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의 적용 범위를 볼모로 삼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와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의 대립 속에서 최근 게임과몰입치유센터라는 새로운 대안이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습니다. 업계의 반발을 무릅쓰면서 셧다운제 범위 확대를 주장하는 여성부가 게임과몰입치유센터 운영 비용을 업계에 떠넘기기 위해 다음 단계로 넘어간 것이 아니냐는 건데요.

문화부와 여가부는 최근 16세 미만 청소년이 심야 0시부터 아침 6시까지 온라인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는 셧다운제와 관련해 적용 범위를 어디까지 두는가를 두고 대립의 각을 세우고 있는데요. 업계의 입장을 고려해야 할 문화부는 이렇다할 대책 없이 사실상 온라인 게임에 대한 셧다운제는 일단 적용하자는 식으로 밀어붙이는 상황이고 여가부는 온라인 게임은 물론 모바일 게임 등 인터넷을 통해 접속하는 모든 게임에 셧다운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는 중입니다.

지난 3월 10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정병국 문화부 장관 또한 지나친 셧다운제 적용으로 외국 계정으로 게임을 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문화부도 여성부의 셧다운제에는 어느 정도 공감을 한다면서도 그 적용 범위에 대해서는 한 발 물러서서 조용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여성부는 목소리를 높이는 강자 입장이라면 문화부는 그래도 조금은 봐줘야한다는 약자 입장으로 보여지고 있는 셈이죠.

이 와중에 최근 김을동 의원이 발의한 게임과몰입치유센터 설립 및 운영에 대한 치유부담금을 업체에 부과 및 징수하는 법안이 논란입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미래희망연대 김을동 의원이 제출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에 포함된 이 법안은 게임과몰입에 피해를 입은 이들을 치유하는 센터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데 게임 업계에서 약 5년간 총 481억의 예산을 징수해 운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김을동 의원은 이 법안을 발의하면서 셧다운제가 실효성이 없는 만큼 정부 주도의 예방과 치유정책을 강화하는데 게임과몰입치유센터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세우면서 센터 운영은 게임 업체로부터 거둔 부담금으로 처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게임중독을 내버려둔 업계가 부담금을 내면 정부가 이를 운영하는 극단적인 해석도 가능한 부분입니다.

실제로 게임 업계는 이번 게임과몰입치유센터가 여성부가 그간 업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셧다운제 범위 확대를 줄창 주장해온 목적이라며 못마땅한 분위기입니다. 얼마 전 오픈마켓 사전심의 완화책을 발표하면서 셧다운제에 대한 논의를 보류한 것도 결국 업계로부터 게임과몰입치유센터를 설립하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한 것 뿐이라는 원성이 자자합니다. 게임 업계가 그간 게임의 흥행을 위해 의도적으로 중독 요소를 삽입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게임 산업을 주요 문화 콘텐츠로 성장시킨 업계를 이렇게까지 규제책을 무기로 강제로 부담금을 걷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건데요. 부담금을 걷는다고 하더라도 매출액에 따라 금액을 산정하기도 애매하고 서비스 게임 종류에 따라 산정하는 기도 애매한 게 현실입니다. 상대적으로 중독성이 낮은 캐주얼 게임을 중심으로 서비스하는 업체의 경우 매출액을 기반으로 부담금을 걷는 것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김을동 의원의 발의에 기다렸다는 듯이 국회에서는 게임과몰입센터의 필요성을 포함한 색다른 토론회가 열립니다. 3월 16일 한나라당 여성가족정책조정위원장 이정선 의원이 '인터넷 중독 예방·치료 기금마련을 위한 기업의 역할 토론회'가 그것인데요. 백희영 여성가족부 장관을 비롯해 서종렬 한국인터넷진흥원장,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컨텐츠산업과 이기정 과장 등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는 게임과몰입센터를 비롯해 인터넷 중독 예방·치료에 대한 업계의 역할을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의 목소리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은 채 게임 중독만 내세우며 셧다운제 확대를 주장해온 여성부가 노린 것이 과연 이것일까요? 기자가 만난 업계관계자는 "어차피 규제를 하려고 작정한 부처들을 보면서 일방적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억울하기도 하지만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 것도 아쉽다"며 하소연했습니다. 미국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협회(ESA)로부터 항의서한까지 받을 정도로 국제적 망신을 당한 셧다운제를 꿋꿋하게 추진해온 여성부의 노림수는 무엇일까요?

16일 토론회를 시작으로 업계의 화두가 될 게임과몰입치유센터 설립 및 운영안이 또 어떤 과제를 게임업계에 던져줄지 불안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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