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대 원자핵 공학 전공. 서던캘리포니아대학 컴퓨터공학 석사. VISA 인터내셔널 프로그래머, EDS 시스템 엔지니어, 어메리칸 에어라인 정보서비스 컨설턴트 등을 거쳐 한국 오라클 컨설팅 본부 이사, 시벨코리아 초대 지사장, SAS코리아 부사장, 딜로이트 컨설팅 전무, 제이디아이파트너스 대표 등을 거쳐 현재 E&Y 한영회계법인 전무로 있다. 저서로는 실무자를 위한 데이터웨어하우스가 있다.

와이브로(Wibro)가  IMT2000 이동통신 표준이 됐다. 이것은 IT역사에 남을 국내 IT기술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와이브로는 OFDMA라는 기술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이것은 데이터를 무선에 인코딩(encoding)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CDMA, GSM과는 근본적으로 차별화되는 기술이다. 기존 CDMA와 GSM은 음성 위주로 만든 프로토콜이라면 OFDMA는 데이터 전송을 위해 만든 프로토콜이다. 

근본적으로 음성 전송은 통화자 간의 음성통화를 위한 세션을 만들어야 하는데, 데이터 전송을 위한 OFDMA는 데이터가 패킷(packet) 방식으로 가기 때문에 기지국의 장비를 CDMA방식 보다는 매우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이것은 유선 전화기(CDMA)와 IP전화기(OFDMA) 차이점과 같은 원리이다. 그러므로 와이브로 단말기가 음성통화를 매우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OFDMA는 기존 CDMA와 같이 기지국 장비를 많이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CDMA와 같이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하지 않다. 또 멀티미디어 컨텐츠에 매우 잘 적응하므로 기존 WCDMA가 갖고 있는 화상전화 정도의 애플리케이션보다도 훨씬 많은 응용분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특히 와이브로는 IPv6와 접목하여 기존의 컴퓨터와 직접적으로 접속해서 기존 컴퓨터 시스템의 단말기로 쓸 수 있으며 또한 서버로의 역할도 가능하다. 내 PC에서 내 와이브로 단말기에 있는 데이터를 아무런 연결없이 보내고 받을 수 있다. 

와이브로는 이 분야에 무궁무진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다. 한 예로 자동차의 모든 것을 제어하는 내부 컨트롤 시스템에 와이브로를 장착하고 IPv6를 부여하면 자동차간의 정보교환은 물론 중앙에서 모든 자동차의 운행상황, 위치, 속도, 각종 부품 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군에서는 모든 병사들의 헬멧에 카메라를 장착하고 각종 탱크, 전투 장비에 와이브로를 연결하면 중앙서버에서 이 모든 것을 한 눈에 통제할 수 있다. 이 기술은 현재 우리 군에서 개발하고 있다.  

이토록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는 와이브로의 현재는 어떠한가? 가입자가 KT에 불과 몇 만명 밖에 안된다. 주로 노트북을 회사 외부에서 쓸 경우 사용한다. 이것도 유사한 서비스를 이동통신사에서 제공하므로 별반 차별화가 생기지 않는다. 

무선통신에서 킬러앱이라고 하는 것은 음성통화라는 사실에는 모두 동의한다. 와이브로도 음성통화가 가능한 곳에서는 아무런 기술적인 장애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동통신사가 기존 CDMA 망을 갖추는데 많은 투자를 했으므로 음성을 와이브로에게 열어주어서는 안된다고 한다. 

그러나 기존 이통사는 지금까지 투자금은 회수했을 뿐아니라 너무도 많은 이익을 보아 왔으며, 와이브로에 음성을 사용할 수 있는 번호를 열어주어도 즉각적으로 손해를 보지 않는다. 어차피 와이브로 단말기에서 음성전화는 이통사 고객에 전화할 수 밖에 없으며 이때 망사용에 대한 정산을 하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피해를 보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로 이통사가 겁내는 것은 와이브로가 활성화되면 음성보다는 각 이통사가 자체적으로 만들어 놓은 무선인터넷에 대한 정보이용료, 통화료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벨소리 다운 받는데 정보 이용료 800원, 통화료 수천원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와이브로가 활성화되어 일반 무선전화와 똑 같다면, 와이브로를 통해서 인터넷에 수많은 정보를 바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각 이통사가 만든 무선인터넷이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된다. 이점이 이통사가 와이브로를 두려워하는 것이며, 와이브로 대신 WCDMA기술을 도입한 이유이다.

우리나라처럼 이동통신사가 망을 갖고 있는 것을 이용해서 컨텐츠, 기기, 요금, 유통망, 기술 등을 모두 이통사 위주로 가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독과점 체제다. 유비쿼터스를 지향하는 우리나라가 이동통신사의 독과점 논리에 의해서 얼마나 많은 피해를 보고 있는지, 그 피해가 우리 국민에 얼마큼 가는지 우리 모두의 무선 전화 사용 요금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와이브로가 진정 발전하고 전세계의 이동통신 분야를 리드하기 위해서는 와이브로의 국내 활성화가 가장 중요하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독과점 체제의 우리나라의 이동통신 정책과 사업 자체의 파라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