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 학원 앞을 지나다 광고에 써있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스티브잡스, 마크 저커버그, 버락 오바마, 빌 게이츠 등의 유명 인사들의 말을 빌어 프로그래밍을 배워야 한다고 역설하는 내용이다.

[그림 1] 프로그래밍은 사고의 힘

정치인을 빼고는 모두 프로그래밍으로 시작해서 꿈을 키웠고, 세계적인 IT 회사를 세웠고 더불어 본인들도 억만장자가 되었다. 또한 미국의 실리콘밸리에는 그러한 꿈을 쫓는 벤처 사업가들이 첨단기술로 무장하고 내공을 쌓아가고 있다.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라도 성공하면 그것이 가져오는 결과는 실로 엄청난 것이다. 미국에서의 성공은 곧 글로벌에서의 성공으로 이어지며, 이는 개인적인 성공뿐 만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일자리 창출과 같은 윈윈 전략의 실현으로 평가 받는다.

국가는 벤처의 인프라를 제공하고, 벤처의 성공 여부는 철저하게 시장에서 평가 받는다. 그리고 이렇게 성공한 사업가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성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해서 어려운 계층을 돕는다. 다음 세대의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빌 게이츠가 나오게 되는 선순환 생태 시스템이 국가적으로 완성된 모습이다

[그림 2] 프로그래밍 교육의 선순환 생태

IT가 전공이라고 해서 모두 IT회사를 세우거나, IT회사에 종사하는 것은 아니다. 대학생들에게 물어보면 졸업 학년이 되어서도 본인들이 취업할 수 있는 전체 기회에 대하여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는 IT회사에 다니는 사람 수보다 일반 회사나 정부의 IT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 더 많을 수 있다.

또한 현재의 IT는 이미 모든 분야로의 협업과 시너지가 창출되어 업무의 본질이 상당히 바뀌어 있어서 그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가 아니라면 구체적인 업무를 알기 어려운 경우도 허다하다. 의학, 통신, 방송, 게임, 금융 산업들은 어느정도 대중에게 노출된 분야이다. 그러나 법, 군, 서비스, 농업, 노인 관련 산업처럼 어떻게 IT와 관련이 있는지 알기 어려운 분야도 존재한다.

1980년대의 기업체로 가보면 참으로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것을 실감한다. PC가 드문드문 보이고 프린터는 공유되지 않았다. 전산 전문 부서는 존재하지 않았거나 일반직원은 접근하기 어려운 격리된 부서였으며, 대개는 PC 수리 센터 정도의 일을 수행했다. 근사한 용어로 헬프데스크(Help Desk)라고 불러줄 정도 였다. 1990년대는 전산 부서가 전산 장비의 도입이 활발해져 부장 정도가 운영하는 부서로 승격되고 예산도 가장 많이 쓰는 부서로 위상이 변하였다. 모든 직원의 책상 위에는 개인용 컴퓨터가 놓여져 있었으며 메인프레임과 연결되어 주요 업무가 전산화 되어가는 시기였다.

한세기가 지나고 2000년 이후의 전산 담당 부서는 일단 이름에서부터 중요도와 품격이 더해졌다. 전략정보실이나 IT부문, 기술운영본부 등으로 변하였으며, 책임자도 조직의 규모에 따라 본부장, 상무, 부행장 같은 실질적인 핵심 요직을 담당했다. 모든 개인 단말기는 기능이 풍부해졌고 근거리 통신 망으로 상호 연결되었으며 웹을 통해 서버와 업무를 주고 받는 모습이 되었다. 전자 문서를 주고 받음으로서 프린터는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그림 3] IT부서의 위상 변화

지금은 사회적으로 금연이 보편화되어 커피를 마시며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갖겠지만, 예전에는 골방에 모여 담배 피우며 회사의 험담도 하던 시절이 있었다. 회사가 어려워질 때에 어느 부서가 먼저 없어지고 어느 부서가 제일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것이냐는 주제가 단골이었다. 당연히 돈을 벌어오는 영업부가 제일 마지막까지 살아남고 임원회의장에서도 영업부서 임원이 사장 바로 옆에 앉는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어떨까? 전자상거래의 보편화로 비대면 채널로의 영업이 활성화된 상태이므로 영업부는 규모가 줄어드는 추세이다. 거꾸로 IT만 있으면 회사가 돌아가도록 되어 있어서 IT 담당 중역이 회사의 마지막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노동자들의 파업과 쟁의들을 많이 봐왔지만 만일 IT종사자들의 파업이 일어난다면 군대가 파업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봐야 한다. 이러한 IT의 중요도가 어린 학생들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는 한번쯤 신중하게 짚어 봐야 한다.

