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A&M대 사회학 박사, (전) 숭실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보사회학과 교수,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위원, 행정자치부 정책자문위원(현)

우리나라처럼 일반 시민의 정보화가 거의 완성된 단계에서는 정보기기를 얼마나 자주 능수능란하게 활용할 수 있느냐, 나아가 새로운 기술을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빠르게 수용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정보 활용 양태가 정보격차의 주요인이 되는 것이다.

일명 ‘I-day’라고 불린 지난 6월 29일, 미국 전역의 애플 매장은 며칠 밤낮을 새며 ‘아이폰’의 출시를 기다린 수많은 소비자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MP3 플레이어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아이팟’의 기능에 무선인터넷, 정보관리 기능까지 결합한 이동전화기 아이폰은 출시 첫 날만 20만대가 팔렸다. 첫 3일간 판매량은 총 70만대로, 지금까지 휴대폰 업계 최대 히트 상품이었던 모토로라 레이저폰의 첫 한 달간 판매량보다 많다고 하니 당분간 아이폰 열풍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모양이다. 

그러나 이 작고 예쁜 디자인의 최첨단 디지털 기기의 속내(?)를 슬쩍 들여다보면 놀랄만한 반전이 숨겨져 있다. 4GB와 8GB의 낸드플래시메모리를 비롯해 아이폰에 들어가 있는 부품의 무려 30.5%를 삼성전자 제품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폰 열풍에 우리의 수준 높은 IT 제품과 기술이 단단히 한 몫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7월 7일에는 초대 유엔사무국 정보통신기술국장에 한국인 최순홍(57)씨가 임명됐다는 기쁜 소식도 들려왔다. 유엔사무국 정보통신기술국장은 업무 효율성 증진을 위해 유엔 개혁의 일환으로 신설된 직위로, 새로운 정보관리체계 도입은 물론 유엔 사무국의 정보·통신기술 분야 업무를 총괄하는 중요한 자리다. 유엔 정보통신기술 분야 총괄 책임자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은 IT 강국 코리아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증명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선진 IT 강국이 되기 위해 세계 최초로 정보화 촉진과 IT 산업 육성을 담당하는 부처를 두어 정부 차원에서부터 강력한 IT 정책을 실시해왔다. 그 결과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에 이어 휴대인터넷 와이브로(Wibro)와 초고속데이터이동통신(HSDPA)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지난 1995년 시작된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사업은 이미 성공적으로 완료되어, 2007년 1월 현재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수가 1410만 2888명에 달한다. 이는 전체 인구수의 약 30%, 전체 가구수 대비 약 88%에 달하는 수치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문화의 급속한 진전과 확산으로 우리 사회는 개개인이 잘 지각하지 못하는 사이 유비쿼터스 사회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중이다. 

얼마 전 개봉한 화제의 영화 ‘트랜스포머’의 변신로봇 수준은 아니더라도 이미 각 가정에 있는 냉장고, 에어컨 등의 가전기기에는 ‘인공지능’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닌 지 오래다. 자동차만 보더라도 인간이 핸들만 수동으로 잡고 있을 뿐이지, 길 안내는 내비게이션이 담당하고, 전조등이나 와이퍼 등도 자동 조절된다.

공상과학만화의 주인공으로만 존재했던 로봇도 우리 생활 속에서 청소부, 관광 가이드, 선생님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게다가 2010년이면 첨단 IT인프라와 유비쿼터스 정보서비스를 도시공간에 융합시켜놓은 최첨단 u시티가 구축된다. u시티 프로젝트를 비롯해 u헬스케어, u캠퍼스 등 가정에서부터 대학, 사회에 이르기까지 바야흐로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는 의미의 유비쿼터스 세상이 우리 앞에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이다.  

