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이길주 기자] 지난 23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치킨 프렌차이즈 BHC의 가맹점주 250여 명은 붉은 머리띠를 두루고 현수막을 펼쳐들고 본사에 식자재 납품 단가 인하와 원가 공개 등을 요구하며 시위현장으로 나왔다. BHC가 해외 사모펀드에 매각을 통해 회사 이익만을 추구, 가맹점들은 수익성 악화에 허덕이고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사모펀드 아웃', '원가 공개' 등의 머리띠를 두른 가맹점주들은 겉으로는 가맹점과의 상생과 동반성장을 내세웠지만 사실상 본사만의 이익을 늘려왔다며 튀김유, 계육 등 본사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주요 품목의 원가가 경쟁사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다고 주장했다. 이는 30%에 육박하는 BHC의 영업이익률을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BHC를 제외한 치킨 업계 '빅4' 중 교촌치킨의 영업이익률은 6%, BBQ와 굽네치킨이 각각 9%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BHC는 매출 2391억원, 영업이익 64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27%다.

가맹점주들의 주장은 27% 영업이익률은 점주를 착취해 달성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가맹점협의회에 따르면 BHC 점주들은 생닭을 5,600원~6,000원 정도에 공급받는다. 식용유값도 논란이 됐다. 가맹점협의회 측은 2012년 1㎏에 1,437원이던 해바라기유가 지난해 6월 기준 908원까지 급락했는데도 공급받는 가격은 변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얼마 전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의 성추문, 윤홍근 BBQ 회장의 가맹점주에 대한 폭언, 김밥 프랜차이즈 바르다김선생의 일회용 숟가락 강매를 비롯해, 최근 상표권을 둘러싼 프랜차이즈 대표의 사익 추구 등 업계의 문제가 또다시 수면위로 올라왔다.

BHC 로고
BHC 로고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무엇이 문제인가?

이번 사건은 그동안 프랜차이즈 업계에 강매, 광고비와 인테리어 비용 전가 등 가맹점들의 수익은 나몰라라하고, 본사(가맹본부)만의 수익내기에 혈안이 된 프랜차이즈 본사의 대표적 갑질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본사가 필수품목을 공급하는 것은 제품의 동일성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동일성 유지와 관계없는 품목을 시장 조달 가격보다 비싼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 정도면 강매에 갑질이다. 가맹점들은 본사가 요구한 품목을 구매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말에 못이겨 울며 겨자 먹기로 사야 했다. 본사가 부담하거나 계약에 따라 본사와 가맹점이 분담해야 하는 광고비를 가맹점에 떠넘기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본사의 이런 갑질에도 생계가 걸려있는 가맹점주들은 아무런 대응도 못하고 당하는 경우가 허다했다는 것이 가맹점주들의 주장이다.

이번 BHC 가맹점주들의 목소리는, 생존권을 위해 가맹점 수익성 악화의 해결책으로 주요 품목 공급 가격의 인하와 가맹점주에게 전가시키는 판매촉진 명목의 비용을 줄여달라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대해 BHC측은 올해만해도 4차례 점주들과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경청했고 가맹점과의 상생을 위해 30억 원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돌발적인 단체행동에 당혹스럽다고 말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고올레산 해바라기유를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 해바라기유 시세와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고, 생닭 공급가에도 시장 시세에 따라 유동적이며 브랜드마다 가공 과정이 달라 단순히 타사와 비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BHC측은 관련 보도에 대한 입장 표명으로 "현재 시장 환경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서로를 이해하고 의지해 한 단계 성장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BHC는 더욱더 진솔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설 것"이라며, "가맹점주협의회가 구성돼 가맹본부와의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서로 동반성장 한다면 프랜차이즈 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동종업계, 공정거래가 기본 '쓴 소리'

동종업계의 시각은 사뭇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치킨 프랜차이즈 빅4의 한 고위 관계자는 "본사가 판관비(판매·관리 등에서 발생하는 비용)를 줄이고 경영을 아무리 효율화한다 해도 30%에 육박하는 이익을 남기기는 어렵다. 닭값 및 기름값으로 이윤을 많이 남기지 않고선 불가능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필수품목에 대한 납품원가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평균값으로 공개되어 있으나 아직은 공급해 오는 부분에 있어 동일하게 적용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BHC 사태에 대해 "BHC를 소유한 사모펀드 입장에선 대표이사가 있는 회사와 달리 회사의 영업이익률을 높여야 재매각에 유리하고 투자자들에 배당도 할 수 있어 무리를 한 것 같다"며, "가맹본부의 일차적인 소비자가 가맹점인데 상생을 추구하는 입장에서 투명하게 필수품목 납품원가를 공개하지 않는 일은 가맹점주와의 신의를 깨뜨린 결과"라며 걱정어린 조언을 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다른 치킨 프랜차이즈 빅4 관계자는 "가맹점들에게 공정한 거래를 해야 한다. 공정거래는 선행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본사차원에서 문제제기가 없도록 가맹점주들의 의견 요청을 장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다른 동종업계 관계자는 "우선 이번 일로 다시금 프랜차이즈 갑질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현상이 안타깝다. 상생을 모토로 운영되고 있고 본사와 가맹점들과의 상생경영을 꾸준히 펼쳐 나갈 예정"이라며, "문제 제기가 되지 않도록 투명경영에 동참하고 내부적으로 의견 제시의 방을 열어 가맹점주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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