지금은 모든 개인의 손안에 컴퓨터가 있고 무선으로 연결이 되어 있는 시대이다. 연결이 가능한 서버는 무한하며 개인들 마다 다른 앱의 구성을 가지고 있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한 관련 직종이 얼마나 다양한지, 개인들의 IT적 취향과 능력이 어떠한지 간에 이 둘을 최적의 조건으로 연결하는 것도 인공지능을 통해 가능한 세상이다.

IT의 어느 부분이 창의성을 가지고 진화할지 짐작하는 것은 영화적 상상력을 빌려서 생각해 볼 수 있겠다. 화성 침공이라는 영화는 거꾸로 지구인이 화성을 탐사함으로서 인간의 화성 침공으로 현실화되었다. 지금의 SF 영화는 바이오 기술, 가상현실, 시간과 공간적 제약을 넘는 소재와 IT의 결합으로 소재를 삼고 있다. 이러한 부분들도 언젠가는 현실화된 세상이 올 것이다.

김동철 티맥스소프트 대표이사

서두에서 거론된 미국의 성공한 IT기업인들은 스마트하지만 모범생들도 아니었고, 성격이 원만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기존의 질서를 거부하고 신기술로 세상의 모든 것을 바꾸어 보겠다고 저항했으며, 처절하게 생존하여 지금의 자신을 완성시킨 것이다. 그러한 모델과 유사한 사람들이 지금의 어린 학생 중에 있는지? IT기업인들 중에 있는지? 찾아보고 싶다. 대학 가기를 포기하고 게임에 매달리고 있는 어린 학생들에게 기성 교육제도는 어떠한 길을 제시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당장 게임을 끄고 학과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일단 대학을 가고 기존의 사회 틀로 돌아오라는 케케 묶은 잔소리로는 어림도 없다는 사실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들이 즐기고 있는 게임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게임산업이 이렇게 발전했다는 긍정적인 사고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IT는 옵션이 아니다.
     
인간의 생애주기에 지식과 언어능력 그리고 신체적 능력이 기본적인 인프라가 되듯이 지금부터는 IT적인 부분들도 주요한 인프라적인 요소로 함께 한다. 그러한 요소들은 범 국가적 관심이 절실한 부분으로 구분 되어야 한다.

이러한 바탕 하에서 개인들의 개별 관심사들이 창의적으로 발현될 때 창조적인 파괴가 일어나게 되고 그러한 부분이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 받는 과정에서 성공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다. 모든 프로세스에는 다음 단계가 있기 마련이다. 자력으로 가든 떠밀려서 가든 단계적 성장을 이루고 경쟁력을 갖추는 데에는 어느 인더스트리보다 IT가 변화적인 면과 속도적인 면에서 우월하다.

블룸버그가 2016년에 발표한 세계최대의 상장사 톱10 리스트는 극단적인 IT 인더스트리의 성장을 보여준다. 과거 10년간 글로벌 톱10에 있던 IT 회사가 마이크로소프트 1개 회사에서 애플,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등의 5개 회사로 늘어난 것은 의미 심장하다.

IT의 바다에 나가고 싶은 젊은 인재들이나 현재의 IT를 짊어지고 있는 전문가들은 개인적인 역량이 국가적인 경쟁력과 세계의 산업발전에 기여한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생태계라함은 약한 것은 흡수하고 강한 것에 먹히는 먹이 사슬구조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IT의 다양한 생태계 속에서 끊임없는 열정으로 노력하고 변화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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