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컴퓨팅 방법론 들고 글로벌 3대 SW 업체되겠다"

다음 달 설립 10주년을 맞는 티맥스소프트는 임직원 1100명, 매출액 635억원(2006년도 기준) 규모의 국내 최대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다. 최근에는 기존 제품군을 4개의 프레임워크로 통합하는 4세대 컴퓨팅 구현 방법론까지 새롭게 내놓으며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 중심에는 설립자인 박대연 최고기술경영자(CTO, 51)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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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온 나라가 올림픽으로 들떠있을 때 32세의 젊은 박대연은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한일은행 전산실에서 배운 컴퓨터를 제대로 배워보겠다는 욕심과 퇴직금 단 돈 1300만원이 그의 전부였다. 퇴직금을 버틸 수 있는 기간은 잘해야 1년이었지만, 그는 무려 8년을 견뎌냈다.

그는 1년 3개월만에 대학 학부과정을 마쳤다. 성적은 ‘올 A’. 독종. 아니 꿈을 향한 열정이 그를 쉬지 않고 뛰게 만들었다. 그는 “그 때 어떻게 그렇게 살았는지 모르겠다”고 회상한다. 힘들었다. 그래도 포기는 없었다. 그는 남캘리포니아대학에서 학부와 석박사 학위를 모두 마쳤다.

1996년 그는 서둘러 귀국했다. 소프트웨어의 불모지나 다름없은 한국에서 기적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열망이 귀국을 서두르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우수한 성적 덕분에 미국에서도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것도 전도유망한 컴퓨터 분야에서 말이다.

한국외국어대학 교수였던 박대연은 환란이 불어닥친 97년 티맥스소프트를 설립한다. 모든 소프트웨어가 컴퓨터에서 제대로 작동하도록 해 보자는 것이 그가 회사를 설립한 목적이었다. 미들웨어. 당시 BEA시스템즈가 미들웨어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가 만든 것이 미들웨어인지도 몰랐다고 한다.

제품을 만들어놓고 보니 BEA시스템즈는 물론 IBM, 오라클 등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을 벌여야 했다.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과 열정 때문이었다. 그는 결국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

티맥스소프트는 지금 국내 미들웨어 시장의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그가 종종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비교되는 이유다. 기간계 업무용 소프트웨어에서 외국계 업체와 경쟁해 이긴 것은 한국 소프트웨어 역사상 티맥스소프트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창업 10주년 맞아 교수직도 사임

티맥스소프트는 올해로 창업 10년을 맞았다. 그는 새로운 결심을 했다. 그토록 애착을 가졌던 KAIST 교수직도 그만뒀다. “지난 10년은 앞으로 10년을 향한 밑거름입니다.” 그는 무엇을 그리는 것일까. 그의 가슴엔 2가지 목표가 있다.

하나는 티맥스소프트를 세계 3대 소프트웨어업체로 만든 것이다. 그는 반환점을 돌았다고 본다. 올해 4세대 컴퓨팅을 들고 나온 것도 자신감에서 나온다. 그 자신감은 그의 믿음에서 나온다. 3세대까지는 외국계가 주도했지만, 4세대는 티맥스소프트가 이끌겠다는 것이다. 어디가 1세대고 어디가 4세대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가 눈을 들어 글로벌 시장을 향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또 한번 한국 소프트웨어의 기적이 시작됐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2008년 나스닥 상장에 이어 2010년 매출 1조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했다. 믿기 어렵다. 그는 늘 그랬다. 믿기 어려운 목표를 제시하고 그 곳을 향해 달려갔다.

그는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 최근 뉴욕에서 소프트웨어의 본토인 미국의 심장인 팔로알토로 미국법인을 옮겨왔다. 올해 1000만달러를 투자한다. 세계 최대 컴퓨팅업체인 HP가 벌써 손을 내밀고 있다고 한다. 가능성이 보인다.

또 하나는 학교 설립이다. KAIST와 서울대 공대를 뛰어넘는 대학을 만드는 것이 그의 오랜 꿈이다. 그는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1000명의 천재를 키워내는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그는 2011년 학교를 설립할 계획이다. 학교 설립 재원만 1조원이다. 그는 누구도 가보지 않는 전인미답의 길을 걷고자 한다. 가능할까.

의문을 가질 만도 하다. 따져보면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박 CTO처럼 평가가 극과 극에 달하는 인물도 없다. 한쪽에서는 한국의 빌 게이츠라고 칭송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편에서는 과대망상가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최소한 지금까지 자신이 말한 것을 실천하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이 보인다. 늘 그랬던 것처럼 갈 것이다.

가난과 고난의 역경을 딛고 대한민국 최고 개발자로 우뚝 선 박대연. 그 도전의 끝이 궁금하다.

이병희 기자 sh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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