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진통끝에 아이폰 출시를 전격 발표한 SK텔레콤은 전략적 파트너 삼성전자, 모토로라 등과의 긴밀한 협력 하에 최강 안드로이드 라인업으로 승부했던 작년과 올해의 형편이 다르다. 안드로이드 외에 아이폰과 윈도폰7까지 다양한 단말을 SK텔레콤 서비스 플랫폼 안에 아우러야 하는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아이폰 빼고 전부’를 외쳤던 과거 SK텔레콤은 티스토어를 안드로이드 개발자들의 창업의 요람으로 만들고, 삼성전자 등 든든한 전략파트너들과 함께 한국형 앱스토어의 에코시스템를 구축하기 위한 애플리케이션 공모전, 교육프로그램(T아카데미) 등을 운영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타도 애플을 외치면서 안드로이드에 집중했던 SK텔레콤은 아이폰 출시로 이질적인 플랫폼을 동시에 운영해야만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업계의 관심은 SK텔레콤의 2년여 동안 공들여 만들어 놓은 한국형 안드로이드 에코시스템에 애플만의 독자플랫폼인 iOS을 어떤 형태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SK텔레콤은 티맵, 멜론 등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을 애플 iOS용으로 제공함은 물론 놀랍게도 애플 앱스토어 내 티스토어를 입점하는 방식도 협의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컬마켓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티스토어를 일궈낸 SK텔레콤의 넥스트 아이폰 전략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KT, 위피(WIPI)에서 티스토어까지

상생과 혁신의 아이콘으로 우뚝

2008년 애플 아이폰의 등장으로 전 세계 통신사업자들은 도전국면을 맞았다. 아이폰발 스마트폰 대혁명은 네트워크(망)과 콘텐츠를 독점유통했던 통신사업자들의 절대권력을 땅에 떨어뜨렸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누구나 와이파이존에서는 데이터통화료(접속료)없이 공짜로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됐으며 게임, 유틸리티,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는 열린마켓 ‘앱스토어(Application Store의 줄임말)’가 탄생했다.

해외보다 2년여 늦게 아이폰이 출시된 한국도 변화의 몸살을 앓았다. KT는 애플 아이폰 도입으로 모바일시대를 리딩하는 혁신적인 서비스사업자로 급부상했고, SK텔레콤은 안드로이드 진영에 서서 일전을 불살랐다. 그러나, 문제는 앱스토어였다. 애플 아이폰 확산의 촉매제인 방대한 애플리케이션 창고 앱스토어에 대한 대안으로 구글안드로이드마켓의 한계는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후 SK텔레콤은 수십 종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도입과 함께 국내 통신환경에 최적화된 에코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2009년 12월 국내 첫 앱스토어인 티스토어(Tstore)를 오픈했다. 하지만 초기 티스토어는 위피(WIPI)를 답습한 또 다른 폐쇄플랫폼이라는 오해와 싸워야했다. 이미 2008년 방통위는 일반휴대폰의 위피(WIPI, Wireless Internet Platform for Interoperability)탑재 의무화를 폐지했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통신사가 운영하는 플랫폼에 대한 불신이 높았다.

한국형무선인터넷플랫폼 위피는 이통사간 다른 플랫폼 사용으로 인한 자원낭비를 줄이자는 데 착안해 10여년간 이동통신업체들의 표준으로 사용돼왔다. 하지만 당초 출범 목적과는 달리 통신사가 제공하는 폐쇄적인 콘텐츠유통환경 내에서 생산과 소비가 이뤄지는 기형적인 구조로 콘텐츠 시장의 쇠락을 야기했다는 질타를 받았다. 이에 SK텔레콤은 개방과 상생을 기치로 내걸고 개발자들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등록비, 검수비 평생면제 등 파격적인 혜택으로 개인개발자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T아카데미 등 개발자교육과정을 개설해 스타개발자로 성장하기 위한 자양분을 제공했다. 이 밖에도 연이은 개발자챌린지 개최와 걸출한 스타개발자 마케팅으로 티스토어는 ‘개발자의 요람’으로 불리우기에 이른다. 최근에는 서드파티 개발자 육성에도 팔을 걷어부치고 있다.

작년 12월 SK텔레콤은 자체 보유한 LBS(T맵/위치), 메시징(SMS/MMS) 등 핵심 서비스를 T API 센터 홈페이지(apicenter.tstore.co.kr)를 통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개했다. 이어 올해 3월에는 SK텔레콤 서비스 API를 활용해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서비스 개발을 제안한 중소 개발사 4개사를 ‘오픈API 협력 프로젝트’ 지원 대상 업체로 선정해 최소 5000만원의 개발비와 각종 마케팅 활동을 지원하고 사무공간도 무상으로 임대해 주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SK텔레콤 이진우 오픈 콜래보레이션 지원실장은 “외부 파트너의 자발적 참여와 협력을 통해 국내 모바일 에코 시스템의 대표적 허브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며 “개발자 육성, 콘텐츠, 서비스 개발 환경 제공 등을 원스톱 서비스로 제공해 외부 개발자와 동반성장의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티스토어’ 로컬마켓의 이정표를 쓰다

