표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어둠속의 대화’라는 전시회에서 암전 체험을 통해 오디오VR 게임을 개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스마트폰에 그래픽은 보이지 않는데 스마트폰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휘두르고, 만지는 행위 등을 통해 장애물도 넘고 적과 싸우기도 하는 것이다. 숲, 바다, 도시 등 다양한 환경을 소리로 구현했고 사용자는 오로지 소리만으로 게임의 모든 상호작용을 경험하게 된다.

오디오VR게임인 오로라는 '2017 창업아이템사업화 지원사업'으로 선정되는 등 주목받고 있다.
오디오VR게임인 오로라는 '2017 창업아이템사업화 지원사업'으로 선정되는 등 주목받고 있다.

에보42게임즈는 첫 작품으로 ‘오로라’를 개발 중이다. 2016년 8월부터 개발해 실제 개발기간만 1년 10개월이 넘었다. 연말 테스트 버전이 나오고 내년 초면 공식 버전이 출시될 예정이다. 오로라는 천체 물리학자인 남녀 주인공이 북극으로 연구를 하러 떠나면서 벌어지는 모험을 소리와 함께 만든 오디오 게임이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 컨트롤러 방식의 특허도 출원 중이다. 개발과정에서 성과도 있었다. 2017년에는 창업아이템사업화 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됐고, 올해는 기능성 게임으로 선정됐다. 일본과도 계약을 맺어 시니어 층을 공략하는 콘텐츠도 준비 중이다.

이종환 대표는 “실제 음향효과를 써서 사운드 효과 정도만 내는 수준의 게임은 있었지만 우리처럼 상호작용이 되면서 스토리를 갖고 플레이하는 방식은 처음이기에 꼭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화려한 그래픽이 게임의 공식화처럼 돼 있는 현실에서 시각적인 효과보다는 청각적인 효과를 극대화시켜서 다시 상상하게 만드는 게임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고 했다. 게임의 본질인 재미를 줄 수 있는 오디오VR을 만드는 것이 회사 비전이라고 했을 정도다.

에보42게임즈의 개발자들이 스타트업으로서는 드물게 새로운 게임장르에 도전하고 있다.
에보42게임즈의 개발자들이 스타트업으로서는 드물게 새로운 게임장르에 도전하고 있다.

이종환 대표는 에보42게임즈가 만드는 오디오 콘텐츠 시장의 목표를 정했다. 기능성 게임으로 만들어 시각장애인을 위한 게임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1차 목표다. 두 번째 시장은 시니어 층이다. 스마트폰이 보급됐지만 게임을 즐길 수 없는 시니어들이 이야기를 통해 플레이를 천천히 진행할 수 있게 돕겠다는 것. 일본에서 주목받는 분야다. 세 번째는 아마존의 오더블처럼 인터랙션 오디오북 시장에 진입하려고 한다. 궁극적으로는 인공지능(AI) 스피커를 통해서 대화형 게임으로 나가는 것이 에보42게임즈의 목표다.

이종환 대표는 “오디오 VR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새로운 장르”라면서 “오디오를 통한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에 꼭 성공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게임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게임 업계나 게임 육성을 지원하는 정부 등도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려는 스타트업의 도전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부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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