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이재익 기자] 전자책 장기 대여가 사라지자 이용자들이 전자책 구매 보다는 소비 중단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서정가제의 안정적인 시행을 위해 인터넷서점가에서 전자책(e북)의 장기 대여가 사라진지 한 달여가 지났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지난달 16일 한국출판인회의 등 17개 단체와 도서정가제와 공정한 유통 관행의 정착을 위해 ‘건전한 출판·유통 발전을 위한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10년, 50년 등 무제한에 가까웠던 전자책의 대여 기간이 지난 1일부터 최대 90일로 제한됐다. 도서정가제 대상인 전자책은 ISBN(국제 표준 도서 번호)이 등록된 비과세 대상의 디지털 콘텐츠다. 장르물 등 과세상품으로 판매되는 콘텐츠는 포함되지 않았다.

전자책 유통업계들은 5월이 되자 다양한 이벤트들로 전자책 대여와 판매를 유도하고 있다.(yes24 홈페이지 캡쳐)
전자책 유통업계들은 5월이 되자 다양한 이벤트들로 전자책 대여와 판매를 유도하고 있다.(yes24 홈페이지 캡쳐)

■ 출판업계 “도서정가제 강화 위한 방안”

‘건전한 출판·유통 발전을 위한 자율협약’에는 전자책 도서정가제 적용 명확성 제시를 비롯해 ▲중고책 시장 가이드라인 제시 ▲베스트셀러 집계‧발표 기준 제시 ▲출판‧유통‧마케팅 활동 건전화 ▲협약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제재 수단 등이 담겼다.

자율협약을 체결한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인회의는 전자책 장기 대여 금지와 관련해 “저작권 위반 소지와 전자책 시장 육성을 저해시킨다는 문제가 야기된 전자책 장기 대여 서비스에 합리적 기준과 원칙을 마련한 것”이라 밝혔다.

관련 소식이 전해지자 소비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전자책 유통사들은 30일까지 최대 90%까지 장기 대여 할인을 진행하는 등 대대적인 이벤트를 열었다. 소비자들도 ‘미리 사두자’는 생각으로 전집류 등을 일괄 장기 대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전자책 시장 위축 등 도서정가제의 폐단을 알리며 폐지를 요청하는 청와대 청원도 들어가 3만4000명 이상의 청원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청와대 청원자는 전자책 시장 위축을 비롯해 ▲출판 산업 활성화 실패 ▲책 판매량 감소 및 책값 상승 ▲독서량 감소 등을 이유로 들었다.

청원자는 “민주주의 국가의 자유시민으로 선택권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며 “전자책 대여 기간 선택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판매 심리를 위축시키고 출판업계의 판매량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 주장했다.

도서정가제 폐지 청원.(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도서정가제 폐지 청원.(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 구매로 이어지기보다 전자책에서 등 돌린 소비자들 더 많아

장기 대여 금지가 24일 여 경과한 시점에서, 인터넷서점 등 주요 전자책 판매처에서 의미 있는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인터넷서점인 A사는 장기 대여 종료 전후 24일 동안의 전자책 판매수량을 비교했다. 그 결과 장기 대여가 금지된 이달 1일부터 24일까지의 전자책 판매량이 지난달 7일부터 30일까지의 판매량보다 27.2% 감소했다고 밝혔다.

상반되는 결과도 있었다. 또 다른 인터넷서점 B사는 지난달 1일부터 24일까지의 판매량을 이달 1일부터 24일까지의 판매량과 비교했다. B사 조사 결과, 전월 동요일 대비 판매량은 평균 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의 차이가 있지만 조사 방법의 차이, 양 회사의 비등한 규모, 조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놓고 봤을 때 판매량은 일단 감소했다고 분석하는 것이 더 설득력을 가진다.

B사 관계자는 “증가세로 나온 것은 일종의 풍선효과다. 불가피하게 전자책 서점들이 막혔으니 구매 쪽으로 발길을 돌린 소비자들이 있었을 것”이라며 “5월로 접어들며 다양한 혜택을 주기 위해 노력한 측면도 작용했을 것”이라 분석했다. A사 관계자도 “아직 한 달도 되지 않아 많은 조사가 이뤄지기 힘들다. 장기 대여 종료 후 유통업체들의 프로모션에 대해 소비자들이 어떻게 반응했는지도 알아봐야 한다”고 답했다.

장기 대여가 막힌 소비자들은 전자책 구매가 아닌 전자책 소비 자체를 중단한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한 전자책 소비자는 지난 1일을 ‘책통법 시즌2’로 칭하며 “(도서정가제는) 시대를 역행하는 법이다. 단통법처럼 폐지돼야 하는데 시즌2가 열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일단 책을 사야 정가가 의미 있는데 책을 아예 사지 않게 만든다”고 일침을 가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지난달 16일 한국출판인회의 등 17개 단체와 도서정가제와 공정한 유통 관행의 정착을 위해 ‘건전한 출판·유통 발전을 위한 자율협약’을 체결했다.(대한출판문화협회 홈페이지 캡쳐)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지난달 16일 한국출판인회의 등 17개 단체와 도서정가제와 공정한 유통 관행의 정착을 위해 ‘건전한 출판·유통 발전을 위한 자율협약’을 체결했다.(대한출판문화협회 홈페이지 캡쳐)

■ 전문가들 “전자책 시장 성장세, 한 풀 꺾일 것”

유통업계에 비해 전자책 출판업계의 파장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가 큰 대형 출판사일수록 장기 대여를 처음부터 많이 진행하지 않았고, 장기 대여를 하더라도 매절 계약의 형태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자책 시장의 성장세는 한 풀 꺾일 것으로 예측된다. 유통업계는 할인쿠폰의 할인율 상승, 하루 무료 이벤트 등 다양한 전략들을 내놓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다시 지갑을 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인터넷서점 B사 관계자는 “전자책 시장이 장기 대여가 존재했을 때 가파르게 대중화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의 성장 속도는 조금 느려져 전자책 활성화에는 지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번 전자책 시장의 움직임의 핵심은 전자책의 정가 자체가 너무 높게 측정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한국출판콘텐츠 이중호 대표는 “미국 같은 곳은 전자책 가격이 기존 책의 40~50% 정도인데 한국은 70~80% 정도다. 소비자 입장에선 비싸다고 느껴질 것이다. 그동안 한국업체들도 50% 정도의 가격에 장기 대여 형식으로 진행했지만 결국 막혔다”고 현 전자책 시장을 분석했다.

이 대표는 “독일이나 프랑스가 정가제를 실시하지만 우리와는 조금 다르다. 출판사를 중심으로 신간도 몇 달 뒤 할인된 정가로 내놓을 수 있다. 우리는 포인트백 등 이벤트가 한 달에 두 번 정도 일어나는데 그때만 매출이 늘어난다. 전자책 자체 매출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었지만 가속도가 붙기에는 정가제 상황이 해결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전자책 정가제를 따로 만드는 등 좀 더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말 열린 2017 출판산업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2017년 국내 디지털출판 시장 규모는 장르물을 포함한 전자책 단행본의 경우 2016년 시장규모는 1400억원으로 추정되며 2017년은 1820억원을 전망된다. 또한 2017년 웹소설 시장의 규모는 약 2325억원으로 예상된다.

전자책 장기 대여 서비스가 사라지면서 소비자가 외면하는 등 전자책 시장이 휘청이고 있다. (사진=PxHere)
전자책 장기 대여 서비스가 사라지면서 소비자가 외면하는 등 전자책 시장이 휘청이고 있다. (사진=Px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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