국가대표 앱스토어…해외진출까지 넘봐
해외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이 주로 방문하는 마켓은 안드로이드마켓(구글)이나, 국내 사용자들은 SK텔레콤의 티스토어를 더 애용한다. 이른바 국가대표 앱스토어로 거듭난 티스토어는 2009년 12월 문을 연지 1년3개월 만에 누적 다운로드 1억 건을 돌파했으며, 지금도 하루평균 100만건 이상의 활발한 다운로드가 이뤄지고 있다. 이제 티스토어는 ‘자생력을 갖춘 토종 앱 마켓’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이동통신사업자들의 벤치마킹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이 티스토어를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티스토어의 성공은 스마트폰이 야기한 무선망과 콘텐츠 시장 개방으로 네트워크공급자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이동통신사들의 나아갈 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앱스토어라는 별칭을 얻은 티스토어는 한국사용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생활밀착형 콘텐츠를 확보해 SK텔레콤은 물론 타사 가입자들에게도 공개서비스를 해왔다.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운영하는 구글의 공식마켓인 구글안드로이드마켓이 존재함에도 티스토어가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비결은 ‘로컬화’에 있다. 구글안드로이드마켓은 애플 앱스토어와 함께 글로벌 시장의 양 마켓이나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서의 선호는 낮다. 글로벌시장에 맞춰있다 보니 실제 이용에 걸림돌이 많고 로컬환경에 적합한 콘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2년 전 국내 론칭 당시, 구글안드로이드마켓은 결제이슈를 해결하지 못해 유료 애플리케이션을 제외한 무료 애플리케이션만으로 반쪽짜리 서비스로 시작했다. 현재 안드로이드마켓 내 유료 애플리케이션 구매는 가능해졌으나, 해외와 달리 국내법상 사전심의가 필요한 게임카테고리 이용은 여전히 제한돼 있다. 또한 국내 사용자들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SK텔레콤은 이에 착안해 한국사용자들에게 유용한 생활밀착형 애플리케이션을 기존 위피플랫폼처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2009년말 2만 여개에 불과했던 티스토어 콘텐츠는 2011년 2월말 기준 8만4000건으로 4배 이상 늘어났다. 35만 개 이상의 콘텐츠를 보유한 애플 앱스토어에 비하면 걸음마 수준이지만 모든 콘텐츠(애플리케이션 외 VOD, 만화 등 포함)가 한글로 제작된 순수 토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방대한 규모다. 이런 배경에는 SK텔레콤의 개발자 육성과 콘텐츠 확보 노력이 있다. 이 회사는 T아카데미 등 개발자교육프로그램을 운용하는 동시에 개발자챌린지를 지속적으로 개최해 스타개발자를 육성하고, 이들이 생산한 독창적인 킬러콘텐츠로 티스토어의 콘텐츠 다양성을 확보했다. 서서히 국내 개발자들도 안드로이드마켓에서 티스토어로 눈을 돌리게 됐다. 파격적인 개발자 지원정책은 물론 DRM(Digital Rights Management) 솔루션을 배포해 불법복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어, 안드로이드마켓 대비 유의미한 수익을 달성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사용자 측면에서 티스토어의 강점은 글로벌 마켓 대비 접근과 이용이 편리한 것이다. 스마트폰을 처음 사용하는 사람도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티스토어는 위피를 대체할 강력한 통신사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SK텔레콤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은 단말에서 직접 티스토어에 접속해 다양한 유·무료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바로 설치할 수 있다. 인기순, 등록일순, 추천 등 사용자들이 쉽게 애플리케이션을 검색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해 냈으며, 티스토어 내 유료 애플리케이션 구매비용은 통신요금과 함께 청구돼 복잡한 신용카드 직접 결제없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스마트폰에서 직접 접속하는 모바일 티스토어의 경우 사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총 12번의 버전 업그레이드를 실시했다. 별점 매기기, 앱 미리보기, 개발자에게 문의하기 등 기존에 없던 다양한 기능들을 추가했다. 개발자가 제공하는 앱 설명자료 뿐 아니라 사용 후기를 통해서도 고객이 앱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파악할 수 있도록 댓글에 다시 댓글달기, 댓글에 평점매기기 기능 등을 추가할 예정이다.

타 앱스토어 대비 초기 화면 로딩 속도도 빠른 것 또한 매력이다. SK텔레콤의 자체 테스트 결과 티스토어의 로딩 속도는 평균 3.15초였으며 안드로이드 마켓은 3.66초, 애플 앱스토어는 9.71초로 측정됐다.
티스토어는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시장에도 속속 진출하고 있다. 앞서 중국, 대만, 일본에 성공적으로 티스토어를 론칭한 SK텔레콤은 올해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회사측은 우수한 시스템과 운영 노하우는 그대로 가져가되, 현지 소비자들의 정서와 취향을 고려해 철저히 현지화하는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전략을 취할 방침이다. 즉, 국가별 트렌드를 반영한 콘텐츠 소싱은 물론 편리한 결제 수단 및 철저한 품질 관리로 여타 글로벌 앱스토어들과의 차별성을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

티스토어의 해외진출은 비단 SK텔레콤 플랫폼의 확장뿐만 아니라 국내 개발자의 시장이 넓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티스토어는 국내 개발자들의 해외진출을 돕는 전진기지로서의 매력도 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티스토어 개발자가 앱을 서비스할 때 해외 판권에 대한 동의여부만 표시하면 원하는 해외 마켓에서 앱을 판매하고 수익을 정산 받을 수 있게 된다.

SK텔레콤의 모바일에코시스템은 스마트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회사측은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 그리고 MS 윈도폰7과 일반휴대폰까지 아우르는 스마트폰, 태블릿전용 모바일플랫폼에서 스마트 TV, 자동차 등 다양한 디바이스에서도 통하는 진정한 에코시스템을 만들어나가겠다는 포부여서 향후 N스크린 전략과 맞물릴 경우 플랫폼시장에서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SKT 티스토어 운영현황(2011년 2월말 기준)>

오픈

2009년 12월

가입자

620만명(통신3사포함)

등록된개발자

2만2000명

등록된콘텐츠갯수

8만400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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