그러나 일상생활의 편리함을 획기적으로 가져다 줄 유비쿼터스 세상을 마냥 환영하기 어려운 요인이 있다. 산업사회에서는 빈부격차 및 소외 등이 사회의 주된 갈등요소였다면, 유비쿼터스 사회에서는 정보의 소유와 활용 등에 따른 정보격차(digital divide) 문제가 갈등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u격차 해소가 선결 과제

정보격차는 일차적으로 컴퓨터 등 정보기기를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차이, 정보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자와 사용하지 못하는 자의 차이에서 유발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일반 시민의 정보화가 거의 완성된 단계에서는 정보기기를 얼마나 자주 능수능란하게 활용할 수 있느냐, 나아가 새로운 기술을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빠르게 수용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정보 활용 양태가 정보격차의 주요인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진 유비쿼터스 세상에서의 u격차는 이전 정보격차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개념이 될 수밖에 없다. 유비쿼터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것은 곧바로 일상생활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사회부적응으로 인해 빈부격차를 비롯한 각종 양극화의 주범이 될 것이다. 

각 가정은 물론 도시 전체가 네트워킹이 가능한 u시티로 변하는데, 혼자만 동떨어져 정보화 사회를 뒤로한 채 생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에서 정보격차해소사업을 이전보다 더 적극 수행해야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u격차는 개개인의 불편함 차원이 아니라, 사회통합의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정보격차 문제는 유비쿼터스 사회를 구축하는 일보다 먼저 고려되어야 할 과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정보통신부는 2005년 말 제2차 정보격차해소 종합계획을 수립해 오는 2010년까지 장애인·저소득층·농어민·장노년층 등 4대 정보화 취약 계층의 정보화 수준을 전체 국민 대비 53.3%(2005년)에서 80% 수준으로 향상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 지금까지 IT 인프라와 기술 측면에 비해 소홀했던 정보격차 해소 및 정보문화 확산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유비쿼터스 환경 변화에 따른 미래 IT 비전과 전략이 담긴 ‘희망한국 비전 2030’을 올해 초 내놓았다.

전국민 대상의 IT 나눔

요즘 정보통신부에서부터 주도하고 있는 나눔의 IT 문화 확산 운동도 매우 환영할 일이다. 대표적인 예로 정보취약계층은 물론 전 국민을 대상으로 IT 관련 불편을 해소하고자 활동 중인 ‘따뜻한 디지털 봉사단’을 들 수 있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에서 주관하고 있는 ‘따뜻한 디지털 봉사단’은 개인이 가진 정보 활용 능력을 소외계층과 공유하는 나눔의 IT문화 확산을 통해 모두 정보화의 혜택을 함께 누리는 따뜻한 디지털 세상 구현에 앞장 서는 IT 자원 봉사단이다.

이 봉사단은 정보화교육강사 지원단, 내고향 IT 봉사단, 어르신 IT 봉사단, 장애인방문교육 강사단, 정보화 도우미, 청소년 IT 봉사단, 해외인터넷 청년 봉사단의 7개 봉사단이 하나로 어우러져 있다. 이를 통해 봉사 활동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청소년부터 어르신까지 참여하는 평생 자원봉사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민간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범국민 나눔의 IT문화 운동을 확산하는 중이다. 특히 요즈음에는 대기업들도 이에 동참해 ‘IT 서포터즈’ 같은 봉사단이 활동 중이다.

이와 같은 활동에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IT 나눔의 대상이 바로 전 국민이라는 사실이다. 유비쿼터스 세상에서는 정보격차해소정책의 대상을 생산적 정보활용에서 소외된 전 국민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초고속 인터넷 이용과 PC 보급률 1위, 디지털기회지수(DOI: Digital Opportunity Index)에서 3년 연속 1위를 비롯해 각종 IT 환경 부문에서 선도적으로 달려온 우리에게 유비쿼터스 세상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가깝게 느껴진다.

행복한 유비쿼터스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최첨단 홈 네트워크로 일상이 즐거워지고, 업무 환경 또한 빠르고 효율적인 시스템에다 쾌적하기까지 하고, 가족과 지인들의 소식을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다면 괜찮은 유비쿼터스 세상이 아닐까.

이어령 전 문화관광부 장관은 유비쿼터스 환경에서 정보는 각종 네트워크를 통해 쉼 없이 전달되기 때문에 가둬놓거나 독점할 수 없고 24시간 도처에 존재하는 공기와 같다고 비유했다. 하지만 누구나 맘껏 들이 마시며 살 수 있는 공기와 달리 정보는 아직 그렇지가 못하다. 현재 진행형의 유비쿼터스 사회에서 누구나 정보격차 없이 맘껏 정보의 공기를 마시며 따뜻한 디지털 세상을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IT TODAY 2007년 8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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