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직장인 주혜수(가명) 씨는 국내 대기업에 다니며, 출근 전에 항상 머리는 감는다. 최근 그녀는 저자극 샴푸로 제품을 바꿨다. 미용실에서 가는 모발 탓에 파마가 쉽지 않다는 말을 들은 게 결정적 계기였다. 예전에는 시중의 아무 샴푸를 구입해 사용했다. 화장실 배수구에 걸린 머리카락 뭉치도 마음에 걸렸다. 

바꾼 샴푸는 거품이 많이 나지 않는 탓에 시원하게 머리 감는 느낌이 없었다. 그래도 두발 건강에 좋겠거니 사용했다. 하지만 머리카락이 빠지는 건 달라지지 않았다. 스트레스를 줄이라지만, 머리카락 빠지는 걸 보면 스트레스는 더 쌓인다. 아침마다 베개에 묻은 머리카락 수를 세는 게 습관이 되었다. 내일 피부과에 가봐야겠다고 고민하며 집을 나선다. 

탈모,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미지의 영역

탈모의 원인은 호르몬 변화 때문이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DHT라 불리는 ‘다이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ehydrotestosterone)’으로 변하면서 모발 사이클(성장-퇴행-휴지)을 빠르게 만든다. DHT로 인해 휴지기가 빠르게 오면서 머리카락이 빠지게 된다. 다만, 이 현상이 유독 머리쪽 모낭에서만 이뤄지다 탈모가 발생하는 것이다. 여성 탈모도 원인은 같다. 다만 테스토스테론이 남성에 비해 십 분의 일이라 완전 탈모 수준에 이르지 않을 뿐이다. 

사실 탈모의 기준에 대해 정해진 바 없다. 일반적으로 하루에 0.35 mm, 한 달에 1cm 정도 머리카락이 자란다. 이보다 더 빨리 빠지며 탈모라고 볼 수 있다. 인하대 최광성 교수의 ‘한국인의 두피모발 특성과 남성형 탈모증’ 연구에 따르면, 머리카락은 하루에 50-100개 정도 빠지는데 매일 100개 이상 지속적으로 빠지게 되면 탈모증을 의심해야 한다고 밝힌다.

현재 탈모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약 복용이다. FDA가 승인한 탈모약은 두 가지로,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 성분의 프로페시아와 미녹시딜(minoxidil) 성분을 가진 바르는 약이 있다. 피나스테리드는 탈모의 원인이 되는 DHT의 생성을 막는다. 휴지기가 되어 죽어야할 모낭의 머리카락을 잡아주는 셈이다. 미녹시딜은 혈관을 확장시켜 모낭에서 모발을 새로 나게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방식들은 모두 사후적인 방식으로, 모발이 모두 빠져 모낭이 위축되어 버렸다면 소용 없다.

레이저? 모발이식? IT로 탈모를 해결할 수 없을까? 

부작용을 최소화했다고 해도 호르몬 조절은 복용자에게 부담감이 크다. 게다가 프로페시아의 피나스테리드 성분의 경우, 가임기 여성이 복용할 경우 태아 호르몬 생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다면 외부 요법인 IT로 탈모를 해결할 순 없을까?

우선 레이저를 활용한 시술이 있다. 피부가 레이저 빛을 받으면 생체조직이 활성화되어 탈모방지와 발모에 도움이 된다는 원리다. 탈모 치료에는 모낭이 위치하고 있는 깊이까지 닿는 게 중요하므로 저출력 레이저를 사용한다. 그러나 레이저 역시 보조적인 역할일 뿐이다. 사라진 모낭을 다시 만들지 못한다. 

결국, 기술력으로 탈모증을 치료하는 최선의 방법은 모발이식이다. 모발 이식은 호르몬의 영향을 받지 않는 뒷머리의 모발을 탈모 부위인 앞머리에 옮기는 재배치하는 식이다. 이식된 모발 역시 빠지지만, 이식된 모낭이 새로운 모발이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모발이식 시술을 일반인이 받기에는 다소 부담이 있다. 압구정의 한 모발이식센터 시술 비용을 취재한 결과, 2000모를 기준으로 약 400만 원(절개식)이 수술 비용으로 든다. 또 절개 없이 한 모씩 채취하는 방식인 비절개식으로 시술할 경우에 비용은 절개식의 약 2배가 된다. 수술 후에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반 직장을 다니는 탈모인에게 모발이식의 벽은 여전히 높다. 

자동 식모기를 활용한 모발 이식하는 모습 (사진=한국전자통신연구원)
자동 식모기를 활용한 모발 이식하는 모습 (사진=한국전자통신연구원)

최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2시간 안에 2000여 개의 머리카락을 심을 수 있는 ‘자동 식모기’ 기술을 발표했다. ETRI 대경권연구센터와 경북대 병원 등이 개발 중인 자동 식모기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기술을 활용한다. 연속적으로 움직이는 바늘 간 시간 동기화를 제어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이를 바늘이 움직이면서 환자 머리에 머리카락을 심는 메커니즘에 적용했다. 

자동 식모기를 사용하면 시술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사의 피로도도 또한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일반 시술 시 의사가 팔을 움직이는 범위는 넓게는 1km에 가깝다. 하지만 자동 식모기를 사용하면 팔 움직임을 100m 내외에서 수술을 끝낼 수 있다. 또 사람이 시술할 경우 몇 시간이 걸리지만, 자동 식모기를 사용하면 수술 시간은 절반으로 짧아진다.

그렇다면 자동 식모기가 도입된다면 고가의 모발 이식 수술 비용이 절감될까? 이에 대해 최은창 ETRI 의료IT융합연구실장은 “아직까지는 의료계와 협의가 필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덧붙여, IT를 통해 탈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IT를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의료계에서) 나와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여전히 탈모인에게 IT는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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